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경환 효과’ 지속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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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경제지표 일단 호조… 대규모 경기부양 효과 2~3년 이상된 경우 없어

“‘최경환 효과’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경환 경제팀의 강한 경기부양 의지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는 심리입니다. 코스피는 3년 만에 처음으로 2060선을 돌파했으며, 30일 2092까지 올랐습니다.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2.1% 증가하며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3개월 만에 늘어나는 등 부동산시장 또한 반응하고 있습니다.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뚝심있게 추진한 결과, ‘최경환 효과’라는 이름으로 각종 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살리기에 더욱 더 매진하겠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만큼 신바람이 났다는 얘기다. 취임 직후 주가는 반등했고, 7·30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은 압승했다. 이런 상승세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측면이 있다. 최경환 경제팀은 7월 24일 41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놓았다. “내년에도 최대한 확장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공언도 했다. 돈을 퍼붓겠다는데 시장이 반응하지 않을 리 없다. 새누리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최경환식 경기부양 정책은 일단 시장의 지지를 받게 됐다. 그런 만큼 향후 더 강력한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최경환 효과’가 얼마나 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의 효과가 2~3년 이상 지속된 경우는 거의 없다. 구조조정 없는 재정투입은 몇 해 뒤 차기 정권의 부담으로 남는 경우가 허다했다.

7월 2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2014년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월 2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2014년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막대한 재정투입 차기정권 부담으로
최 부총리는 이런 지적에 대해 “나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선 이명박 정권이 하지 못했던 가계부채 증대와 비정규직 해결 등과 같은 체감경기 회복에서 실타래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아닌 서민과 중산층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얘기다.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줬더니 실물에는 흘려보내지 않고 내부 유보만 해버린 기업의 실체에 대한 불만도 있다. 이런 점에서 3대 가계소득 증대방안에 대한 애정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소득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등 3대 가계소득 증대방안은 ‘초이노믹스’의 핵심이다.

근로소득증대세제는 기업이 직원들의 임금을 많이 올려줄 경우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직전 3년간 평균 임금인상률 초과분의 10%’라는 기준도 제시된 상태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당해년 거둔 수익에서 배당·임금·투자 등으로 사용하지 않은 유보금에 대해 일정 부분 과세를 하겠다는 조치다. 배당소득증대세제는 주주들이 받은 배당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조치다. 이 중 기업들은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최 부총리의 뚝심을 견뎌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세 가지 방안에는 과세와 감세(세액공제)가 섞여 있다”며 “정부로서는 세수효과가 ‘0’이 되는 게 목표인 만큼 기업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제도도 최 부총리가 직접 손을 댈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정규직으로 바뀐 근로자에게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해주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예컨대 비정규직으로 2년 근무한 사람이라면 정규직 전환 첫 해 3년차 정규직 임금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승진 또는 승급 때도 비정규직 근무기간이 인정된다. 기업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에 지원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구상하는 경기부양책에는 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이 많다”며 “기업이 직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그 부담만큼은 정부가 떠안아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7월 29일 노사정 간담회를 가진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노사정 대표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 12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한 뒤 7개월 만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는 상견례 형식이지만 차기 만남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물을 들고 논의할 가능성도 크다.

7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주택자금대출 안내 간판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7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주택자금대출 안내 간판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실탄은 결코 무한하지 않다”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분야가 부동산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새 경제팀의 경제운용방안’을 통해 부동산 부양의지를 분명히 했다. 내년까지 투입하기로 한 41조원 중 기금 등 재정은 11조7000억원. 이 중 6조원이 국민주택기금이다. 기금은 서민들이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대주택을 짓는 데 쓰인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70%, 총부채상환비율(DTI)은 60%로 단일화하면서 규제를 완화시켰고, 그 결과 은행권에서 돈을 더 빌릴 수 있게 됐다. 청약통장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통합하되 총급여 70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의 소득공제 한도는 12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저축해 집 사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라고 기재부 관계자는 전했다. 기업이 근로자를 위해 사택을 매입할 때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여차하면 기업소득환류세제도 부동산 분야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기업투자’ 범위에 사업용 토지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 땅을 산 기업도 투자로 인정돼 임금이나 배당을 확대하지 않더라도 기업소득환류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 땅 매입이 절세방안이 되는 셈이다. 당장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주목받고 있다. 시가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 땅을 놓고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 땅의 매입자금 4조원이 투자재원으로 인정될 경우 두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기업소득환류세는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업용 부동산을 매입한 뒤 본사, 연구소, 백화점 등을 지으면 고용이 창출되는 효과가 있어서 사업용 부동산 매입 자체를 두고 비난하기 힘들다”며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의 투자 개념에 사업용 부동산을 포함시킬 개연성은 작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경환 효과’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 부총리는 “경제심리가 살아나면 내수가 살아나고, 임금이 올라가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직후 강만수 전 장관이 주장했던 것과 같은 논리다. 당시 정부는 역대 최대인 28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듬해 경제성장률은 6.5%로 껑충 뛰었지만 2011년과 2012년 3.7%, 2.3%로 떨어지며 힘을 급속도로 잃었다. 그 대신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나면서 2013년 2월 출범했던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긴축재정에 들어가야 했다. 19조3000억원(기금 포함)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로 기록된 지난해 추경도 올 하반기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역대 세 번째 규모 추경이던 1998년(13조9000억원)도 2년 뒤에는 성장률 급락으로 이어졌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정부의 실탄은 결코 무한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률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세수가 더 걷힐 것이라는 환상은 이미 허상임이 드러난 거 아니냐”며 “법인세 인상 등 세입 확대 대책이 없는 재정 확대 정책은 오래 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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