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고삐 풀린 평창 땅, 입 벌어지는 재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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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2월, 재벌가 인사들과 유명 연예인 등이 평창 올림픽 주무대인 용평 알펜시아 일대의 노른자위 땅을 집중 매입해 투기의혹이 일고 있다는 보도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땅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 7일 토지거래제한구역 해제 조치가 내려졌다. 재벌가 땅들은 모두 혜택을 받게 됐다. 그들은 투기 선수들인가 투자 귀재인가.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이제 2018년 평창이다. 지난 2012년 2월, 평창발 불미스러운 보도가 있었다. 평창 올림픽 주무대인 용평, 알펜시아 일대의 노른자위 땅을 재벌과 연예인들이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집중 구입했다는 의혹 보도였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땅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 2월 말 현지 방문해 확인한 롯데가가 소유한 땅. 어린 묘목들이 심어져 있어 처분하지 않았을 경우 올해 6월에 부과될 예정인 이행강제금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 정용인 기자

지난 2월 말 현지 방문해 확인한 롯데가가 소유한 땅. 어린 묘목들이 심어져 있어 처분하지 않았을 경우 올해 6월에 부과될 예정인 이행강제금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 정용인 기자

<주간경향>은 소치 올림픽 직후부터 당시 보도된 재벌가 땅 지번을 바탕으로 등기부등본을 떼봤다. 거의 변동은 없었다. 

땅이 압류되어 임의경매에 들어간 이번우 전 KD파워 회장 부부의 땅과 역시 은행권에 가압류되어 지난해 11월 임의경매가 시작된 이현미씨(박승로 전 동부건설 상무 부인)의 용산리 땅을 제외하곤 모두 그대로였다. 

지난해 8월 폐암으로 사망한 고희선 새누리당 의원(농우그룹 회장)의 땅은 부인과 3녀1남 자녀에게 분할 상속되었다.

2012년 보도 당시 이들 재벌가 땅 소유주들은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왜 아직도 땅을 처분하지 않고 갖고 있는 것일까. “실구매자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땅의 경우, 그 지역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현지인에게 동일한 땅의 이용목적으로만 팔 수 있습니다. 

그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것이 2011년 8월인데, 그 무렵에 실거래가는 대부분 1㎡당 30만~40만원으로 올랐거든요. 현지인으로서는 그만한 돈을 동원할 능력도 없거니와, 설령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농사를 짓기 위해 그 비싼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강원도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의를 빚어도 꼼짝없이 처분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어린 나무 심어 ‘처분 대상’ 벗어나
땅들이 토지거래제한구역으로 묶인 것은 2011년 8월 3일. 실거래가는 매매가 이뤄져야 확인할 수 있지만 강원도청의 공시지가만 살펴보면 들썩이던 땅값은 그 후 묶였다. 2012년, 2013년 모두 제자리다. 

보도 이후 평창군청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농지경작 실태조사를 벌였다. 평창군청 관계자의 말. “사실 평창군 땅이 넓습니다.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보도로 물의를 빚은 땅 중심으로 조사를 했는데….”

조사는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서 농지를 소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실태조사에 기초해 처분조치가 지난해 12월 말 토지 소유자들에게 통보됐다. 

평창군 측이 밝힌 전체 조사건수는 165건. 지난 2012년 2월 재벌닷컴 조사로 밝혀진 23명의 재벌가와 연예인, 그리고 KBS 시사프로그램 창의 보도를 통해 추가로 밝혀진 정치인과 운동선수를 포함한 30여명보다 훨씬 많은 수다. 

약 130건에 해당하는 소유주는 당시 보도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 평창군이 이 중 처분 대상으로 통보한 것은 76건이다. 이들에게는 농지처분명령이 내려졌다. 통보 후 6개월, 그러니까 올해 6월 30일까지 농지를 처분해야 한다. 

그 이후에도 처분이 되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20%가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된다. “꽤 큰 돈이죠. 예를 들어 1㎡ 공시지가를 평균 잡아 7만원으로 보더라도 보통 몇천㎡ 이상씩 소유한 분들이니까요.”

농사를 짓는 경우, 다시 말해 처분유예 대상이 된 경우는? 165-76 즉, 89건이다. “농사를 짓는 것으로 확인되면 처분이 다시 유예됩니다. 3년 뒤 다시 조사를 하는 식이죠.” 

