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브라질 골목축구 소년 스페인 대표에 뽑힐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골잡이인 코스타가 세계 축구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질에는 ‘골목에서 축구공을 갖고 노는 아이들이 웬만한 나라의 국가대표보다 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자국 산업이 붕괴돼 축구가 유일한 성공의 길이 됐다는 자조적인 표현이지만, 때로는 이게 진실인 경우도 있다.

16살까지 골목에서 공을 차던 소년이었던 디에고 코스타(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그 주인공이다.

9월 24일 디에고 코스타가 스페인 라리가 오사수나 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월 24일 디에고 코스타가 스페인 라리가 오사수나 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골잡이 가뭄 스페인 대표팀도 주목
코스타는 올해 스페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축구선수다. 화끈한 득점 행진이 그 배경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골잡이인 코스타는 지난 10월 6일 2013~2014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 비고와의 홈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프리메라리가에서만 어느새 10골(8경기·10월 18일 현재)을 넣으며 당당히 득점 선두다. 코스타의 활약에 힘입어 개막 8연승을 달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에 골득실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축구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코스타가 주목받는 것은 독특한 이력도 한몫을 한다. 브라질 라가르토 출생인 코스타는 16살 때까지 정식으로 축구를 배운 적이 없다. 동네에서 공을 차며 놀다 상파울루에 있는 바르셀로나 EP에서 축구의 기본부터 다시 배운 게 축구선수로의 첫 시작이다. 코스타는 “나는 축구를 거리에서만 했다. 상파울루에 가기 전까지 프로의 세계를 몰랐다”며 “축구에서 기초가 중요한 것을 그때야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골목에서 보낸 시간이 허송세월은 아니었다. 다른 선수가 예측할 수 없는 유려한 발재간과 창의적인 드리블로 코스타를 단순히 골만 넣는 선수가 아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독특함이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의 눈길을 끌었고, 스페인 대표팀 발탁까지 추진하게 만들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코스타가 스페인에서 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스페인이 브라질 골목에서 공을 차던 소년이 기존 국가대표 선수들보다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델 보스케 감독이 코스타의 발탁을 추진한 것은 자국 골잡이들의 부상과 부진이 원인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안긴 페르난도 토레스(첼시)는 전성기의 기량을 잃었고, 다비드 비야(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한 차례 부상을 겪은 뒤 내리막을 걷고 있다.

페르난도 요렌테(유벤투스)와 로베르토 솔다도(토트넘)는 델 보스케 감독이 바라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스페인은 유로 2012 정상에 오르긴 했지만 골잡이가 아닌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제로톱, 또는 폴스나인(가짜 9번) 전술을 써야 했을 만큼 골잡이에 대한 갈증이 심한 상태다.

세계로 퍼져나가는 브라질의 힘
마침 FIFA도 ‘이중국적 선수의 국가대표 이동’ 요건을 완화했다. 종전에는 A매치에서 뛴 선수는 이중국적을 얻더라도 국가대표로 뛸 수 없었지만, 국제 공식경기에 소집되거나 출전하지 않았다면 이동이 가능하도록 개정했다. 코스타는 3월 브라질 국가대표로 발탁돼 이탈리아와 러시아를 상대로 평가전 2경기에 교체출전했지만 국제대회가 아니어서 스페인 대표로 뛰는 게 가능하다.

10월 6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에서 열린 셀타 비고 전에서 디에고 코스타(왼쪽)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 6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에서 열린 셀타 비고 전에서 디에고 코스타(왼쪽)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월 코스타가 스페인 이중국적을 취득한 사실을 확인한 델 보스케 감독은 9월 FIFA에 코스타가 스페인 소속으로 뛸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코스타 역시 10월 7일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나는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스페인에서 모든 것을 주고받았다. 이미 결단을 내렸고 절차만 남았을 뿐”이라고 말해 스페인으로 기우는 듯한 의중을 내비쳤다.

그러나 코스타가 스페인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최근 루이스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이 “11월 A매치에서는 코스타를 발탁할 계획이 있다”며 코스타의 스페인 대표팀 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브라질 현지에서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우승의 최대 라이벌인 스페인에 선수를 빼앗길 수는 없다며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와 관련해 FIFA는 11월 코스타의 소속을 놓고 공식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코스타의 운명도 여기서 결정된다.

한국에서도 귀화 선수가 나올까?
코스타는 혈통이 아닌 축구실력으로 스페인의 귀화 요청을 받았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매년 브라질에서 배출되는 선수들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 다양한 유니폼을 입고 국가대항전에 나선다. 2008년 스페인에 유럽축구선수권 우승컵을 안긴 마르코스 세냐도 브라질 출신이다. 2006년 스페인에 귀화한 그는 놀라운 활동량과 수비력으로 스페인의 공격축구를 뒷받침했다.

포르투갈에 유로 2004 준우승, 2006 독일 월드컵 4강을 안긴 데쿠도 빼놓을 수 없다.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은 데쿠는 조국 브라질과 가진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지난 9월 한국을 찾았던 크로아티아 대표팀에도 브라질 출신 선수가 있었다. 공격수 에두아르두 다 실바다. 압도적 기량으로 크로아티아 축구계의 귀화 요청을 받은 에두아르두는 2004년부터 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메멧 아우렐리우(터키), 아마우리(이탈리아)도 브라질에서 이루지 못한 국가대표의 꿈을 유럽에서 이뤘다.

[스포츠]브라질 골목축구 소년 스페인 대표에 뽑힐까

한국에서도 브라질 선수 귀화를 추진한 적이 있다. 지난해 초 최강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에닝요의 특별 귀화를 추진했으나 대한체육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 전에도 모따 등 브라질 출신 K리그 정상급 골잡이들의 귀화가 거론됐지만 반대 여론을 넘지 못했다.

일본이 1989년 루이 라모스를 귀화시킨 것을 시작으로 브라질 출신만 4명을 받아들인 것과 비교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유럽은 순수 혈통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 단일민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드물다. 귀화 선수를 대표팀에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이유”라며 “한국은 아직 국가대표가 나라를 대표한다는 인식이 강해 당분간 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민국 경향신문 체육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