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학 개방이사는 ‘안방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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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에 자격 규정 없어 법인관계자·친인척이 점령… 법인 전횡 감시 ‘큰 구멍’

사학법인을 견제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개방이사 제도가 상당수 법인에서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전국 4년제 대학 133개 법인의 개방이사 현황(2013년 7월 기준)을 분석한 결과, 이 중 49.6%에 달하는 66개 법인에서 법인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인사를 개방이사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형별로 보면 법인이 설립한 대학의 총장·부총장·교원 출신 인사가 개방이사로 임명된 곳이 31.8%(28명)로 가장 많았다. 현직 이사장 또는 총장도 18.3%(17명)를 차지했으며, 법인 산하 중·고등학교의 전·현직 교장 또는 교감 출신 인사도 13.6%(10명)에 이르렀다. 같은 설립자가 설립한 다른 사학법인 학교의 전·현직 임원 또는 교원도 11.4%(10명)나 됐다. 이사장의 친·인척을 개방이사로 선임한 법인(2.3%·2명)도 있었다.

[사회]사학 개방이사는 ‘안방이사’

경일대를 설립한 일청학원은 이 대학 설립자의 아들인 하모씨를 개방이사로 선임했다. 하모씨는 현재 일청학원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이사장의 독단적인 경영을 감시해야 할 개방이사 직위에 이사장이 앉아 있는 것이다. 감시하는 사람과 감시를 받는 사람이 같다 보니 감시가 형식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 공공성 제고라는 개방이사제 도입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일청학원 외에 건양학원(건양대학교)·대건학당(광주가톨릭대)·한국그리스도의교회(그리스도대학교)·동국대학교(동국대학교)·성신학원(성신여자대학교)·영남신학대학교(영남신학대학교)·한국침례신학원(침례신학대학교) 등도 이사장이 개방이사를 겸하고 있다.

전 현직 이사장·총장 등 버젓이 임명
예원예술대학교를 설립한 법인 예원예술대학교는 2명의 개방이사가 법인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이 법인의 개방이사 차모씨는 이사장의 형이며, 다른 개방이사인 윤모씨는 이 학교의 총장이다. 친인척과 총장이 2명밖에 없는 개방이사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개방이사가 아니라 안방이사인 셈이다.

법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학교 총장이 개방이사를 하는 곳도 여럿 있다. 숭선학원(경운대학교)·계명대학교(계명대학교)·인하학원(인하대학교)·신동아학원(전주대학교)·서호학원(한려대학교)이 그렇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해당 법인이 설립한 사립대 총장은 자신의 임면권을 가진 이사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방이사라 하더라도 예스맨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전직 이사, 해당 대학 교수, 교직원이나 다른 사학법인의 임원들도 법인과 이해관계가 같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사회를 감시하고 견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행 사학법에서는 개방이사 자격과 관련해 특별한 제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정진후 의원은 “사학재단 개방이사도 상법상 사외이사와 같이 친·인척은 물론 법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사들을 선임할 수 없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방이사 제도가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사학 명문인 고려대(고려중앙학원), 연세대(연세대학교), 성균관대(성균관대학)는 아직도 개방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해당 대학들은 교직원·학생 등이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방이사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해당 대학에 개방이사를 조속히 선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들 법인이 개방이사를 선임하지 않을 경우 신임 이사 등 새로 선임되는 임원의 승인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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