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논란

“박원순이나 오세훈이나 똑같다는 평가 받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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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에 대한 날 선 비판하는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DDP라는 괴물에 대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장 전날, 서울시민연대가 주최한 DDP 토론회에서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 제목이다. 토론회 이후에도 그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DDP에 대한 날 선 시각을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홍 교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4월 2일 한 행사장에서 만난 박원순 시장은 “시민운동할 때와 지금 내 위치가 다르지 않으냐. 서울시장으로서는 100% 생태주의의 입장에 설 수 없다”고 답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얘기였다. 이튿날인 4월 3일, 종로구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홍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제 박 시장을 만났다. “교수님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 알고 있고 글도 읽어봤는데, 시장으로선 100% 생태주의 입장을 취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하더라.
“서울시민연대 토론회에서 발표를 할 때도 이야기했지만 나도 시장의 입장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나로서는 시민의 입장에서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박 시장이 지금은 시민운동가가 아니지만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시장이 된 사람이고,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 그것이 타당한 지적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적이 나왔다면 적극적인 검토를 했어야 한다.”

그런 지적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말인가.
“지금으로서는 실망스럽다. 두 가지 면이다. 첫째는 활용론, 기정사실 인정론이다. 어떤 잘못도 일단 기정사실화하고 나면 개선되지 않는다. 일종의 대마불사(大馬不死) 주장이다. 토건족이 잘 쓰는 수법이다. 그것과 ‘문제는 있지만 지금에 와서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박 시장의 입장이 뭐가 다른가. DDP를 주도해온 쪽에서는 서울이 명품도시가 되려면 앞으로 이런 건물이 20개는 생겨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둘째로 나뿐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도 몇 년에 걸쳐 선정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해왔다. 건축계 원로들 사이에서도 오래 전부터 나온 지적이다. 그게 다 무시할 만한 지적이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었나. 개발하더라도 따질 것은 따지고 가야 한다. 주도세력은 계속 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왕 만들어졌으니 인정하자’며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활용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채워질 콘텐츠”라는 박 시장의 주장도 일종의 활용론 아닌가.
“물론 철거해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활용에 앞서 더 중요한 문제다. 두 차례의 설계변경 과정을 비롯해 설계자 선정과정에서 편파심사, 다시 말해 이미 자하 하디드를 내정하고 진행한 심사가 아니었느냐는 것도 잘 따지고 넘어가서 의혹을 안 남겨야 한다. 그래야 작가는 작가대로 대접받는다. 지금 상태로 어물쩍 덮고 넘어가면 한쪽에서 건물을 설계한 자하 하디드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세빛둥둥섬을 통해 이게 오세훈 전 시장의 책임과 문제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서울시 신청사를 거쳐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문제가 더 크게 발현된 것이 아닌가. 복지예산과 문화예산이 줄어드는 대신 도시 환경은 거대한 콘크리트화되는 것이 서울의 큰 문제이자 예산 탕진이었다는 것을 박 시장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박 시장을 지지한 사람들은 기존의 박정희식 개발 대신 생태문화복지 행정을 기대했다. 그것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품의 탈을 쓰고 이뤄졌더라도 전말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

[특집|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논란]“박원순이나 오세훈이나 똑같다는 평가 받지 말아야”

이미 5000억원 가까이 투자된 상태에서 박 시장은 원래의 계획을 수정해서 당장 내년인 2015년부터 재정자립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연간 예산도 321억으로 확정해 수입과 지출을 같게 만들겠다고 한다.
“여전히 321억원은 굉장히 많은 돈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더 열린 자세로 논의해야 한다. 사실 시작부터 이 건물은 용도가 명확하지 않았고, 운영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어졌다.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 많았다. 그 잘못을 따지지 않고 활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재도 우왕좌왕하고 있지 않나. 공사과정에 동대문운동장 터에서 한양도성과 이간수문 등이 발견되었다. 예상됐던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때 공사를 중단하고 여기를 잘 보존해서 그것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가서 보면 훈련도감 터에서 나온 유구들을 일부 보존해서 마당 정원처럼 꾸며놨는데, 너무 초라하고 비참해서 분통이 터진다. 오죽하면 외계 침략자의 우주선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게 아니라면 자기 역사를 저딴 식으로 파괴하고 우롱할 수 있나. 박 시장이 역사에 관심이 있고 오 시장과 다르다면 일관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DDP 개관을 전후로 시민사회로부터 논평이나 성명 등으로 문제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을 공격하면 안 된다’는 정서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속사정은 잘 모르겠다. 워낙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 때부터 강행되는 일이 많아 말해봐야 소용없다며 포기하고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 만약 박 시장이 시민사회 출신이라고 동류의식에서 얼버무리고 넘어간다면 그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 명확히해야 하는 것은 이것은 오세훈 전 시장이 저지른 잘못이다.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단기적·정략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그 잘못을 박 시장이 뒤집어쓸 수 있다.”

결론적으로 DDP의 개장을 늦춰야 했나.
“개장이야 다 지었으면 개장하고 이용해야지. 하지만 완공되었으니 덮고 넘어가자, 이게 틀렸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하지만 외양간을 고쳐야 앞으로는 소를 잃지 않을 것 아닌가. 그쪽에서는 추가로 저런 건물을 20개 지어야 한다는데. 외양간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알기 위해서는 선정과정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고, 공사 전에 발굴조사를 해서 의미가 상당한 유적이나 유구가 나온다면 공사를 취소하고 보존할 수 있어야 하는 대원칙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설픈 활용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런 원칙이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원순이나 오세훈이나 똑같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시장의 성향이 어떠냐에 따라 서울시가 바뀔 수 있다. 형태의 논란은 피하더라도 역사성·경제성·기능성 모든 측면에서 도대체 말이 안 되고 선정과정의 문제는 굉장히 심각했는데, 그렇다면 그런 문제에 대해 공론을 하고 책임을 질 사람에게 지게 하는 책임행정의 자세가 중요하다. 잘못이 있다면 오 전 시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한 그런 제도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문제를 이제 와서 이야기해서 뭐 하냐’는 것은 건물업자나 할 이야기이지 책임있는 행정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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