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형 요즈마펀드, 벤처 성장 젖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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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자금 유치 총 2000억원 조성 벤처기업 글로벌시장 진출 도와

창조경제의 모델로 불리는 요즈마펀드가 과연 벤처업계에 새로운 젖줄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월 25일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정부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벤처캐피털이 함께 운용하는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3월 13일 중소기업청은 발 빠르게 ‘한국형 요즈마펀드’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당장 3월부터 4월까지 싱가포르와 홍콩·이스라엘 등 벤처캐피털 금융허브 지역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사업설명회를 갖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내년 초까지 총 2000억원에 이르는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펀드 조성계획만으로 바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며 “외국에서 설명회를 가진 후 연말 정도에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조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요즈마펀드가 한국서 부활
요즈마펀드는 이스라엘 정부가 1993년 외국 벤처캐피털을 참여시키기 위해 만든 펀드를 말한다.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요즈마펀드는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게 하고 성장동력을 만들어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2월 25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2월 25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요즈마란 히브리어로 ‘창의’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요즈마펀드는 총 2억6300만 달러가 조성돼 217개 기업에 투자했고, 122개 기업으로부터 회수에 성공하여 56%의 회수율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당시 이스라엘 초기 벤처기업의 평균 회수율보다 4배나 높았다.

1990년대에 한시적으로 5년간 운용된 요즈마펀드가 ‘한국형 요즈마펀드’로 ‘부활’하게 된 것은 순전히 창조경제 덕분이다. 이스라엘은 박근혜 정부가 모토로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원조격이다. 이스라엘 벤처산업 성장을 대표하는 모델이 바로 요즈마펀드다.

한국에서 난데없이 ‘요즈마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지난해 8월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회사인 요즈마 그룹이 이스라엘 주요 연사를 초청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요즈마 창조경제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 이길 에를리히 요즈마 그룹 회장은 ‘한국 벤처의 글로벌 펀드 도입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했다. 이스라엘 연사들은 ‘한국의 창업경제, 이스라엘에 길을 묻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한국의 벤처산업에 보내는 이스라엘의 제언’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요즈마 그룹은 지난해 6월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요즈마펀드를 벤치마킹한 모태펀드가 10년 전인 2005년 시행됐다. 모태펀드는 지난해 1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2조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태펀드는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즉 정부기관에서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캐피털 등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방식이다. 모태펀드는 그동안 한국 벤처산업에 톡톡히 효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형 요즈마펀드 역시 모태펀드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외국 벤처캐피털이 참여하도록 하는 점이 기존의 모태펀드와 다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모태펀드에서 한국형 요즈마펀드가 만들어지며, ‘한국형’이라고 붙인 이유는 이스라엘 요즈마펀드와 차별화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까지 조성되는 2000억원의 한국형 요즈마펀드에는 모태펀드에서 40%가 출자된다. 모두 800억원을 모태펀드에서 출자하고 나머지는 외국자금 유치 등으로 60%를 매칭하는 것이다. 

한국형 요즈마펀드는 ‘외국자본 유치와 외국 일류 벤처캐피털과 국내 벤처캐피털이 공동 운용사를 맡는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한국형 요즈마펀드가 필요한 이유로 다이얼패드와 싸이월드, 판도라TV의 예를 들었다. 이들 사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만한 사업 아이디어였으나 스카이프(Skype)·페이스북·유튜브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실패한 것에는 국내 시장이라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조성하게 되면 글로벌 벤처캐피털 회사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해 국내 벤처기업의 나스닥 상장과 글로벌 기업과의 M&A를 도모할 수 있다.

한국형 요즈마펀드에서는 외국 벤처캐피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특혜 아닌 특혜가 제공된다. 정부 지분한도에서 우선적으로 손실을 부담하는 ‘우선 손실 충당’과 펀드 투자자가 정부 지분을 일정한 금리 수익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저가매입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스라엘 요즈마펀드는 외국 벤처캐피털에게 정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제공했다.

외국자본 유치 위해 특정조건 보장
겉보기에는 먹음직스러운 떡이지만 실제로 한국형 요즈마펀드가 모태펀드처럼 벤처기업 성장에 젖줄 역할을 할지는 의문이다. 벤처산업의 특성상 가변적인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서두르는 것 자체가 문제다. 2월 24일 중소기업청의 올해 업무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국형 요즈마펀드’ 조성계획이 바로 다음날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등장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의 올해 업무계획은 이미 마련돼 있었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중소기업청이 기획재정부와 충분히 협의한 끝에 (2월 25일)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요즈마펀드의 등장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엇갈린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에 대한 고찰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태펀드가 더 적합” “요즈마펀드를 도입할 경우 도덕적 해이 문제가 더욱 악화될 소지가 높음”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건강한 벤처 생태계 조성에 실패했다는 것과 한국의 벤처 생태계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인 도덕적 해이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보고서에서 이 연구원은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한국형 요즈마펀드 도입보다는 모태펀드의 역할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요즈마펀드의 장점을 모태펀드에 접목시키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지난해 미래부가 이스라엘 요즈마펀드를 한국에 도입하려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의 생태계에 맞나라는 점에서 보고서를 쓴 것이고, 최근 정부에서 나온 한국형 요즈마펀드 안을 보았을 때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모태펀드가 하지 못했던 글로벌 펀드가 조성되는 것이고, 벤처 시장이 더욱 역동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 이정훈 선임연구원은 최근 <주간 금융경제동향>에서 ‘이스라엘 사례와 한국형 요즈마펀드(안)의 비교 및 시사점’을 통해 몇 가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원이 지적한 문제점은 이스라엘 요즈마펀드의 단기 회수 정책, 외국 벤처캐피털의 참여로 국내 벤처캐피털에 대한 역차별 우려, 해외 M&A로 인한 국내 기술 및 인재의 유출이다. 

국내 기술 유출에 대해 이 선임연구원은 전화통화를 통해 “정상적인 가격만 지불하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선임연구원은 “외국의 벤처캐피털이 국내 벤처 생태계의 개선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수익을 올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형 요즈마펀드에는 여러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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