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올해의 단어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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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한 누리꾼이 인터넷 매체 ‘슬로우뉴스’에 ‘종북 테스트’를 올려놓았다. 그는 “한국 사회에 닥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종북. 우리 사회 종북의 기준을 명쾌하게 밝혀드린다”고 했다. 문항은 모두 34개. 첫 번째 질문은 “통합진보당 당원인가”이다. 

이후 “제주 강정 해군기지는 건설되면 안 되는가”, “밀양 송전탑 공사는 재검토되어야 하는가”, “촛불시위에 참가해본 적이 있는가” 등의 질문이 어이진다. 이 질문들에 “예”라고 답하면 곧바로 종북이라고 판정된다. 

박민규 기자

박민규 기자

이 테스트의 마지막 질문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가”이다. 33개의 질문을 통과했더라도 이 문항에서 ‘아니오’라고 대답하면 종북으로 판정된다.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이 ‘종북’이라는 풍자다.

박근혜 정권의 ‘종북 딱지 붙이기’ 시작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논란’이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안 청구도 ‘종북 몰이’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종북 몰이’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잠재우고 주요 이슈를 바꾸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분석한다.

정부와 여당의 ‘종북 몰이’가 더 이상 공포심이나 ‘레드 콤플렉스’를자극하지 못하고, 오히려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박근혜 정부는 ‘종북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2월 16일 경찰청은 철도노조 내에서 ‘북한의 대남혁명투쟁 3대 과제 실현과 종북 세 확산’을 목적으로 하는 ‘철도한길자주노동자회’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종북’은 정치적으로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이 정권의 아편”이라고 일갈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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