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영화 방지·노사갈등 해소 ‘철도소위’ 종착역 잘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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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위원들 국토부ㆍ코레일이 주도한 유럽 4개국 답사, 경쟁체제 장점만 부각된 ‘민영화 루트’로 이뤄져…

이달 말 활동 시한까지 제대로 된 해법 내놓을지 의문

지난 12월 30일, 22일이라는 최장 기간의 파업 일수를 기록했던 철도파업은 여야 및 철도노조의 전격 합의로 극적으로 타결됐다. 세 가지 항목으로 된 합의문에서 유일하게 밝힌 파업의 출구는 ‘철도소위’였다. 

여야 동수로 구성된 ‘철도소위’는 ‘철도민영화 방지대책 마련’과 ‘노사갈등 해소’라는 두 가지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구성됐다. 3개월간 운영하기로 계획된 철도소위는 오는 3월 말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다. 종료 시점을 앞두고 있는 지금 철도소위는 철도파업의 두 가지 쟁점에 대한 해법을 찾았을까.

“답사자료 국토부 ‘마사지’로 실상 호도”
지난 3월 5일 철도소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 민주당 민홍철 의원, 윤후덕 의원,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 등 철도소위 위원들은 유럽 4개국으로 답사를 떠났다. 

철도산업발전소위 회의 모습. | 박민규 기자

철도산업발전소위 회의 모습. | 박민규 기자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4개국은 모두 철도 경쟁체제가 도입된 나라들이다. 답사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으로 인한 국내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앞두고 유럽의 철도 상황을 점검하고 중장기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답사를 국토부와 코레일이 주도하면서 ‘경쟁체제’의 장점만을 부각시키는 ‘민영화 루트’로 이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답사를 앞두고 국토부가 소위에 제출한 보고자료에는 독일,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일본 등 ‘외국의 철도구조개혁 현황’이 담겨 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답사 전에 의원들에게 나눠준 자료를 보면 사실관계가 잘못되어 있고 국토부의 ‘마사지’에 의해 실상을 호도하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 자료는 영국의 철도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영국이 1948년 철도 국유화 이후 만성적자에 따른 보조금을 해소하기 위해 1994년 민영화를 도입했고, 그 결과 영업수익이 증대하는 등 개혁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박 연구위원은 영국 철도의 개선 상황은 개혁의 효과가 아니라 엄청나게 증가한 시설투자비 등 민영화로 파생된 철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보조금에 기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에 자료는 프랑스의 철도개혁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의 철도개혁 방식은 국토부가 주장하는 상하분리가 아닌 상하통합 방식이다. 상하분리는 철도의 용지·선로·신호시설 등과 같은 고정시설의 소유와 그것을 이용하여 교통서비스를 계속하고 운용하는 것을 분리하는 것을 의미하고, 상하통합은 그 반대 의미다. 

국토부는 철도의 상하분리를 추진해 왔지만, 프랑스는 통합을 결정한 만큼 국토부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 국토부는 프랑스의 통합을 형식적 통합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불필요한 지주회사를 만들어 개혁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흥수 연구위원은 “국토부는 자신들이 독일형 모델을 따라간다고 하면서 독일 모델과 프랑스 모델을 비교하고 있다”며 “일단 우리가 독일형 모델을 따라간다는 것도 사실과 다른 데다가, 이에 대한 근거도 아전인수다”라고 말했다. 

“독일은 철도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감소하고 있는데, 프랑스는 증가하고 있다는 수치를 댄다. 하지만 독일은 통일하면서 낙후된 동독 철도 복원을 위해 철도에 엄청나게 투자를 했고, 통일된 이후 독일의 철도망이 제 구실을 해감에 따라 당연히 보조금이 감소한 것인데 이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무시하고 본인들의 주장에 아전인수격으로 갖다 붙이며 개혁이 가져온 효과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답사의원 “아예 민영화 하자” 주장도
그는 “이런 식으로 경쟁체제 도입의 장점을 홍보하는 식으로 답사를 하면 경쟁이 세계적 흐름이고 이를 반대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을 유도하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철도노조에서는 이런 점을 우려해 정부 측인 국토부 전문위원이 답사에 동행하는 만큼 철도노조 측 전문가도 함께 답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야당 의원 측을 통해 전달했다. 하지만 국토부에서는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다녀온 의원들의 말에 따르면 답사는 민영화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민간이 운영하는 경쟁노선 철도를 타고 가면 거기 임원들이 함께 탑승했다. 우리가 경쟁노선 도입을 할 텐데 노조의 저항은 없었는지, 투자자들은 어떻게 모았는지, 시설 운영은 어떻게 했는지 등에 대한 문답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국토부가 만든 동선을 따라 유럽의 민간철도를 경험한 의원들 중에서는 민영화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게 된 의원도 있다. 

