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도 보수도 아닌 탈북청년들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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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코리아청년 네트워크’는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통일세미나, 체육대회 등 탈북자·비탈북자 대학생 사이의 교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탈북자는 대체로 보수적이라는 게 세간의 인식이다. 최근에는 탈북자의 87.2%가 보수정당을 지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새코리아청년네트워크(이하 새코리아)는 보수 일색의 탈북자 사회에서 진보도 보수도 아닌 ‘올바른’ 통일운동을 하겠다고 나선 탈북청년들의 모임이다.

새코리아는 탈북자 사회 내에서 ‘좌파’ 취급을 받는다. 새코리아가 탈북자 단체로서는 드물게 북한 수재민 돕기 운동을 펼쳤고, 새코리아의 상징적 인물 강룡 상임의장(37)이 통일·안보강연에서 남북 화해를 역설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탈북자 단체에서는 새코리아의 ‘정체성’을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강 의장은 “새코리아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젊은 탈북자들이 성공적인 정착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서로 돕자는 게 우리 목적”이라고 말했다.

강룡 새코리아청년네트워크 상임의장. | 백철 기자

강룡 새코리아청년네트워크 상임의장. | 백철 기자

새코리아는 2008년 10월 탈북 대학·대학원생들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당시 탈북 대학생들 사이에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하거나 갑자기 행방불명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강 의장을 비롯한 각 대학 탈북 동아리 회원들이 ‘스스로 돕고 살자’는 공감대를 이뤘다.

새코리아는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통일세미나, 체육대회 등 탈북자·비탈북자 대학생 사이에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남북한 출신 학생들이 자주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상대방에 대한 편견이 약해질 것이라는 뜻에서다. 탈북자가 아닌 학생들도 새코리아의 뜻에 동의한다면 회원이 될 수 있다.

강 의장은 “탈북자들이 스스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가능하면 회원들만의 힘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기관 등 외부 단체의 도움을 받다 보면 결국 특정 정치세력에 이용될 뿐이라는 우려에서다. 또한 자신들의 힘만으로 시민단체를 운영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와 인권의식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게 새코리아 쪽의 설명이다.

“민주사회의 NGO는 회비로 운영되는 게 기본이잖아요. 그래야 외부 눈치를 보지 않죠. 탈북자들을 불러놓고 교통비 명목으로 돈이나 상품권을 챙겨주는 단체들이 많다 보니 오히려 우리가 탈북자 사회에선 이상하게 보일 정도죠.”

새코리아는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상황에서 사회에 그대로 나가게 된다는 점을 꼽고 있다. 한국 사회 시스템에 무지하다 보니 탈북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범죄 피해자가 되거나 범법자가 되기도 한다. 새코리아는 억울하게 범죄 피의자가 된 탈북자들을 선처해 달라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현재 강 의장은 개인적으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강 의장이 ‘내 친구는 간첩이 아닙니다’라며 인터넷 공간에 올린 서명운동에 3월 28일 현재까지 500여명이 참여했다. 새코리아 회원들도 상당수 동참했다. 탈북자 입장에선 국정원·검찰이 불편할 일을 해서 좋을 건 없다. 다른 탈북자 단체들처럼 보수단체와 함께 ‘유우성을 추방하라’고 외치는 것이 어쩌면 더 편한 길일 수도 있다.

“함께 활동하던 사람들도 부담이 됐는지 우성이가 화교여서 함께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좌파라는 말을 듣더라도 ‘탈북자들이 다 똑같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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