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고네스가 남긴 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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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일 ‘오르탈레사의 현자’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스페인)이 75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4강을 차지한 이래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본선에 10회 진출했던 스페인은 계속 8강 징크스에 시달렸고, 조별리그에서 4회, 16강 2회, 8강 3회에 그치며 무관의 강호로 머무르고 말았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요 국제대회 징크스 극복이 스페인의 비원이었다. 유로2008에서 스페인을 정상으로 이끌며 국제대회 징크스를 깨뜨린 주인공이 바로 아라고네스 감독이었다.

스페인 축구는 아라고네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라고네스 감독이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이 유로2008 결승 독일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이 유로2008 결승 독일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스페인이 유로2004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후 아라고네스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아라고네스는 기량이 우수한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월드컵과 유로대회에서 번번이 실패를 맛본 스페인 대표팀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고심했다.

스페인 내의 뿌리 깊은 민족 갈등으로 팀이 하나로 뭉치지 않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고, 체격이 작고, 수비력이 부실한 게 약점으로 지적됐다.

아라고네스는 우선 스포츠 심리학자를 고용해 선수들의 나약한 정신력부터 개조해 나갔다. 선수들 사이에 남아 있는 뿌리 깊은 민족감정을 국가에 대한 자부심으로 바꿔주었고, 외부의 비판에 대해 선수들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수들의 무한신뢰도 이끌어냈다.

그는 선수들을 재미 있는 애칭으로 부르며 친근한 분위기를 유도했고, 전술적인 설명이나 상대 분석에서도 늘 유머를 잃지 않으며 선수들에게 웃음과 승리에 대한 확신을 동시에 불어넣었다. 이러한 시도는 기술적이고 전술적인 준비보다 더 크게 팀을 변화시켰고, 수많은 훈련보다 더 크게 팀의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어냈다.

스페인 ‘티키타카’ 축구의 출발
아라고네스는 2006년 독일 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랑스에 지면서 스페인이 강팀으로 나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재능이 넘치는 사비 에르난데스, 이니에스타, 토레스, 비야와 같은 선수들을 발굴했고, 체격이 작은 스페인 대표팀이 전술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기술, 영리함, 기동력,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삼아 소유와 지배를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하도록 이끌었다. 현재 대표팀의 핵심인 ‘티키타카’ 축구의 출발이었다. 이러한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수비력이 떨어지고 활동량이 적은 선수들을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유로2008에 참가할 때 이전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라울 곤잘레스를 과감히 선발에서 제외하고, 공격과 수비에 균형이 잡힌 토레스와 비야를 중용한 것은 새로운 축구를 알리는 아라고네스의 선언이었다.

아라고네스의 철학은 유로2008 우승으로 결실을 맺었고, 이후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도 그의 축구관을 계승, 발전시켜 나갔다. 그 결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최근 스페인 황금세대를 이끈 선수들이 노쇠한 데다 티키타카 축구에 대한 대응법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스페인 대표팀의 경기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출신의 디에구 코스타가 브라질 대신 스페인 대표팀을 선택하면서 스페인은 다시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했다. 무엇보다 아라고네스의 훌륭한 유산이 남아 있는 한 스페인은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우승후보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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