강 의원은 “유럽과 우리는 좀 다른데 우리는 지금 민영화를 하는 게 아니라 국유철도가 하고 신설된 노선에 공기업을 하나 더 만들어서 공기업 대 공기업 경쟁을 시킨다는 거 아니냐. 100% 민영화를 하려고 하니 노조 등에서 반대를 해서 그렇게 된 건데, 유럽에서 민간철도를 보면서 의원들 중에서는 ‘아예 우리도 민영화를 해버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의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외국의 경향과 우리의 경향이 다른데, 유럽 철도를 통해 한국의 철도 경쟁모델을 찾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답사지역인 유럽이 한국에 적용하기 어려운 모델이라는 것이다. 

3월 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철도공사의 대규모 징계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 김기남 기자

3월 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철도공사의 대규모 징계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 김기남 기자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유럽은 각 국가별로 연결이 다 되어 있으니까 자국 혼자만의 철도가 아니지 않느냐. 우리가 취한 정책하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일본 철도를 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라며 “오스트리아에서 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한 민간철도인 베스트반도 타봤는데 자본 구성 자체가 국제적이더라. 그것도 정부가 국철하고 경쟁시키기 위해 들여놓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 실정과는 다른 모델들이다”라고 말했다. 

철도소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답사를 앞두고 “사실 자칫 잘못하면 정부 논리를 그대로 따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이번 답사가 3월 말 종료되는 철도소위 보고서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보고서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될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철도민영화 방지대책 마련’ 외에 철도소위 운영의 또 다른 목적 중 하나였던 ‘노사갈등 해소’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악화되고 있다. 현재 철도노조가 제일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부당전출이다. 

코레일은 지난 3월 12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순환전보가 있을 것이라는 공고를 냈다. 겉으로 내건 목적은 ‘다양한 업무기회 확대’이지만 노조 측은 노조를 무력화하고 파업 가담자들에 대한 징계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순환전보는 평점에 따라 결정되는데, 평점은 소속장의 평가가 좌우한다. 평가요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근태다. 특히 무단결근은 -5점으로 감점이 가장 높은 항목인데, 사측은 파업에 따른 근태는 실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치권, 소위 구성 초기부터 기대 안 해
하지만 노조 측은 이미 월급명세서에는 파업기간 동안의 결근이 ‘무단결근’으로 처리된 만큼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 대부분이 ‘무단결근’으로 감점을 받아 순환전보 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식 철도노조 운전조사국장은 “사실 기관사들에 대해 순환전보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목적은 폭넓게 다양한 기능을 익힌다는 건데, 오랜 기간 자기가 운전해온 관내에서 운전하는 것이 안전의 측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이다. 어느 선로에서 속도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이런 것들은 다 경험을 통해서 익혀야 하는 것인데, 순환전보를 하게 되면 초보 운전자가 기차를 모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기관사에 대해서 순환전보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파업이 끝나자마자 순환전보를 시행하려는 것은 업무복귀율이 가장 낮았던 기관사에 대한 사측의 징계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순환전보를 받게 되면 장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노조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워진다. 사측의 노조 무력화는 순환전보 이전에도 계속 이어졌다. 

130명 중징계와 노조에 대한 116억원 손배가압류가 대표적이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사측이 노조의 투쟁 동력을 없애고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소위의 한 관계자는 “파업이 종료되고 국회로 철도문제가 넘어오자마자 정부의 자세가 달라졌다”면서 “여론의 관심도 사그라지면서 더 이상 눈치볼 것이 없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철도소위가 구성됐을 때 정치권에서는 철도소위에 큰 역할을 기대하기보다는 다만 출구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종의 명분으로 구성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활동 종료 3개월을 앞둔 철도소위가 ‘철도민영화 방지대책 마련’과‘노사갈등 해소’라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은 소위 시작 때부터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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