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빨리 개막한 PGA 한국계 11명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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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브라더스의 침묵을 깨기 위해서는 최경주와 양용은이 살아나야 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4년 시즌이 벌써 개막했다. 10월 11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마르틴의 코드벌 골프장에서 열린 프라이스닷컴이 2014년 PGA 시즌 개막전이다. 이전에 비해 3개월 앞당겨진 것이다.

2012년까지 PGA 투어는 1월 하와이에서 시즌을 열고 10월 말 열린 가을시리즈 4개 대회를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10월 시즌을 열고 9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새로운 시즌 일정이 도입됐다. 유럽 축구 시즌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 때문에 9월 말 열린 페덱스컵 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새로운 시즌에 들어간 것이다.

PGA 투어의 스케줄 변경은 대회 흥행과 관련이 있다. 야구와 축구 같은 스포츠는 정규리그를 모두 소화한 뒤 우승팀을 가리기 위한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시즌을 끝맺는다. 그러나 PGA 투어는 1000만 달러 보너스의 주인공을 가리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다시 가을시리즈로 정규 시즌을 이어가면서 흥행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가을시리즈는 페덱스컵을 끝으로 사실상 시즌을 마친 톱 프로들이 불참하면서 중·하위권 선수들의 시드 확보를 위한 B급 대회로 전락했다. 타이틀 스폰서로서는 손해보는 장사를 해야 했다.

5월 20일 배상문이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포시즌스 TPC에서 열린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8번홀 그린에서 노승열 등 동료들의 우승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 20일 배상문이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포시즌스 TPC에서 열린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8번홀 그린에서 노승열 등 동료들의 우승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끝물 취급받던 가을시리즈 무게감 달라져
그러나 2014년 시즌부터 B급 대회로 여겨지던 가을시리즈가 시즌의 시작으로 바뀌면서 무게감이 달라지게 됐다.

SBS골프에서 PGA 투어를 해설하는 나상현 해설위원은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열리는 가을시리즈는 김빠진 대회였다. 그러나 2014년 시즌부터는 주도권을 먼저 잡으려는 선수들이 가을시리즈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이것만이 아니다. 1965년 시작돼 지난해까지 PGA 투어를 밟기 위해 꼭 거쳐야 했던 ‘지옥의 관문’ 퀄리파잉(Q) 스쿨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Q스쿨 폐지는 2부 투어의 흥행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2013년 시즌까지는 지역 예선을 거쳐 6라운드짜리 최종전에서 25위 이내에 진입하면 PGA 투어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시즌부터는 2부 투어격인 웹닷컴 투어를 통해서만 투어 카드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모든 선수들은 적어도 1년 동안 2부 투어에서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Q스쿨 폐지는 PGA 투어에서 뛰고 싶으면 초청선수로 나와서 우승하든지, 아니면 1년 내내 미국에 살면서 2부 투어에서 뛰라는 의미다. Q스쿨 폐지가 외국선수들의 투어 진입에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으나 영향력 저하를 우려하는 PGA 투어는 단호했다. 

PGA 팀 핀첨 커미셔너는 “2부 투어를 통해 정규 투어 카드를 획득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14 시즌 PGA 투어에는 2013 시즌에 이어 역대 최다 규모 타이인 6명의 한국 선수들이 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한국(계) 선수까지 합치면 11명으로 늘어난다. 존 허(42위), 배상문(69위), 최경주(73위), 리처드 리(96위), 제임스 한(110위), 이동환(119위), 위창수(123위)가 2013 시즌 페덱스컵 125위 안에 들어 투어 카드를 확보했고, 노승열은 페덱스컵 랭킹 160위에 그쳤지만 2부 투어 파이널 시리즈에서 우승해 카드를 다시 얻었다. 

대니 리는 2부 투어 상금랭킹 25위 안에 들어 1부 투어 출전권을 따냈고, 양용은(182위)은 2009년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2014 시즌까지 출전권을 유지했다. 메디컬 익스텐션(medical extension·부상을 이유로 일정 기간 투어 참가 의무가 면제되는 것)을 제출했던 케빈 나는 2014년 시즌에 다시 복귀한다.