평창군청 측은 처분유예를 받은 사람과 처분요구를 받은 사람들이 누구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말 보도로 연예인 강호동씨가 처분 대상으로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예정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관련기사 참조) 앞서 언급한 재벌가 땅은 처분통보를 받았을까.

<주간경향>은 지난 2월 말 등기부등본을 근거로 평창 현지의 재벌가 소유 땅을 방문조사했다. 평창은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지난 2월 중순 영동 일대 대설피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재벌가·연예인 구입 땅들 중 일부는 아예 차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물의를 빚은 일부 땅들의 실태는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가 장선윤씨(여·전 롯데계열사 블리스 대표)와 장재영(남·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아들) 남매가 소유하거나 지분을 공유한 대관령면 용산리 394-5, 394-29번지 등의 땅은 알펜시아 정문 바로 인근에 있었다. 

이곳에는 어린 소나무와 잣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었다. 지난 2011년 보도 당시 현장을 방문해 확인작업을 벌였던 재벌닷컴의 정선섭 대표는 “물의를 빚은 이후에 심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여러 군데의 땅에서 그런 식의 ‘조치’가 취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돈 있는 사람들 차익 노린 건 투기
김석원 전 쌍용 회장의 장남 지용씨의 횡계리 땅에도 어린 묘목이 심어져 있었다. 지용씨는 현대가의 사위다.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지난 2008년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그에게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던 것도 나온다. 

등기부등본 상의 거래내역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범상치 않다. 땅을 구입한 이들 중 지난 2000년대 초·중반 대한민국 상류층의 상징으로 거론되었던 ‘타워팰리스’ 주소를 갖고 있는 이도 7명이나 된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사실 편법이라고까지 할 수 없지만 그런 경우 영농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게 됩니다.” 평창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니까 처분 대상이 아니라 영농을 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물론 애매하긴 합니다만 묘목이라는 것이 일단 심어놓으면 그것이 언제 팔려나가게 될지 어떻게 압니까. 일단 심어놨다면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결국 묘목을 심어놓은 것으로 처분 대상 유예대상자가 된다는 말이다. 

즉, 앞의 롯데가 소유의 땅이나 김지용씨의 땅은 처분 대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상식적인 의문. 재벌가의 사위나 전·현직 대표로 바쁜 사람들이 과연 이곳에 직접 와서 그 묘목들을 심었을까. 다시 평창군청 쪽에 물어봤다. 

“위탁경영도 가능합니다. 임대계약은 농어촌공사를 통해 하게 되어 있는데 개인간의 적접적인 계약에 해당하는 것이라….” 의문은 이어진다. 왜 저렇게까지 하면서 땅을 계속 가지고 있으려고 하는 걸까. 꼼짝없이 묶여 있는 땅을 어떻게 하든 처분하면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간경향>은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로부터 “3월 중순이 되면 재벌가 땅을 비롯해 그동안 토지거래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땅들이 해제된다”는 풍문을 들었다. 그리고 3월. 풍문은 ‘사실’이었다. 

3월 7일 강원도청은 토지거래제한구역 해제를 공지했다. 강원도청 토지자원과에 따르면 평창군의 경우 여전히 토지거래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던 21㎢ 중 13.94 ㎢, 약 64%가 이 날짜로 해제되었다. 

여전히 토지거래제한구역으로 묶인 곳은 올림픽특구로 지정된 7.82㎢다. 3월 7일 오후, 강원도가 공시한 ‘동계올림픽 개최지역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 조정(일부해제 후 유지) 지번조서’와 종전 토지거래제한지역 지정 지번을 대차대조한 결과 재벌 일가와 연예인이 소유했던 땅은 전부 해제되었다. 

공시 5일 후에는 실제 거래가 가능해진다. 허가구역이 해제되면 농지를 반드시 ‘평창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실제 농업인’에게 팔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5일 후, 즉 3월 12일 이후 재벌가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땅들의 처분에 나서는 걸까.

강원도청 담당과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기열기가 과열되는 등 특이동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도부터 토지거래 실거래가를 등기부등본에 기재해 신고하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만약 신고한 실거래가가 현지 시세와 차이가 난다면 정밀조사를 해서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전 같으면 다운계약 등을 통해서 실제 투기가 쉽고 많이 이뤄졌는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생기고 양도소득이 투명해지면서 어려워졌습니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일종의 ‘분위기’에 가까운 것인데 대관령 일대는 지난 2년간 안정되었고, 또 2006년 이후에는 실거래가 차액의 50% 이상은 무조건 양도세로 들어가게 되어 있으니 예전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땅값이 폭등하는 문제는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뉘앙스는 다르지만, 현지 부동산업계의 설명도 거의 비슷하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 A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제한으로 최대 피해자는 지역민”이라고 설명한다. 

