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서 캠프로 찢어진 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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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솥밥 먹던 인사들 “더 이상 친이는 없다” 비박 김무성-친박 서청원 진영으로 갈라져 일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건너편에 위치한 대하빌딩은 7월 1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 하나의 당사가 됐다. 2층에는 김무성 의원의 캠프가 있고, 7층에는 서청원 의원의 캠프가 있다. 8층에는 홍문종 의원의 캠프도 자리 잡았다. 차기 당 대표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차기 당 대표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하루종일 새누리당 관련 인사들이 대하빌딩을 오간다.

원조 친박(친박근혜)인 김무성 의원의 캠프와 현재 친박인 서청원 의원의 캠프에는 친이(친이명박)들이 눈에 띈다. 한때 한솥밥을 먹던 친이계 참모들이 김 의원과 서 의원의 캠프로 갈라져 일전을 불사르고 있는 것이다. 한 친이 인사는 “(상대 캠프 친이 인사를) 엘리베이터에서 거의 매일같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친이는 더 이상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여의도 대하빌딩에 크게 걸린 전당대회 후보들의 플래카드. | 경향신문

여의도 대하빌딩에 크게 걸린 전당대회 후보들의 플래카드. | 경향신문

친박계와 비박계를 아우른다는 의미로 ‘무지개 캠프’를 구성한 김 의원의 캠프에는 권오을·안형환 전 의원, 배용수 전 국회도서관장, 허숭 전 경기도 대변인, 안병용 전 은평갑 당협위원장 등 친이계 인사가 참여했다. ‘의리 캠프’를 표방해 ‘친박’이라는 색깔이 뚜렷한 서 의원의 캠프에서 친이의 존재는 남다르다. 서 의원의 캠프에는 친이계 인사로 박성범·이사철·이춘식 전 의원을 비롯해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 등이 활약하고 있다.

친이계 인사들은 각 캠프의 합류에 대해 전당대회 후보자와의 친분을 이야기했다. 김 의원 캠프의 권오을 경선대책본부장은 “김 의원과는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가까운 인연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배용수 공보특보 역시 “당에서 활동할 때 김 의원과 함께 일했던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오계인 김해수 서청원 의원 캠프 상황실장은 “개인적인 선택으로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캠프의 입’ 등 중요역할 맡아 난타전
특히 두 캠프에서 ‘입’ 역할을 하고 있는 홍보 파트에는 모두 친이 인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친이들끼리 치열한 ‘입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 캠프에는 배용수 전 국회도서관장이 공보특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최측근인 허숭 전 경기도 대변인이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다. 서 의원 캠프에는 오세훈 전 시장의 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이 홍보단장을 맡고 있고,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상황실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 의원 캠프의 배용수 공보특보는 “이제 ‘친이’라는 계파는 없고 각자의 친소에 따라 각 캠프로 갈 뿐이지, 줄을 서서 가라마라 하는 시절은 지났다”라고 말했다. 서 의원 캠프의 김해수 상황실장은 “대선 때 친이·친박이었지 새누리당은 지금 여러 복합구도로 이뤄져 있다”면서 “그래서 친이·친박이라는 프레임을 다시 꺼내면 현 구도를 설명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1·2위를 다투는 양 캠프는 ‘여론조사 왜곡 의혹’ ‘등산모임 논란’ 등으로 수차례 설전을 벌였다. 김해수 상황실장은 “설전은 ‘과거냐 미래냐’를 내세운 김 의원 캠프에서 먼저 촉발한 점이 있다”면서 “김 의원 캠프는 대권 욕심을 갖고 있지만 서 의원 캠프는 순수하게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해 욕심을 버렸다”고 주장했다. 배용수 특보는 “서 의원 캠프에서 ‘과거냐 미래냐’라는 표어를 오해한 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배 특보는 “김 의원 역시 박근혜 정권을 성공한 정권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므로 누가 더 (박 대통령과) 가깝냐는 친박논쟁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각을 세웠다.

각 캠프에서 친이들 간 예리한 신경전은 친이계 좌장을 둘러싸고도 벌어지고 있다. 친이계의 한 분파였던 이재오계가 대표적이다. 6월 10일 서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재오 의원이 토론자로 참석한 후 서로 끌어안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중앙대 선·후배인 두 사람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포옹한 것에 대해 서 의원 캠프는 ‘이심(이재오의 마음)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은근히 과시했다. 하지만 이재오 의원의 측근인 김 캠프의 안병용 조직특보는 “(포옹 사진이) 의도적으로 크게 유포됐다”면서 “이재오 의원 마음이 진짜로 서 캠프에 있다면 이재오계의 조직 관리를 맡았던 내가 여기로 왔겠느냐”고 반문했다. 

안 특보는 “이재오 의원의 입장이 지금 중립적이지만 마음이 서 캠프에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재오계에 속하는 한 인사는 “이재오 의원이 오래 전부터 개헌을 주장해 왔는데, 7월 3일 서청원 의원이 개헌 준비 착수를 언급한 것을 보면 두 의원 간에 뭔가 교감이 있는 듯하다”면서 이심은 서 의원 캠프에 있다고 주장했다.

좌장 이재오ㆍ김문수 본심 놓고 신경전
또다른 친이계 좌장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다. 김 전 지사의 최측근인 허숭 전 경기도 대변인이 김무성 의원 캠프에 합류하면서 김심(김문수 전 지사의 마음)도 화제가 되고 있다. 허숭 김 캠프 대변인은 “김 전 지사에게 사전에 허락을 받았다”면서 “서 캠프 쪽에서 김 전 지사에게 섭섭함을 토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친이계 한 인사는 “김문수계로 분류되는 인사 중 서 캠프에 참여한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개인적 선택에 따라 서 의원 캠프에 갈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개인적인 선택을 한 분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이었던 이춘식 전 의원의 선택도 각 캠프의 관심이 되고 있다. 친이계의 브레인으로 통했던 이 전 의원은 서청원 의원 캠프에서는 직능총괄본부장을, 같은 친박인 홍문종 의원의 캠프에서는 조직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친박의 양쪽 캠프는 서로 자신의 캠프에서 이 전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전 의원은 대하빌딩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한 친이계 인사는 “친박 쪽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여의도의 개인사무실에서 별도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각 캠프에 포진한 친이계 인사들은 이제 ‘친이는 없다’는 말을 똑같이 내뱉었다. 김 의원 캠프의 경선대책본부장인 권오을 전 의원은 “새누리당 안에서 이제 친박 대 친이의 프레임은 무너졌다”며 “이번 전당대회 선거는 주류 대 비주류, 당권파 대 비당권파의 대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류와 당권파가 서청원 캠프라면, 비주류와 비당권파가 김무성 캠프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역으로 여전히 ‘친이’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 있다. 각 캠프에서 ‘친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한 친이계 인사는 “양 캠프에서는 지금 주류인 친박이든 비주류인 친이든 표를 끌어모아야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친박을 표방하는 두 후보자가 지금은 친이의 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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