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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결혼할 때 사람을 보지 가문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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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노리는 안희정 충남지사 “충남도민들, 당보다는 나의 성실성을 보고 선택할 것”

“지난 지방선거 때 충청 출신 정치인들이 지역주의 벽에 가로막혀 2인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를 극복해 보겠다고 말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실천했다고 생각”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등 여권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안희정만은 꺾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6월 지방선거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이기기가 만만치 않다는 조급함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차기 또는 차차기에 여권을 위협할 수 있는 대권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여권의 경계감이 들어 있다.

실제로 안 지사는 친노(노무현) 진영의 대표적 아이콘을 넘어 김대중·노무현을 잇는 야권의 정통 적자로 존재감을 각인시켜 나가고 있다. 안 지사의 재선 여부가 충청권을 떠나 전국적 관심사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표지이야기]안희정 “결혼할 때 사람을 보지 가문 보나”

안 지사는 “젊은 지사로서 충남에서 지방자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나의 성실성과 부지런함을 잘 알고 있는 도민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며 재선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인터뷰는 지난 1월 20일 충남도청에서 이뤄졌다.

안 지사께서 지난 연말 ‘정신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을 장자라는 자부심이 있다. 집안을 이어가는 맏이가 되겠다’고 밝혔다.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미 아닌가.
“그 말은 지난 20년 동안 내가 해왔던 얘기다. 민주당 당원이라면 ‘김대중·노무현’을 이어가겠다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다른 당원들도 나와 같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 

(대권 문제는) 일단 도지사직을 잘 하고 나중에 판단할 일이다. 도지사 업무를 통해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 또는 비전이 생기면 그때 가서 생각해볼 문제다. 지금은 제 스스로 (국정을 운영할) 정도의 수준까지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안 지사는 4년 전 충남지사 출마의 변에서 김종필·이회창·정운찬 등 충청도 지도자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2인자 노선’을 따라가지 않겠다고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홀로서기를 이뤘다고 생각하나.
“여야를 막론하고 내가 차세대 정치인으로서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정치인이 됐다는 것은 도민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충청도 출신인 김종필·이회창 같은 정치인이 지역주의 벽에 가로막혀서 2인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지난 지방선거 때 그런 충청도의 역사를 극복해 보겠다고 말했다. 지금에 와서 그 공약을 완벽히 이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실천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해 차기 대선에 다시 출마할 뜻을 밝혔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문재인 의원은 내가 오랫동안 모셔온 대선배다. 문재인 의원의 당시 말 뜻은 차기 대선 출마가 아니고 다음번 정권교체를 위해서 자기가 해야 할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었다. 다음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이 아니다. 

사실 문 의원이 그렇게 말한 것이 민주당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문 의원의 대선 출마 문제는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다. 정당의 대선후보로서 공천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 벌써부터 그 문제로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만든 영화 ‘변호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화 ‘변호인’에 대한 감상은.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젊은 날에 대한 기억들 때문에 많이 슬프고 힘들었다. 나도 사실 학생운동을 하다가 남산 안기부 지하실에 끌려가 한 달 동안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 폭력 앞에 기가 꺾였었다. 그것이 너무 부끄러워서 평생 나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영화를 보니까 잔뜩 겁에 질린 학생들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 영화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오는 2월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주년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평가해 본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의 임기가 5년이기 때문에 임기 첫해는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임기 5년 중 도입부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정치·선거개입 문제나 NLL과 관련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문제를 빨리 매듭지었어야 했다. 특히 국정원 댓글문제는 책임자를 엄격히 수사했어야 했다.

박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초기에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꾸 사건이 커졌고, 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도 깊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대북송금과 관련해 특검하라는 한나라당의 요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것은, 거부권을 행사했으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계속해서 이 문제를 끌고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노 대통령은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민선 6기 충남지사 도전 의사를 밝혔는데,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나는 젊은 도지사로서 충남에서 새로운 행정체계 확립, 도민과의 소통, 경제성장 등 신모델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갈 것이다. 도민들이 나의 성실성과 부지런함을 인정해줄 것으로 믿는다. 