“지역 주민으로서는 자식 교육을 하려면 땅을 팔아서 그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결국 다 경매로 나옵니다. 땅을 팔려고 해도 안 팔리니까 저당잡혔다가 넘어가는 겁니다.” 

B씨는 “거래가 안 되니 문을 닫는 부동산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7~8년간 점심값도 없어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도 서로 눈치만 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토지거래제한구역이 해제된 3월 7일 오후 다시 부동산업자 A씨와 통화했다.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해제 발표가 있었지만 오늘 오전까지 문의전화 한 통 오지 않았습니다. 양도세가 지금처럼 절반을 떼어가는 식이면 살 사람이 없으니….”

<주간경향>의 재벌가 땅 취재와 관련해 부동산 관계자들은 “재벌가 땅 대부분은 투기가 아닌 투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앞선 A씨의 말. “아니, 돈도 1년에 수백억원씩 버는 양반들이 왜 기껏해야 3억~4억씩 주고 땅을 샀겠습니까. 풍광도 좋고 장기적으로 봐서 발전이 될 것 같으니까 지금은 농지여도 나중에 토지계획이 변경되면 건물도 짓고, 그런 투자의 안목에서 산 사람들이지….”

개발호재 많아 매매 과열 가능성 높아
그런 것일까.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잘라 말했다. “역설적으로 그러니까 투기죠. 사업을 하려면 대단위로 구입해야 하는데, 보면 몇억에 몇백평 식의 구입이 많습니다. 

그것도 회사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로. 구입시점도 평창 올림픽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던 시점 아닙니까. 올림픽이 아니면 거기를 사야 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닙니까. 차익을 노린 것입니다. 

물론 돈이 있는 사람이 어디 가서 땅을 사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가 문제를 삼는 것은 재벌가 사람들이, 그렇게 손쉽게 돈을 벌려고 했다는 점이었죠.” 

한 재벌가 소유 땅에서 바라본 평창 올림픽 개최 경기장인 알펜시아 리조트. 재벌가 소유 땅들 대부분이 올림픽이 열리는 알펜시아·용평스키장 인근에 집중되어 있다. | 정용인 기자

한 재벌가 소유 땅에서 바라본 평창 올림픽 개최 경기장인 알펜시아 리조트. 재벌가 소유 땅들 대부분이 올림픽이 열리는 알펜시아·용평스키장 인근에 집중되어 있다. | 정용인 기자

그는 “토지거래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지역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 것은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으면 소치 올림픽이 끝난 지금 시점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에게 돌아가지 않았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투기와 투자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에게 물어봤다. “투자는 고용을 창출하고 만들어내는 행위입니다. 흔히 말해 GDP가 증가하는 행위이죠. 하지만 토지는 사고 판다고 GDP가 증가하지 않습니다. 생산활동의 대가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만든 부 중 일부를 가지고 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다른 상품(동산)들이 현재의 가치가 투여되었다면 부동산은 앞으로 얻게 될 미래의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남 소장은 설명한다. 

“주식도 미래가치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면이 있지만 주식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조달해주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또 주식시장에서 손해는 시장에 참여한 사람에게만 끼치는 반면, 토지 투기는 주변의 지가상승으로 거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근절되어야 할 행위입니다.” 

실제의 생산활동에 이어지지 않은 토지 구입은 대부분 투기에 해당한다는 결론이다. 그는 토지거래허가제로 땅값을 묶어놓는 것도 일종의 대증요법에 해당하며 토지가격 상승분만큼 원리금을 보장하는 대신, 나머지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실소유자 중심으로 토지 거래가 이뤄지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공지 후 5일 후인 3월 12일이면 실제 거래가 가능해진다. 재벌가들은 땅을 처분하게 될까. <주간경향>의 문의에 롯데그룹 관계자는 회장 일가의 용산리 땅과 관련, “기업 명의도 아니고 개인 명의로 이뤄진 거래라서 그룹 차원에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밝혀왔다. 

