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세입자 권리투쟁 나선 ‘맘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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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중점 목표로 삼고 있는 맘상모는 영업보장 기간도 기존의 5년에서 최소 10년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갑을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힙합그룹 리쌍이 ‘갑질 논쟁’에 휘말렸다. 리쌍이 자신들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던 서윤수씨(38)를 내쫓았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다. 

이 건물에서 2010년 10월부터 장사를 하던 서씨는 원래 건물주에게 5년간 영업을 구두로 약속받았다. 하지만 리쌍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서씨에게 계약서대로 건물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서씨의 가게는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높아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외롭고 막막했다”는 서씨는 여러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맘상모)의 시작이었다. 

지난 몇 달간 맘상모는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기자회견과 억울한 세입자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병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체계화와 건물주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지위의 필요성을 느껴 지난 2월 23일 정식 창립을 했다. 서씨는 현재 맘상모의 총무국장으로 있다.

맘상모 임원진이 12일 서울 홍대앞 두리반에서 상가세입자 피해사례를 놓고 토론하고 있다. | 백철 기자

맘상모 임원진이 12일 서울 홍대앞 두리반에서 상가세입자 피해사례를 놓고 토론하고 있다. | 백철 기자

맘상모가 생겼다는 것은 반대로 한국 사회에서 맘 편히 장사하기 참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서울시의 최근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상가 평균 임대기간은 약 21개월로 2년이 채 안 된다. 

지난해 8월 기준 평균 근속기간이 약 30개월인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19개월인 시간제 노동자(아르바이트)보다는 약간 나은 수준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중점 목표로 삼고 있는 맘상모는 창립총회에서 법의 보호대상 제한을 없애고, 영업보장 기간도 기존의 5년에서 최소 10년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권리금의 실체를 인정해 달라는 것도 맘상모의 주요 의제다.

권구백 맘상모 대표(48)는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베이비붐 세대 은퇴, 청년실업자 증가가 겹치면서 상가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많아 건물주에게 권리금을 뺏기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도 카페를 차린 지 10개월 만에 쫓겨난 임차상인이다. 그는 지금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부유한 임대인 보호법”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은 환산보증금이 4억원 이상인 세입자는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높은 보증금과 월세를 받는 건물주일수록 수입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런 건물에 들어온 상인들은 권리금을 떼이거나 1년 만에 가게를 비워야 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맘상모 측의 진단이다.

서윤수 국장은 현재 임차상인들의 신세는 계약직 노동자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간혹 자영업을 해보겠다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사를 하면 안 되는데 장사를 해서 죄송하다는 캠페인까지 했다. 현재 임차상인들은 계약직 노동자보다도 못한 처지다. 전 재산에 빚까지 얹어서 장사를 하는데 매년 계약 갱신할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하는 신세다.”

3월 14일 현재 맘상모 회원은 약 300명 선이다. 맘상모 회원들은 “그동안 억울한 상인들끼리도 서로 경쟁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 결과 지금의 상황까지 내몰렸다”며 임차상인들의 단결을 강조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지난 2002년 8월 제정됐지만 상가 세입자들이 자신들의 권리 보호에 직접 나선 것은 11년 만의 일이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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