도정업무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도민들이 기회를 다시 한 번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지사로서 도민들에게 재선에 대한 의향을 여쭤보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주간경향> 여론조사 등 최근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안 지사는 새누리당 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결과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은 지난 4년 동안의 업무를 되돌아보며 도민들의 평가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안 지사는 충남지사 후보들 중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다른 곳보다 낮게 나오고 있다. 소속 정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정당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결혼할 때 신랑과 신부는 상대방의 가문을 보는 것보다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결정한다. 

제가 원칙 있고 소신 있게 충남도정을 이끌어온 만큼 도민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이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권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방선거에서 안희정만은 꺾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의 파상공세에 맞서 승리할 자신이 있나.
“그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설마 청와대가 그런 행위를 뒤에서 조종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청와대는 선거 중립의 의무가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충남을 격전지로 분류하고, 당의 전력을 다한다는 소식은 들었다. 이런 때일수록 제가 갈 길을 꾸준히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표지이야기]안희정 “결혼할 때 사람을 보지 가문 보나”

안철수 신당의 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철수 신당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의 갈망으로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은 기존의 정당이 왜 불신을 받는지, 안철수 신당이 왜 출현할 수밖에 없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이 지역에서의 야권연대는 민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국면에 가서 민심이 야당끼리 힘을 합치라면 합쳐야 하고,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는 서로 경쟁하라고 하면 경쟁해야 한다.”

민선 5기 충남지사로서 가장 크게 이룬 업적은 무엇인가.
“뭐니뭐니 해도 충남도민이 먹고 살아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경제성장률에서 좋은 성과를 보였다.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지역내 총생산(GRDP)이 84조9000억원이었으며, 1인당 GRDP는 4000만원, 수출은 62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민선 4기 말기인 2009년 말보다 GRDP는 30.4%, 1인당 GRDP는 40.3%, 수출은 57.4% 증가한 것이다. 이는 민·관 협력,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치를 행정에 접목시킨 결과다.”

도민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했는가.
“충남 공무원들이 도정과 관련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했다. 도민들 속에서도 갈등이 생기면 대화를 통해 풀려고 노력했다. 21세기의 리더십은 지사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대화, 조화, 공생을 통해 리더십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참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공립의료원과 관련해 병원 경영진, 의료원 노조와 충남도청의 생각이 처음에는 달랐다. 이런 문제 해결의 방식은 당사자들간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었다. 충남도청에서는 공공의료정책을 만들고, 병원 경영진과 노조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았다.”

최근 안 지사는 충남의 역점사업으로 이른바 ‘역간척사업’을 제시했는데, 어떤 사업인가.
“우리나라는 식량증산, 경제성장, 재해예방 등을 위해 방조제 건설과 간척사업을 추진해 왔다. 바다와 강을 연결하는 수로를 모두 막아 간척사업을 해왔다. 충남도 마찬가지다. 충남에만 270개의 하구언이 있다.

하지만 하구의 경우 해수와 담수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높은 생산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척사업 등으로 자연생태계가 많이 훼손됐다. 이에 따라 연안 및 하구의 생태적 가치에 대해 재점검해볼 시점이라고 판단해 이 사업을 제안했다. 

이 사업의 정식 명칭은 ‘연안 및 하구 생태복원사업’이다. 이는 20세기의 농업국가적 발상에서 21세기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연안을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충청권은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충청지역의 민심이 전체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으로 보나.
“우리 정치는 오랫동안 영남과 호남으로 나뉘어 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역대 선거 때마다 충청도의 선택에 따라 선거 판세가 판가름이 났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지역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안 된다.

나는 충청도가 지역주의 입장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기보다는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그동안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충청도가 선거 때마다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 것은 지역주의에 발이 묶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충남도청이 내포시로 이사한 지도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일각에서는 안 지사의 넓은 관사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는데.
“나무도 웬만큼 키워 놓으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 도청이 자리잡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초기 개척자 심정으로 고통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 도지사 관사는 개인적으로 편히 살자는 곳이 아니다.

관사는 업무공간의 연장선상에 있다. 관사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도지사의 경우 24시간 동안 종합행정업무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민들께서 관사제도에 대해 이해를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충남 홍성/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전소라 인턴기자 qwertcandy@naver.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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