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상생협약 비웃듯 돌변한 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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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였던 일부 기업들 협약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불공정거래 등 다시 ‘갑질 본색’

소나기를 피하면 우산은 필요 없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쓸모가 없어지듯이. 거센 폭풍 같던 ‘을의 반란’에 고개 숙였던 몇몇 기업들의 행태가 딱 이 모양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남양유업·한국GM·배상면주가·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14개 기업이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에 따라 갑을 분쟁을 타결했다. 28개 기업은 갑을 상생협약 체결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갑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었다. 소나기가 그치자 우산을 내던지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고개 숙였던 기업이 돌변한 것이다.

국정감사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2009년 4월 국순당 대리점주 3명은 불공정 계약 강요와 물량 밀어내기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국순당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4년 만에 국순당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원을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다. 

10월 20일 롯데재벌피해자모임 가맹점주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10월 20일 롯데재벌피해자모임 가맹점주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대리점주의 하소연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까지 나서서 국순당을 향해 갑을상생협상을 촉구했다. 10월 15일 국순당 배중호 대표이사는 국정감사장에 나와 대리점주의 피해를 인정하고 원만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국순당대리점주협회 염유섭 회장은 “국감 이후 국순당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배 대표의 약속을 믿고 대리점주들이 집회와 농성을 끝냈다. 언론과 만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국순당은 국감에서 약속했던 것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 법대로 하자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국순당 대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사업법 위반행위 및 편의점 돌려막기로 비판을 받았던 세븐일레븐은 10월 20일 상생협력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에서 ‘상생협력’은 아직 요원한 말이다.

세븐일레븐 가맹점협의회 오명석 회장은 “계약서를 개선한다고 발표한 후 신계약서가 나왔다. 하지만 신계약서도 또 다른 갑을계약서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세븐일레븐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이다.

10월 가맹점주와 상생협약을 맺었던 미니스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폐점을 위한 재고조사 과정에서 점주와 마찰을 빚고 있고, 점주를 모니터링해서 점수를 매겨 점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미니스톱 가맹점 피해자 모임을 맡았던 이모 대표는 “한 점주가 전화를 걸어왔는데 ‘내가 죽어야만 해결이 될 것 같다’는 말을 해서 가슴이 아팠다”며 “점주들의 속앓이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들에게 ‘페널티’로 비판을 받은 CJ대한통운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새로 생긴 ‘페널티’가 또 논란이 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이모씨는 “새로 생긴 ‘출구율 98% 미만 페널티’는 택배기사가 지키기 불가능한 수치”라며 “페널티를 없앤다고 약속해놓고, 기사들이 지키기 어려운 패널티를 새로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를 위한 최소한의 권장사항일 뿐 페널티는 없다" 고 설명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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