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논란

눈총 받는 디자인서울의 유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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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빛둥둥섬은 지속가능성마저 의문… 서울신청사는 ‘최악의 현대건축물’

4월 3일 오후, 오세훈표 디자인서울의 상징인 세빛둥둥섬을 찾았다. 9월 전면 개방을 목표로 인테리어 수리 중이라는 이유로 일반인 출입은 통제된 상태였다. 서울시와 플로섬 관계자로 보이는 몇 명만이 세빛둥둥섬 위를 걸어다니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표적인 혈세 낭비 사업으로 꼽히는 세빛둥둥섬의 애초 사업비는 50억원이었다. 그러나 몇 차례 설계변경 끝에 총사업비는 1390억원으로 치솟았다. 서울시의 세금이 직접 투입된 것은 아니나, SH공사가 128억원을 출자하고, 230억원 상당의 지급보증을 섰다. 사업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서울시가 예상 수익의 50%를 지급해야 하는 불공정계약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플로섬 측은 최근 세빛둥둥섬에서 ‘어벤져스2’와 ‘아메리칸 넥스트 톱 모델’ 촬영이 이뤄진 사실을 강조하며 빠르면 5월 안에 연회장, 레스토랑, 카페 등을 개장하고 9월 이후에는 전면 개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4월 3일 세빛둥둥섬의 모습. / 백철 기자

4월 3일 세빛둥둥섬의 모습. / 백철 기자

과연 플로섬은 회사 문을 닫기 전에 세빛둥둥섬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애초 세빛둥둥섬은 매해 롯데월드 수준인 60만명의 방문객이 올 것이라는 가정 하에 지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플로섬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으로 몰렸다. 플로섬의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도 “총부채가 총자산을 300억원가량 초과하고 있다”며 회사의 존속 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상황이다. 플로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지급해야 할 차입금이 99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플로섬이 2013년 연말에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8억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야구단도 외면한 고척돔구장
디자인서울 사업 중 세금이 많이 들어간 것으로 따지면 서울신청사가 단연 으뜸이다. 3000억원의 시예산이 투입된 서울신청사는 지난해 건축가 100인이 선정한 최악의 현대건축물 1위에 등극했다. 설문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주변과 조화되지 않고 외계의 건물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디자인이 혹평받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턴키 방식이다. 2006년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턴키 방식으로 시공사에 선정됐지만, 삼성물산 측의 디자인은 서울시의 심의과정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서울시가 유걸 건축가를 선정해 설계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공사가 주도하는 건설과정에서 유 건축가는 사실상 배제됐다. 완성된 서울신청사는 유 건축가의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 건축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간에 바뀐 부분이 많아 이 건물을 내가 설계했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돔구장 역시 디자인서울의 유산 중 하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설로 인해 동대문운동장이 헐리면서 대체구장으로 짓게 된 게 고척돔구장이다. 애초 500억원의 예산이 투여될 예정이었지만 주변 소음 등의 이유로 설계가 수차례 변경된 끝에 현재 사업비는 약 2700억원 규모다.

스포츠학과 ㄱ교수는 “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 뀄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책임이 99%인데, 따질 수도 없고 난감하다”며 “DDP 때문에 동대문운동장을 없앤 자체가 잘못이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2012년 11월, 서울시는 2020체육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프로야구단을 유치할 생각이 있음을 밝혔다. 60억~80억원가량으로 예상되는 고척돔구장의 1년 운영비를 감당하려면 아마추어 야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ㄱ교수는 “실제로 고척돔구장에 프로야구단을 유치하는 순간 야구계 전체가 난리가 난다. 현재 고척돔구장 시설만으론 프로야구단이 쓸 수가 없고, 400억원가량 추가 투자를 해야 한다”며 “좋은 취지로 고척돔구장을 지었다고 해도 지금은 모두가 불편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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