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대변혁 몰고올 전기차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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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새로운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히트상품이 있다. 다름 아닌 전기차 테슬라이다. 테슬라는 미국 자동차의 본산 미시간주 디트로이트가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했다. 

태생부터 다르다. 스티브 잡스의 부재로 애플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테슬라는 ‘모델 S’라는 고급 스포츠 세단으로 캘리포니아를 강타했다. 2013년 상반기에만 미국에서 1만대 이상을 팔아 치우며 ‘자동차 업계의 애플’로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 S’ 차량 내부를 살펴보면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 아날로그로 조정하는 그 흔한 버튼 하나 없다는 얘기다. 17인치 대형 LCD 터치스크린을 넣어 터치만으로도 모든 게 조작 가능하다. 

고급 자동차를 넘어 자동차 자체가 최첨단 전자기기가 된 것이다. 기존 전기차가 가지고 있는 짧은 주행거리의 문제도 극복했다. 85㎾h 대용량 배터리를 선택하면 최대 426㎞를 주행할 수 있다. 현존 양산하는 전기차 중 최대치다.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의 ‘모델 S’ 차량 배터리를 충전하는 모습. | 테슬라 홈페이지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의 ‘모델 S’ 차량 배터리를 충전하는 모습. | 테슬라 홈페이지

충전에 걸리는 시간도 급속 충전기로 2시간 남짓이면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미국 전역에 슈퍼차저라는 무료 충전소를 수십개 운영하고 있고, 90초 내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배터리 스왑 방식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모델 S의 최고 속도는 시속 209㎞, 정지상태에서 시속 97㎞에 도달하는 제로백도 4.2초에 불과하다.

전기차는 사실 내연기관 차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81년 프랑스 파리에서 삼륜 전기자동차가 선보인 이래 100여년 동안 전기차는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 왔다. 전기차 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은 단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못지않다는 점만이 아니라, 전기차가 자동차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가장 큰 변화는 자동차산업 생태계다. 지금까지 자동차산업은 완성차 업체가 부품업체를 거느리던 전형적인 수직 통합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에는 범용 배터리를 활용하면서 2차전지 등 IT업체와의 협업이 필요한 수평적 분산구조로 변해갈 것이다. 

전기차는 부품 수가 적고 핵심 부품에 대한 기술적 장벽이 낮기에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LG뿐 아니라 더 나아가 구글도 전기차를 양산해내는 잠재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는 비단 자동차의 혁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충전 인프라의 혁신까지 가져왔다. 혁신의 아이콘 테슬라도 생각하지 못한 무선 충전방식이 등장했다. 새로운 무선 충전방식은 맨홀 뚜껑처럼 생긴 무선 충전장치를 자동차 바닥과 창고 바닥 등에 설치하면 된다.

기존 유선 충전 인프라처럼 케이블이나 기타 충전용 기기도 필요없다. 그저 전기차를 맨홀 뚜껑 위에 세워두기만 하면 된다. HEVO Power에서 개발한 무선 충전시스템은 비용 청구도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전기차의 기술적 진화는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전기차의 성장이 전형적인 동반성장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발전할수록 2차전지 등 부품산업과 전력·건설산업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도시 곳곳에 전력 충전소를 만들고 차량을 ‘보관’하기만 하던 주차장을 충전소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테슬라는 충전소마다 태양광 발전시스템까지 구축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이 예언한 대체에너지와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제3차 산업혁명이 실현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스마트 그리드 전력망이 구축되면 전기차가 에너지 저장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요금이 저렴할 때 자동차에 미리 충전해 두었다가 요금이 비싼 시간대에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 한 대 사용 전력량은 여러 가정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맞먹는다. 자동차 에너지가 지능화된 전력망에 투영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전기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 전기차 시대는 이미 막이 올랐다. 누가 더 빨리 열어 맞이하느냐에 따라 전기차로 인한 효용은 달라질 것이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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