10월 11일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열린 제3회 최경주CJ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경기에서 최경주(SK텔레콤)가 15번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 CJ 제공

10월 11일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열린 제3회 최경주CJ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경기에서 최경주(SK텔레콤)가 15번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 CJ 제공

한국(계) 선수들은 2013 시즌에도 한국 국적 6명과 한국계 5명 등 11명의 선수가 투어에서 활약했지만 성적은 기대에 다소 못미쳤다. 2012년 시즌에는 상금 100만 달러를 넘긴 선수가 3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월 바이런넬슨 클래식에서 우승한 배상문(171만4640 달러·약 18억3800만원)만이 100만 달러를 넘기며 상금랭킹 51위에 올랐다. 투어 선수층이 해마다 두꺼워지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투어 카드를 유지하는 고른 활약을 펼치고도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한 셈이다.

최경주와 양용은 심기일전, 나상욱 부상 탈출
나상현 해설위원은 “2013년 시즌 한국(계) 선수들은 고르게 활약했지만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 그러나 2014년 시즌에도 11명의 선수들이 투어 카드를 유지하게 되면서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골프에 대한 평가도 해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호주가 가장 많은 투어 시드 카드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 골프가 호주를 따라잡을 날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코리안 브라더스의 침묵을 깨기 위해서는 최경주와 양용은이 살아나야 한다. 2013년 시즌 최경주와 양용은은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주춤했다. 최경주는 24개 대회에 부지런히 나섰지만 97만3751 달러(약 10억4300만원)로 상금랭킹 85위에 그쳤다. 

PGA 통산 8승을 거뒀던 최경주의 부진은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컨디션 난조가 이유였다. 최경주는 “2013 프레지던츠컵 출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 너무 무리하게 스케줄을 짰고, 체력적인 문제가 생기면서 몸도 덩달아 둔해졌다”고 설명했다. 양용은의 부진은 더 심각했다. 

19개 대회에 출전해 절반 이상인 10개 대회에서 컷 통과에 실패하면서 상금랭킹 174위(25만9118 달러·2억7700만원)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2009년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5년간의 시드를 받았지만 올해가 마지막 해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11일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열린 제3회 최경주CJ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경기에서 이동환(CJ오쇼핑)이 세컨샷을 하고 있다. | CJ 제공

10월 11일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열린 제3회 최경주CJ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경기에서 이동환(CJ오쇼핑)이 세컨샷을 하고 있다. | CJ 제공

독학 스타일을 고집했던 양용은은 변화를 주기 위해 시즌 말미 영국 출신의 마크 블랜번 코치에게 레슨을 받았다. 체력훈련으로 근육을 만들고 체중은 8㎏ 정도 줄여 날렵한 몸으로 변신하는 등 절치부심한 모습을 보였다. 양용은은 “슬라이스 때문에 고생했다. 그러나 스윙 교정과 체력훈련 등을 통해 샷이 많이 좋아졌다. 비거리도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첫 대회인 프라이스닷컴오픈부터 승부수를 띄운다는 각오다. 박호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국장은 “최경주와 양용은이 이룬 업적은 타고난 체력과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다. 최경주와 양용은이 한국프로골프의 발전과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올 시즌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상문·노승렬·이동환 등 신진 활약 기대
2013년 시즌 허리 디스크로 8개 대회에 출전하는 데 그쳤던 나상욱은 부상에서 완쾌돼 부활을 노리고 있다. 2004년 PGA 투어에 데뷔한 뒤 쉼 없이 달렸던 나상욱은 9년 만에 처음 휴식을 취하면서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져 넘치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2012년 열린 마지막 Q스쿨에서 수석 합격했던 이동환은 2013년 시즌 88만2793 달러(9억5000만원)를 벌어들이며 상금랭킹 95위에 올라 투어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 노승렬은 2013년 시즌 교체한 클럽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어 카드를 놓치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2부 투어 파이널 시리즈 우승으로 다시 2014 시즌 투어 카드를 획득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는 배상문이다. PGA 투어 데뷔 2년 만에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금의환향한 배상문은 9월 말 국내에서 열린 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도 우승했다. 배상문은 10월 24일 말레이시아에서 개막하는 CIMB 클래식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나상현 해설위원은 “배상문의 볼 스트라이킹 능력은 PGA 투어에서도 정상급이다. 멘탈도 좋아 2014년 시즌에도 활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지연 중앙일보 체육부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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