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전자, 그정도 ‘쇼크’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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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적부진 불구 비관론보다 구조적 저성장이란 낙관론 우세

‘쿼 바디스 삼성.’(Quo Vadis Samsung·삼성 어디로 가는가)

상징성이나 규모로 보나 압도적인 ‘대한민국 넘버원 기업’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쇼크가 주식시장을 넘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일각에선 ‘제2의 노키아’가 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시장의 주류는 좀 더 낙관적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당분간 구조적인 저성장에 빠질 뿐, 위기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놓는다.

지난 7월 8일 삼성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추정치 평균보다 9000억원가량 낮은 7조2000억원이라는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8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6조4600억원을 기록한 2012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1분기 기준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76%를 차지했던 휴대폰 부문의 부진 때문이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실적 악화가 예고된 데다 그동안 주가가 상당히 빠진 때문인지 발표 당일에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소폭 올랐다.

하지만 다음 날인 9일 삼성전자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대 상장사 주가는 일제히 떨어졌다. 대형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가 늘 가장 먼저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따라서 나중에 발표될 이들 기업의 실적이 ‘삼성전자처럼’ 쇼크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는 두려움이 반영된 것이다.

‘밥 먹고 삼성전자만 바라본다’는 여의도 증권가의 IT 담당 애널리스트들도 전망을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2분기 실적 악화의 상당 부분이 재고 감소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와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라는 일시적 요인이라고 밝혔지만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은 ‘당분간 저성장이 지속된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의 홍보관. |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의 홍보관. | 연합뉴스

중국에서 스마트폰시장 아성 무너져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30%가 넘는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지켜왔지만 최근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IDC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2100만대를 판매했다. 중국의 레노보가 1100만대, 쿨패드와 샤오미가 각각 1000만대, 화웨이 800만대, 그리고 비보와 ZTE가 500만대씩 판매하며 삼성의 영토를 빼앗았다. 2011년만 해도 삼성전자가 1500만대, 애플이 800만대를 팔 때 레노보와 쿨패드는 각각 400만대 정도 파는 것이 고작이었다.

당장 삼성전자의 3분기와 4분기 실적도 우려스럽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거센데 애플이 오는 9월 아이폰6를 출시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국내 증권사들은 3분기 영업이익마저 8조원이 깨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을 대신할 먹거리로는 태블릿PC와 웨어러블기기, 그리고 스마트홈 시장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태블릿PC인 갤럭시탭S와 패블릿(휴대폰과 태블릿PC 합성어) 갤럭시노트4, 손목시계형 웨어러블기기 기어라이브를 선보인다. 하지만 태블릿PC는 여전히 아이패드가 1등이고, 패블릿과 웨어러블기기는 틈새시장이란 점이 한계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한국·미국·영국 등 11개국에서 TV, 에어컨, 청소기 등 집안의 가전기기들과 스마트폰 등 IT기기들을 통합 플랫폼으로 연동시키는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스마트홈 시장은 2021년 10억 달러로 예상될 정도로 여전히 ‘먼 미래’의 먹거리일 뿐이다. 조금 더 먼 미래로는 IT와 헬스케어를 접목한 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 연구단계 수준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마트폰 시대 이후의 추가 성장을 위한 삼성전자의 히든카드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단기간 내에 드라마틱한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일부의 우려대로 삼성전자가 노키아처럼 불과 몇 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또 다른 축인 반도체와 가전 부문은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반도체시장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95% 이상 과점하며 가격을 통제하는 ‘삼국지’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마이크론 주가도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0조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도 삼성전자가 버틸 힘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애널리스트데이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의사를 밝혔다. 최근 4년 동안 구글이 96건, 페이스북이 43건, 애플이 28건의 M&A를 성사시키며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M&A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가전 호조, 60조원 현금도 힘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 경영진에게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을 재개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기 때문에 주주들의 압력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높아지는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압력과 미래를 위한 투자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헤매는 지금이 투자 적기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상 상당히 낮은 편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예상 순익과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산정한 주가수익비율(PER)은 삼성전자가 7.4배로 애플(15.2배)뿐만 아니라 LG전자(13.6배)에 비해서도 낮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130만원 초반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배로 더 이상 주가가 내려갈 여지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만약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사주 매입과 추가 배당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삼성전자 주가는 다시 한 번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에도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 전망엔 변함이 없었지만 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만으로 150만원 선에 다가선 ‘선례’가 있다.

<조시영 매일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psy75@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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