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오석 부총리의 ‘마지막 투혼?’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내년 연초 개각설 속 최근 부쩍 전면에 나서 정부정책 홍보

12월 3일 정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련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공유형 모기지 대출을 1만5000호로 확대하고 행복주택을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발칵 뒤집혔다. 국토부는 회의가 끝난 오후 2시쯤 관련 내용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관련 내용을 모든 언론들에게 오후 2시까지는 보도하지 못하도록 엠바고 요청을 해 단단히 단속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발표를 앞두고 두 번이나 속았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4·1 및 8·28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였던 이번 대책은 애초 12월 5일 국토부가 발표할 예정이었다. 국토부는 관련 내용 발표를 앞두고 철통보안을 유지해 왔다.

지난 3일 현오석 부총리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지난 3일 현오석 부총리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국토부 대신 부동산 대책 직접 발표
하지만 12월 2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내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의 보완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지난 8·28 대책 이후 주택시장을 평가하고 당시 발표한 대책이 현재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내용을 공개했다. 언론들이 취재에 들어가자 국토부는 “행복주택 등 관련 내용 브리핑은 3일 오후 2시에 하는 만큼 그전까지 보도하면 안 된다”고 다시 보도통제에 나섰다. 그러면서 “경제장관회의에서 수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회의가 끝나는 오후 2시까지는 비보도”라며 “기재부와 그렇게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부총리는 ‘국토부의 공언’보다 2시간 앞선 정오에 관련 사실을 브리핑했다. 국토부 측에서는 기재부에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기재부는 “국토부 장관보다 부총리가 직접 하는 게 (대국민 전달에서) 나을 것 같아 그랬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의 여진은 오래갔다. 출입기자단과의 송년회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날 일을 묻는 기자들에게 “정부에서 누가 발표를 하는지 상관은 없지 않느냐”면서도 “(부총리가) 모두말씀을 하시는 데 길게 하시더라”며 여운을 남겼다.

부동산 대책 발표를 둘러싼 브리핑 해프닝은 단순한 혼선 때문에 빚어진 것이 아니다. 내년 초 개각 가능성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너나없이 입조심을 하면서도 ‘역할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얼굴비추기 경쟁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가 지난 11월부터 장·차관에 대한 실적평가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관가에 파다했다. 국무조정실은 각 부처에 대한 업무평가를 한 뒤 내년 1월쯤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12월 예산시즌이 끝나고 집권 2기에 들어서는 내년 2월쯤에는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검증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렸다.

해당 인사들은 “그런 일 없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11~12월 공공기관장 인사까지 맞물리면서 물밑경쟁은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월 12일 저녁 각 부처 장관들과 송년만찬을 비공개로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각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예년보다 2주가량 일찍 송년만찬을 가진 것은 내년 개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송년만찬 통보도 급하게 이뤄져 각 부처 장관들은 급하게 일정을 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국회에 출석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피곤한 듯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 박민규 기자

6일 국회에 출석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피곤한 듯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이와 함께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평가도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져 내년 초 개각이 각 부처 장·차관과 청와대까지 포함한 대규모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개각설이 커지자 청와대는 “송년만찬은 대통령 일정 때문에 이날로 잡은 것이지 개각과 상관없다”며 “청와대 비서진 업무평가도 상시적으로 해오던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해수부·미래부·국토부도 교체설
개각설의 중심은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현오석 부총리 교체설은 올 하반기부터 꾸준히 나왔다. 각 부처를 총괄하는 정책조정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부총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던 터였다.

또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기업은행 등 임기가 다 돼가는 굵직한 금융공기업 CEO 자리도 있어 연쇄 인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장 새 부총리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전 장관급 인사 등이, 신임 경제수석으로는 모 공기업 사장과 기재부 고위관료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현오석 부총리가 부쩍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 “파티는 끝났다. 고지서에 답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제 관련 입법 처리와 관련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합심해 출루해 있는 기업들이 득점할 수 있도록 적시타를 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의 이 같은 ‘튀는’ 발언은 언론에 크게 부각됐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 ‘파티는 끝났다’와 ‘적시타’ 발언으로 (부총리가) 장사를 잘한 것 같다”며 “간만에 부총리로서의 위상이 부각됐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기재부 장관과 함께 교체 가능성이 높은 부처로는 해양수산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등이 꼽힌다. 특히 해수부 장관은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부산지역 의원들이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 벌써부터 들린다. 해수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됐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5년간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해수부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장악력과 부처 대응력, 정무적 능력이 있는 인사가 적격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창조경제’를 안착시키지 못한 미래창조과학부도 장관 교체설이 나온다. 최문기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여당의원들로부터도 “출범 6개월이 되도록 무엇을 했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일하고 있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교체 가능성이 있다.

‘행복주택’이 삐그덕거리는 국토교통부도 무풍지대는 아니라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의 3대 주택·부동산 공약인 행복주택과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지분매각제도는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국토부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과 목동·공릉·잠실 등 5개 행복주택 시범지구에 대한 지구지정을 연내 강행하는 이유도 국토부 장관의 거취와 연결되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12월 29일이면 교육부, 문화부, 산업부, 복지부, 고용부, 보훈처 등 6개 부처 10개 기관의 세종시 추가 이전이 완료된다. 이렇게 되면 17개부 중 10개부가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하게 된다. 국무총리도 주요 안건에 대한 회의와 발표를 세종시에서 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세종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초에는 일부 장관급 인사가 지방선거에 여권 후보로 차출될 가능성도 있다. 한 고위 관료는 “이런저런 점을 볼 때 시기적으로 내년 초에 4~5개 부처 장관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연말 분위기까지 겹쳐 다소 뒤숭숭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