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선 어떤 축구가 유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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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의 우승은 일명 티키타카 축구로 알려진 스페인이 차지했다. 90분 내내 짧고 간결한 패스를 통해 볼을 소유하고 상대에게 공격할 기회를 주지 않는 스타일의 축구를 ‘티키타카’라고 부른다.

하지만 모든 팀들이 점유율을 중시하는 티키타카 축구를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 진영에서 볼을 빼앗겼을 때 바로 공격수들이 다시 압박하여 공을 탈취하고, 그 지점에서 빠른 역습을 통해 득점을 추구하는 ‘게겐 프레싱’(Gegen Pressing·재압박)에 초점을 맞춘 팀들이 훨씬 많았다.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는 선수 전체의 기량과 조직력이 최고 수준에 도달해야 가능하므로 스페인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구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강팀은 약팀을 상대로 점유율을 높이는 전술을 추구하고, 약팀은 강팀을 상대로 역습 위주의 전술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엔 공격하다 볼을 빼앗기면 다시 재압박하고 빠른 카운터 어택을 노리는 것이 모든 팀들의 공통적인 전술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어떠한 축구 전술이 대세가 될 수 있을까?

티키타카를 앞세워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팀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티키타카를 앞세워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팀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투톱에서 원톱으로, 이젠 제로톱까지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토털 축구의 진화다. 현대 축구에선 선수들의 고정된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 공격수가 볼을 받으러 아래로 내려오면 미드필더나 윙백이 최전방 지역으로 침투하기도 하고, 볼을 빼앗긴 그 지점에서 다시 바로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 

자신의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역할을 즉시 수행해야 하는 축구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1970년대 요한 크루이프를 중심으로 토털 사커를 추구했던 리누스 미헬스 감독의 공격과 수비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이제 진정으로 실현되어 가는 모습을 브라질에서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제로톱(또는 false 9)이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 때 대부분의 팀들이 투톱을 버리고 원톱을 최전방에 세우고 수비 시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리는 전술을 사용하였다. 

브라질에선 이 원톱마저 없는 팀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중앙공격수를 최전방에 고정시키지 않고 상대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 사이에서 일차적으로 움직이는 제로톱은 이미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등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시도됐다. 확실한 원톱 자원이 없는 대표팀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브라질 월드컵에선 조직력보다 개인능력이 팀의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도 크다. 월드컵은 유럽의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 열리기 때문에 각국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또 각 클럽에 흩어져 있는 선수들을 단기간에 소집해서 팀을 구성하므로 조직력을 클럽팀처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브라질은 기후도 유럽과 다르고, 이동거리는 길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 팀들이 속출할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공격과 수비에 걸쳐 선수별 개인 기량이 우수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그 어느 월드컵보다 높아 보인다.

축구 전술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1930년대 유행했던 제로톱이나 false 9을 현대 축구에서도 최상위 팀들이 사용하고, 아직도 리베로를 두고 수비진을 운용하는 팀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전술에 선수를 맞추는 팀’보다 ‘선수에 전술을 맞추는 팀’이 축구사에서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사실이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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