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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식품사 여성고용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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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남성보다 많지만 대부분 저임금 감정노동…

임금격차 크고 계약직 많아 ‘불안정 고용’

유통·식품기업에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고용돼 있지만 임금은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김제남 의원(정의당)이 1000명 이상 상장기업 178개사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롯데쇼핑, 신세계, 오뚜기 등 유통·식품기업들에서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가 두 배 이상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현대백화점 등 일부 유통기업에서는 여성의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마트 등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경우 여성 직원은 1만1195명으로 남성 직원(7518명)보다 3600여명이 더 많다. 반면 롯데쇼핑의 평균 임금은 남성이 여성보다 2.5배나 더 많이 받는다. 

[정치]유통·식품사 여성고용 ‘빛 좋은 개살구’

여성 직원의 연봉이 평균 2000만원인 데 비해, 남성은 4900만원이다. 유통업종으로 같은 계열인 신세계와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신세계의 여성 직원은 2만7명이며, 남성은 943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임금 격차는 2.3배나 차이난다.

남성의 평균 연봉이 7400만원이며, 여성은 3200만원 정도다. 대형할인점인 이마트는 여성 직원(8051명)이 남성(6856명)보다 1600여명 많으나, 임금은 남성에 훨씬 못미친다. 

남성 평균 연봉이 5000만원인데, 여성은 2100만원에 불과했다. 식품기업인 오뚜기도 여성 직원이 압도적으로 많다.(여성 2219명, 남성 926명) 그러나 임금을 보면 여성은 평균 2200만원을 받고, 남성은 42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백화점은 여성과 남성의 평균 근속연수가 무려 4.5배나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근속연수가 평균 2.1년인 데 비해 남성은 9.4년으로 나타났다. 조기 퇴사 등으로 여성의 고용 안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얘기다.

유통·식품분야에서 여성 직원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임금이 적은 것은 여성 대부분이 판매원, 계산원(캐셔) 등 저임금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계약직 등으로 근속연수가 남성보다 짧기 때문에 임금에서 격차가 많이 난다. 

이와 관련, 정경은 국회 정책연구위원(정의당)은 “유통·식품분야에서 여성에 대한 고용은 많지만 임금은 매우 열악하다”며 “이는 관리직 등 높은 자리는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고, 여성들은 판매원 등 주로 감정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한 상장사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정받은 기업 중 일부는 전혀 여성 친화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친화인증제도는 여성가족부가 여성이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데 필요한 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을 선정,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가족친화기업은 지난 2012년 101개사, 2013년 288개사가 인증받는 등 지금까지 총 522개 기업에 이른다. 가족친화기업으로 선정되면 대출금리를 우대받을 수 있는 등 혜택이 있다.

가족친화기업 중 SK하이닉스와 대웅제약은 공시자료의 고용지표상 성별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외환은행과 롯데쇼핑은 여성 계약직 고용률이 매우 높았다. 

외환은행은 총직원 8106명 중 계약직 여성이 2282명에 달했다. 외환은행의 여성 계약직은 전체 직원의 28%에 이른다. 롯데쇼핑은 총 2만4976명 중 계약직 여성이 5303명에 달해 전체 직원의 21.2%가 계약직 여성으로 밝혀졌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에쓰-오일 등은 가족친화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남녀 성별 임금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은 여성 평균 연봉이 4400만원이었으며, 남성은 두 배가 넘는 9000만원이었다. 에쓰-오일은 남성과 여성의 연봉 격차가 두 배였다.(남성 7600만원, 여성 3800만원)

김제남 의원은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받은 기업들이 솔선수범해야 다른 민간부문에서 여성 일자리의 질이 향상될 수 있고, 대기업의 성차별적인 고용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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