경제

케이블카가 관광산업 올려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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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확대 주장에 최경환경제팀 화답… 여론 무시 강행 땐 강한 반발 일듯

“설악산 오색약수터 부근에서 시작하는 케이블카로 8부능선까지 간다. 권금성 쪽 케이블카에 비해 아주 높이 올라간다. 동해바다나 설악산 일대가 다 보인다. 홍천에서 양양까지 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면 서울에서 접근성이 매우 높아진다. 거기다 중국인 관광객들도 설악산을 좋아한다. 오색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동해안 관광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기획재정부 관계자)

4대강에 이어 이번에는 국립공원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8월 12일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를 들고 나왔다. 그 첫 번째가 양양의 오색 케이블카다. 내친 김에 남산 제2 케이블카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안한 것이다. 정부가 전경련의 대변인이 됐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케이블카는 공영개발이 아니라면 자금력 있는 민간사업자가 독점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 때도 그랬다. 4대강 사업을 하면 관광이 크게 활성화된다며 단군 이래 최고인 22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완공 2년째가 되도록 별 성과는 없고, 갈수록 환경오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4대강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그 사이 산허리에 손을 댈 작정이다.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지자체장들도 경쟁적으로 공약 내걸어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각 지자체가 검토 중이거나 추진 중인 케이블카는 모두 7개다. 현재 운행 중인 케이블카 9곳과 맞먹는 갯수다. 설악산, 내장산, 덕유산, 팔공산, 대둔산, 금오산, 가지산, 미륵산 등에 각각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다. 기존 케이블카 설치 지역은 도립공원이 많다. 하지만 새 검토지는 하나같이 국립공원 내다. 풍광 좋고 자연미가 좋은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돈이 된다는 것을 기업들이 알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추진 중인 케이블카는 설악산국립공원(양양), 지리산국립공원(남원, 함양, 산청, 구례), 월출산국립공원(영암), 한려해상국립공원(사천) 등 7곳이다. 2012년 국립공원위원회는 사천을 제외한 6곳에 대해 부적절 판정을 내렸다. 환경을 파괴할 우려가 크거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케이블카를 설치하게 되면 기존 등산로를 폐쇄하도록 하고, 케이블카의 정상부에서 새로운 능선을 따라 이동을 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곳은 없었다.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되던 케이블카 건설을 다시 이슈화시킨 곳은 전경련이었다. 전경련은 지난 6월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해 산악관광특구를 지정하고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를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성공사례로는 프랑스 샤모니, 스위스 체르마트, 독일 뵈리스호펜 등을 들었다. 기재부가 케이블카 착공을 지원하겠다며 제시한 논리도 똑같았다.

지자체 선거도 영향을 미쳤다.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경쟁적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민선 6기 전국 광역시·도지사 17명의 오찬 자리에서 주요 광역지자체장들은 “설악산과 지리산 등에 관광용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총대를 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 지사는 영호남이 합의해 각각 한 곳씩 2개의 케이블카를 지리산에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친환경공법’으로 케이블카를 건설하면 환경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재부 정은보 차관보는 “케이블카를 지지하는 폴대를 적게 박아도 되는 등 최근에 친환경적 공법이 많이 개발되고, 필요하면 탐방예약제를 운영해 인원을 제한할 수도 있다”며 “환경과의 조화를 통해 개발하거나 운영할 수 있는 기술과 여건이 많이 변화한 만큼 이를 감안해 대기수요가 많은 케이블카 설치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친환경공법’에 의문을 달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이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다가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부결된 게 지난해 9월이다.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무슨 새로운 환경공법이 개발됐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예약탐방제 등을 내세우지만 케이블카 설치 뒤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적으로 환경규제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시민사회단체는 보고 있다. 밀양 얼음골 가지산 케이블카가 그런 경우다. 한국화이자 계열사가 투자한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는 완공 1년 만에 사용객이 60%가량 급감했다. 그러자 경남도와 밀양시는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부터 이어지는 등산로를 폐쇄한 것이 이용객 급감 원인”이라며 등산로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하는 쪽은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의 성공사례를 들고 있다. 2013년 미륵산 케이블카는 137만명이 탔다. 통영 주요 관광지 방문객(635만명)의 20%가량이 케이블카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른 연간 경제적 효과는 150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것이 통영시 측의 주장이다.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통영관광개발은 연평균 30억원가량의 수익을 통영시에 배당하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모습. | 연합뉴스

설악산 케이블카의 모습. | 연합뉴스

환경단체들 ‘친환경공법’에 의문
하지만 환경단체는 “거품이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케이블카 없이도 연간 수백만명이 찾아오는 통영과 국립공원은 다르다는 것이다. 미륵산 케이블카는 통영을 방문하는 김에 한 번 타보는 사람들이 많을 뿐 케이블카 자체가 관광객을 추가로 끌어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2012년 완공됐던 얼음골 케이블카의 관광객이 급감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미륵산 케이블카는 국립공원과 달리 환경생태적인 영향이 적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협동처장은 “600억원에서 1000억원을 들여 건설한 케이블카의 대부분은 1~2년간 반짝 특수를 누렸을 뿐 이후는 지역상권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 허가를 내주지 않기는 외국도 똑같다.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다. 1960년대 붐을 이뤘던 일본 국립공원 케이블카도 1990년대 다이세츠잔 국립공원에서 이미 건설된 케이블카 구간을 연장하기 위한 공사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없다. 오히려 후지하코네이즈 국립공원과 고츠토야 국립공원은 케이블카가 폐쇄됐다. 세토나이카이 국립공원의 롯코아리마 로프웨이는 일부 노선 운행이 중단됐다.

정부는 법·제도를 바꾸지 않고 케이블카 신설을 허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반대여론을 수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지자체가 보완자료를 내고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위원회가 통과시켜주면 끝이다. 정부는 케이블카 확대를 발표한 자리에 환경부는 참석시키지 않았다. 신규 케이블카 허용을 단단히 마음먹었다는 말이다. 4대강 사업 때도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는 편법을 썼다. 향후 환경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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