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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원지사 선거는 1대 10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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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강원지사 “지역구의원 새누리당 일색이라 힘든 대결… 그래도 민주당은 동부벨트에 힘 쏟아야”

민주당 소속 최문순 강원지사는 요즘 뛰고 또 뛰고 있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도지사로서 러시아 소치에 가서 올림픽 진행상황을 점검했고, 강원도 영동지방을 하얗게 덮어버린 폭설 피해 복구를 위해 서울을 오가며 중앙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다. 최 지사는 고성, 속초, 강릉 등 영동지역에 상주하며 제설작업을 하는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하지만 최 지사는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많이 뛰어야 한다. 민주당세가 약한 강원도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발로 뛰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 지사는 지난 2011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한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지난 2월 13일 속초 제설작업 현장에서 최 지사를 만나봤다.

[정치]“이번 강원지사 선거는 1대 10 싸움”

강원도는 도의회, 시장 및 군수가 새누리당 일색이다. 민주당 소속 도지사로서 도정을 이끌어가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사업을 속도를 내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서 전국에서 최초로 고교 무상급식 도입을 추진했었는데 도의회에서 부결됐다. 재선하면 다시 설득해서 추진할 것이다.

반면 몇 가지는 도의회를 설득해서 해냈다. 강원도립대학의 등록금을 90% 가까이 깎았다. 그래서 학생 평균 등록금이 254만원에서 12만원으로 줄었다. 전체 학생의 70%는 등록금을 아예 내지 않는다.”

강원지사에 다시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지난 2011년 강원지사 재·보궐선거 때는 민주당에서 내보낼 만한 후보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가 차출돼서 출마했다. 당시 나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만들어준 민주당에 빚을 갚아야 했다. 

지금도 민주당에서는 후보가 없다. 그리고 임기 3년은 공약을 이루기에는 너무 짧다. 평창 올림픽 등 계속되고 있는 사업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출마를 결심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최 지사께서 재선을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강원지역은 새누리당의 50년 텃밭이다. 여기에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춘천과 속초 등에 많이 살고 있고, 철원·화천지역에는 군인들이 많이 있다. 특별한 선거전략보다는 강원도는 넓으니까 발로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인물론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원도는 지역구 의원 9명 모두가 새누리당 소속이다. 선거를 도와줄 민주당 의원은 한 명도 없는데.
“그렇다. 이번 선거는 1대 10의 싸움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9명에다 도지사 후보까지 포함하면 10명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하고, 민주당에서는 나 혼자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민주당의 조직이 새누리당보다 열세에 있기 때문에 힘든 선거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최흥집 전 하이원리조트 대표, 이광준 전 춘천시장 등 지역 정치인들이 출마를 선언했다. 최 지사는 이들보다 중앙 정치인을 상대하고 싶다고 했는데.
“새누리당에서 지방 정치인들보다는 국회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이 나왔으면 한다. 그래서 이재오 의원 같은 중앙 정치인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이재오 의원은 묵호 출신이다. 누가 승리하든 거물급 정치인이 강원지사가 돼야 강원도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지사가 3명이라는 말도 있다고 들었다. 최 지사와 김진선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이광재 전 지사 3명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번 선거에서도 두 명 모두 선거를 도울 수도 없다. 이광재 전 지사는 정치활동이 금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선거를 돕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김진선 조직위원장도 현재 공무원 신분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선거에 관여할 수 없다.”

최근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 소치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평창올림픽 준비는 잘 되고 있는가.
“러시아 소치는 이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무려 55조원을 투자했다. 투자규모만 놓고 볼 때 소치 동계올림픽 예산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보다 5배 많다. 하지만 우리는 올림픽의 운영과 내용면에서 이런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철저히 준비하면 소치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사 재직 기간에 도정의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
“재임 기간 성과로는 동해안권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고, 글로벌 테마파크인 ‘레고랜드’가 춘천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한때 외국 언론에서 유령공항이라고 보도됐던 양양공항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45만명의 승객이 양양공항을 이용했다. 아쉬운 것은 강원개발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리조트인 알펜시아의 적자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영업여건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 것으로 본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중앙당에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해 요청하고 싶은 것은.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취약지역인 동부벨트를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호남을 지키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강원도와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또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을 막으려고 광주 등 호남지역에 수비를 하러 가면 안 된다. 민주당이 대구에서는 김부겸 전 의원을, 경북에서는 이용득 최고위원을 각각 공천하면 승산이 있다.”

최 지사는 재선에 성공하면 남이섬에서 최문순·박원순·인순이가 함께하는 ‘삼순이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순이를 잘 안다. 박 시장은 시민단체 활동을 할 때부터 알았고, 최근에도 제설장비 지원문제로 통화했다. 인순이는 최근 강원도와 함께 홍천에 다문화학교를 설립했다. 아직 본인들의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지만 축제가 열리면 재미있을 것 같다. 재선하면 한 번 고려해볼 것이다.”

최근 KBS 앵커 출신인 민경욱씨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나도 MBC 사장을 그만둔 지 한참 있다가 정치권에 들어갔지만 욕을 많이 먹었다. 그런데 현직에 있던 언론인이 곧바로 청와대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퇴직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정치권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이런 시스템이 제도화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대중적 인기가 있는 앵커 출신은 바로 정치인이 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속초/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손현진 인턴기자 llglays@naver.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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