지난 2005년과 2009년, 대관령면 용산리 263-12, 266-10 등 11필지를 공동구입한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은 3월 7일 회사 관계자를 통해 “2013년부터 대리인을 통해서 두릅을 경작하고 있다. 노후에 대비하여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토지거래제한구역이 해제되더라도 그 땅을 팔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

재벌가 인사들은 평창 땅 구입으로 손해를 본 것일까. <주간경향>은 강원도청이 공개하고 있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이들이 구입한 시점과 현재의 가격을 비교해봤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땅값은 제자리 걸음에 머물렀지만 공시지가 기준으로만 봤을 때도 대부분 3~4배 이상 올라 이득이 남는 것이었다. 

실제 문종박 현대 쉘베이스오일 대표와 부인 송미숙씨가 공유자 3명과 함께 구입한 땅의 공시지가는 구입 시점(2005년) 이후인 2006년도에 1㎡ 당 3390원이었던 땅이 2012~2013년도에는 1만700원으로 뛰었다. 

정선섭 대표는 “실제 2012년도에 해명을 들어보니 자신이 그 땅을 소유한지도, 그 땅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고 말했다. “그 중 일부는 기획부동산에 속아 산 것으로 추정된다”고 정 대표는 덧붙였다.

어쨌든 3월 7일 토지거래제한구역 해제조치로 논란이 되었던 재벌가 땅들은 혜택을 받게 되었다. 남기업 소장은 “개발호재가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매매 과열될 여지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2012년 이후 불거진 재벌가 평창 땅 투기 논란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 곤혹스러웠겠지만 꿋꿋이 버틴 ‘가진 이들’의 입장에서 돈 불리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고. 2014년도에도 지속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Mr.Q’ 정윤회씨 도사리 땅은?

2012년 재벌가 땅 투기의혹 당시는 논란이 되지 않았지만, 뒤늦게 연관되어 주목을 받은 땅이 있다. 정윤회씨의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의 목장 땅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정윤회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Mr.Q”로 불렸다.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당시 입법보좌관을 역임한 정씨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후 잠적했다. 하지만 막후의 비선을 지휘하고 있다는 의혹은 지난 대선 후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씨는 박 대통령 관련 의혹이 집중되는 최태민 목사의 사위다. 정씨는 지난 2004년 부인 최순실씨와 함께 도사리 땅을 구입했다. 평창 올림픽 유치전을 앞두고 재벌가 땅 투기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시기다. 

<주간경향>은 이번 취재에서 정씨 부부의 평창 땅을 취재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설의 여파로 차량으로는 이동이 도저히 불가능한 땅이어서 결국 현장방문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외진 곳에 땅을 구입한 이유와 경위는 무엇일까. ‘도사리 목장 땅’은 현지 부동산업자들도 기억하고 있는 땅이었다. 현지 부동산업자들은 “(정씨 구입 이전에는) 그 땅의 경우 전 소유자가 몇 차례 팔려고 내놨지만 너무 입지조건이 좋지 않아 판매를 포기했던 땅”이라고 말했다.

땅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1년 시점에 변화가 일어난다. 2004년 땅의 매입시점에는 정씨가 지분의 10분의 3, 부인 최순실씨가 지분의 10분의 7을 나눠 소유하고 있었다. 

2011년 5월 정윤회씨는 자신의 지분을 딸 정○○양에게 증여한다. 이어 7월에는 부인 최순실씨가 다시 자신 땅 지분의 20%를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딸에게 증여, 현재는 최씨와 딸이 각각 절반의 지분을 소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강남의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딸은 국가대표 승마선수다. 정씨는 지난해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동물을 좋아해 은퇴한 뒤 시골 가서 소나 말을 키우려고 준비한 건데 말 나온 뒤 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세가 험해 목장을 경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인근 부동산업자들의 이야기다. 

한편, 등기부등본을 보면 지난해 8월 이 땅을 소유한 딸 정○○씨의 주소지가 변경된 것으로 되어 있다. 확인한 결과 이 주소는 종전 정씨 가족이 사는 것으로 되어 있던 신사동 건물의 도로명 주소였다. 

<주간경향>은 지난 대선 당시 이 지번에 정씨가 실제로 거주하는지 여부를 체크했지만 당시 돌아온 답변은 “여기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건물에는 정씨가 운영하던 회사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 지난 2007년 이후 문을 닫았고, 현재 정씨와 관련된 시설은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그의 행적은 ‘의혹’에 휩싸여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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