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민석유 ‘첫 삽’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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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주식공모액 목표액의 6.7% 그쳐 향후 행보 불투명

11월 1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문의전화와 그곳을 직접 방문해 청약 신청하는 사람들로 사무실은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갔다. 

나이 지긋한 어떤 이는 사무실에 앉아 있던 국민석유 대표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보자마자 손을 잡았다. “이렇게 어려운 일 하시는 게 무척 고맙습니다. 기름값이 너무 비싸요. 국민석유가 꼭 잘 돼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1주당 공모가 5000원에 총 2000만주, 1000억원 공모를 계획했던 국민청약 마감을 하루 앞둔 국민석유 사무실 풍경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와 국민석유 토론회’에서 이태복 국민석유 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와 국민석유 토론회’에서 이태복 국민석유 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석유 국민청약은 실패했다. 결과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10월 18일부터 11월 15일까지 이어진 주식공모액은 목표액의 6.7%인 66억9600만원에 불과했다. 청약금액이 공시 규정인 150억원에 미치지 못해 11월 22일부터 환불 조치됐다.

4732명의 청약자 중에서 1억원 이상을 청약한 이는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서민들이 값싼 석유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외자 유치로 사업시작 가능하다”
지난해 6월 국민석유는 시중 가격보다 20~30% 가격이 저렴한 기름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활동에 들어갔다. 초기부터 “허황된 꿈” “불가능한 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석유는 연달아 진전된 내용을 발표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싱가포르 투자회사로부터 1억5000만 달러(1600억원) 외자유치, 석유수출입업 등록, 시베리아와 캐나다 저유황 원유 수입계획 발표, 평택항과 울산항 기름탱크 대여 등의 소식을 연달아 내놓았다. 

동남아에서 원유를 정제해 국내에 들여올 계획을 발표했고, 국민석유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직접 정제시설까지 건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태복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청약은 실패했지만, 외자유치를 한 것으로 사업은 시작이 가능하다”면서 “우리가 유치했던 해외자본 1억5000만 달러는 그들의 기준에 맞추면 사용이 가능하다. 그 기준을 맞춰서 해외자본을 이용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더욱 냉랭해졌다.
서강대 이덕환 교수(화학)는 20% 저렴한 기름값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국민석유가 캐나다와 시베리아에서 석유를 들여온다고 하는데, 아직 그곳에는 인프라가 없다”면서 “캐나다산 원유는 미국과 유럽으로 가는데, 아시아·태평양 쪽으로는 송유관이 아직 없다. 시베리아도 마찬가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가는 송유관이 없다. 미국과 유럽에 파는 물량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석유 사업에 참여했던 한 인사도 “취지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정부와 4대 정유사도 20% 싼 기름값에 대해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면서 “다만 청약이 실패하면서 국민석유의 향후 행보도 어려워졌다. 해외 투자유치도 청약 결과물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젠 투자유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태복 대표는 여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다. 해외 투자유치로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계획이다. 이 대표는 “기름값은 정말 문제다. 4개 정유회사가 한 해 200조원 매출을 올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면서 “아직 한국에서 국민석유와 같은 모델이 없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 국민석유에 관심이 많은 해외 투자업체와 만나서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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