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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엉금엉금’ 독일차 ‘쌩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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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내 자동차시장 결산, 국산차 신규등록 줄고 수입차는 늘어

‘독일차 약진, 현대·기아차 고전.’

지난해 국내 자동차시장 기상도다. 거센 수입차의 도전에 국산 자동차 메이커들이 고전했던 한 해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등록 기준으로 보면 국산차는 1.2%가 감소했지만 수입차는 19.4%나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의 대표 차종인 아반떼와 쏘나타, 기아차 K5의 등록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줄어들면서 고전했다. 싼타페, 투싼 등 레저용 차량(RV)이 선전했지만 주력 차종이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반면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폭스바겐 파사트 등은 20% 이상 차량등록이 늘었다. 독일차 강세는 올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국토교통부의 국내 자동차 등록 자료를 통해 2013년 국내 자동차시장을 돌아보고 2014년을 전망해 본다.

현대차 터키공장 생산현장. | 경향신문

현대차 터키공장 생산현장. | 경향신문

‘10만대 등록’ 기록 깨진 아반떼·쏘나타
지난해 국산차 신규 등록 대수는 138만6889대로 전년(140만3656)보다 1.2%인 1만6767대가 감소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가 전년보다 2.8% 증가한 것과 상반된다. 반면 외국산 차량은 19.4%나 등록이 늘어났다.
국내차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동반부진이 컸다. 현대차 등록은 2012년 65만3034대였지만 2013년은 63만5605대로 1만7429대(2.7%)가 줄어들었다. 기아차의 등록 감소는 더 컸다. 2013년 45만5138대 등록에 그쳐 전년(47만6092대)보다 2만954대가 줄어들었다. 감소율은 4.4%나 됐다.

현대·기아차의 부진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환율효과가 적지 않았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더 싸진 수입차를 막기 버거웠다는 얘기다. 르노삼성도 자동차 등록이 소폭 감소했다. 2013년 5만9074대가 등록돼 전년(5만9891대)보다 1.4%인 817대가 줄어들었다. 신차들이 하반기에 출시돼 신차효과를 보지 못한 탓도 있는 것으로 현대차 측은 분석했다.

그래도 잘 나간 곳은 있다. 쌍용차와 한국GM이다. 쌍용차는 6만2043대가 등록돼 전년(4만8291대)보다 34.0%인 1만5752대가 늘었다. 한국GM도 전년보다 3.7% 증가한 14만9664대가 등록됐다. 차량 대수로 보면 전년보다 5298대가 더 등록됐다. 현대차가 각종 리콜사태로 주춤거린 사이 그 틈새를 잘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누적 기준으로 등록된 국산차 1850만대 중 48.7%인 901만대는 현대차, 27.1%인 500만대는 기아차로 집계됐다. 국산차 10대 중 7대가 현대·기아차라는 얘기다.

올해 가장 많이 등록된 차는 현대 아반떼, 기아 모닝, 현대 쏘나타 순이었다. 이어 현대 그랜저, 현대 싼타페, 기아 K5, 한국 GM 스파크, 기아 K3, 기아 스포티지, 현대 투싼이 10대 등록차였다. 10대 등록차 중 현대가 5개 차종, 기아가 4개 차종, 한국 GM이 1개 차종이다. 현대·기아차가 차량 모델별 신규등록 상위를 독식하는 현상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내용으로 보면 현대차 아반떼와 쏘나타는 굴욕에 가까웠다. 두 차종은 나란히 연간 ‘10만대 등록’ 기록이 깨졌다. 아반떼가 전년보다 14.5%, 쏘나타가 12.1% 등록 감소했다. 

아반떼는 2012년 11만1006대가 등록됐지만 2013년엔 9만4636대 등록되는 데 그쳤다. 쏘나타도 2012년 10만3759대가 등록됐지만 2013년은 9만1141대 등록에 머물렀다. 두 차종 등록이 9만대로 내려앉으면서 2013년 등록된 차량 중 단일 차종으로 10만대 이상 등록된 차량은 하나도 없다.

기아차의 주력인 K5도 등록 대수가 20.2%나 줄었다. 2012년 7만9050대가 등록됐지만 2013년은 6만3041대 등록되는 데 그쳤다. 다만 기아차는 소형차 K3와 대형차 K7이 선전을 해 체면치레를 했다. K3는 2012년 2만1882대가 등록됐지만 지난해는 5만2214대로 138.6%가, K7은 같은 기간 1만8959대에서 2만6412대로 39.3% 각각 증가했다.

독일차 ‘빅 4’ 판매량 10만대 넘어

[경제]현대차 ‘엉금엉금’ 독일차 ‘쌩쌩’

현대차를 살린 것은 레저용 차량이었다. 싼타페는 8만대가 넘게 등록됐다. 2012년 6만4926대에서 지난해에는 8만294대가 등록,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23.7% 증가율이었다. 지난해 중반 ‘수타페’ 논란으로 발목 잡히지 않았다면 더 거센 돌풍을 기대해볼 만했다. 또 투싼도 같은 기간 3만7741대에서 4만3053대가 등록돼 전년보다 14.1% 증가했다.

지난해 2만대 이상 등록한 수입차 자동차 메이커는 4곳인데, 모두 독일 메이커였다. BMW, 폭스바겐, 벤츠, 아우디다. BMW는 3만3089대, 폭스바겐은 2만5653대, 벤츠는 2만5321대, 아우디는 2만54대가 각각 등록됐다. 4개 메이커는 지난해 10만4117대를 등록시켰다. 

지난해 쌍용차(6만2000대)와 르노삼성(5만9000대) 등록차량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BMW는 전년 대비 17.4%, 폭스바겐은 39.3%, 벤츠는 20.3%, 아우디는 32.5%씩 각각 등록 대수가 늘었다. 그만큼 많이 팔렸다는 얘기다. 

수입차는 지난해 등록이 전년 대비 19.4%나 늘었는데, 업계 내에서는 ‘세일 서프라이즈’로 보고 있다. 다양한 모델들이 쏟아져나왔고, 특히 2000만원대의 저가 신차가 많이 선보인 영향이 컸다.

수입차(90만대) 누적 통계를 봐도 4개 독일 제작사(BMW,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의 점유율이 53.3%로 압도적이다. BMW는 만년 1위 자리를 고수해 왔고, 벤츠는 꾸준한데다 최근에는 폭스바겐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독일차는 ‘프리미엄 차량’이라는 시각이 있는 데다 최근 국산차 가격 인상과 환율에 따라 가격 인하의 반사이익까지 얻고 있다.

전 세계에서 1000만대를 판다는 글로벌 1위 도요타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1만대도 못팔았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0.9% 판매량이 줄어든 7492대만 팔았다. 랜드로바(61.7%), 포드(46.1%)는 물론 같은 일본차인 혼다(22.6%), 닛산(27.6%)과도 비교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0%에 가까운 성장을 했지만 올해는 판매량이 10% 초반대로 늘어나리라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 중인 수입차가 450종에 이르는 등 다양한 모델과 가격대, 디자인이 출시되면서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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