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상감시설비 사업 감사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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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주간경향> 보도 이후 수도권전철 일부구간 CCTV 조사 착수

철도시설공단이 수도권 전철 구간에 설치한 영상감시설비가 필요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주간경향>의 보도 후 감사원이 공단의 영상감시설비 구매설치사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공단측은 감사원의 요청에 따라 사업 관련 서류를 감사원에 제출했으며, 추후 감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간경향>은 분당선·경의선·경춘선 등 수도권 전철 일부 구간에서 CCTV 영상이 유사시 예비관제센터와 유관기관으로 실시간 전송되지 못하는 문제를 보도했다. CCTV 및 영상전송·저장장치들 가운데 당초 요구된 규격을 맞추지 못하는 낮은 사양의 장비가 사용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은 현재 이 문제의 실태를 파악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드러난 문제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대로 규정에 따른 조치가 이어질 것이고, 납품·시공 관련 업계와 철도시설공단의 관계에 대한 사항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사대상에는 장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추가로 투입될 비용과 입찰 및 자재 선정, 감리의 적정성에 대한 부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시설공단의 영상감시설비 사업 문제점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를 관통하고 있는 철도 시설물들. | 김창길 기자

철도시설공단의 영상감시설비 사업 문제점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를 관통하고 있는 철도 시설물들. | 김창길 기자

관련업체와 공단과의 관계도 조사
한편 보도 후 공단은 해명자료를 배포해 주요 역사를 제외한 역에서 영상이 전송되지 않는 문제는 “필요시 운용자와 협의하여 네트워크만 연결하면 영상 전송이 가능한 설비로 시설되어 있어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밝혔다. 또 현재 설치된 장비들이 공단이 자재사양서에서 요구한 사양을 충족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취재 당시에도 반복적으로 나온 답변이었다. 처음엔 예비관제센터 및 유관기관으로의 전송 부분이 사업 내용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주장하던 공단측은 자재사양서를 확인한 뒤에는 커넥터를 연결해 영상전송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재사양서 상의 요구사항이 ‘필요시 실시간 영상 전송’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기 때문에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다.

공단 내부에서 감사할 계획은 없어
한 업체 관계자는 “공단의 대책회의에서 공사를 담당했던 해당 업체 관계자가 예비관제센터로의 영상 전송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저사양의 장비라도 추가적인 조치를 하면 예비관제센터로 연결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요구에 맞는 장비를 사용했으면 일어나지 않을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공단 측은 “예비관제센터로의 영상 전송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즉각 시행할 수 있다”며 “영상 전송이 안 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공단은 감사원의 감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 문제에 대해 내부에서 감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한 현직 직원은 달라진 공단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유출자를 성토하며 찾아내기에 급급했던 예전과는 달리 “어찌 됐건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게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퇴직자 모임 행사비도 철도시설공단이 부담

철도시설공단 퇴직자들의 모임인 철도공단동우회의 정기총회 행사비를 철도시설공단에서 일부 부담한 사실이 밝혀졌다. <주간경향>이 지난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상당수의 공단 퇴직자들이 공단의 사업을 수주하는 민간업체로 입사해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공단이 이들 퇴직자의 모임 비용까지 지원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도공단동우회가 1년에 한 차례 여는 정기총회는 공단 퇴직자인 정회원들은 물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도 참석해온 자리다. 올해 3월 열린 정기총회에도 지난해에 이어 김광재 이사장이 참석했다. 공단에서는 최고경영자인 이사장 외에도 10여명의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문제는 행사를 치르는 비용 중 절반 이상을 동우회원들의 회비가 아니라 공단에서 부담했다는 사실이다. 

올해 행사비용 총액 535만원 가운데 317만원을 공단이 부담했고, 지난해 역시 628만원 가운데 312만원을 공단에서 지원했다. 행사비 내역에는 식대와 술값, 수첩·초청장·현수막 제작비용이 들어가 있다.

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 비용은 지출예산지침 중 일반운영비 항목으로 처리됐다. 이 관계자는 “지침에는 동호회 활동 등을 공단에서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는데 퇴직자들의 동우회도 동호회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침상 명확하게 규정된 지출항목이 아닌 데다, 공단이 임직원들에게 퇴직자들과의 사적인 접촉을 제한한 조치에 비춰봐도 이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영업활동과 무관하지 않은 퇴직자 모임에 참석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철도시설공단은 해마다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준정부기관이라는 점에서 세금이 공단 사업과 무관한 곳에 쓰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민간업체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철도분야의 한 업체 관계자는 “막대한 규모의 사업비를 집행하는 기관이 이미 퇴직자를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짜인 업계 사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들을 지원하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경쟁에서 밀리는 듯한 박탈감을 느낄 때도 많다”며 “퇴직자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시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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