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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들 후회… 침묵… MB측은 “그래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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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은 대운하 대비용’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후 당사자들 엇갈린 반응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홍기 영남대학교 대외협력 부총장의 말이다. “그 당시로 봐서는 4대강 사업은 운하를 완전히 포기하고 하천 정비사업으로 돌린 것으로 알았다. 정말로 대운하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 아니냐.”

지 부총장은 4대강 사업이 추진되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수자원학회장을 역임했다. 전임 회장이었던 심명필 인하대학교 교수는 정부로 들어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본부장을 맡았었다. 수자원학회는 4대강과 관련한 활동을 정리한 ‘학회 4대강 활동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긍정적 의견만 담긴 것이 아니었다. 이 보고서에는 “본 사업의 의사결정권자(편집자 주: 이명박 전 대통령)는 2~3년 후면 퇴진하게 되므로 본 사업에 참여한 우리 학회 회원들의 책임문제와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학계 원로들의 토론도 실려 있었다.(주간경향 933호 관련기사 참조)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4대강조사위원회 등 관련단체 회원들이 지난 7월 11일 오후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4대강사업 감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민규기자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4대강조사위원회 등 관련단체 회원들이 지난 7월 11일 오후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4대강사업 감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민규기자

당시 수자원학회장 “말렸어야 했는데”
수자원학회 회원들은 학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을 발주한 정부, 건설사, 설계·감리를 담당한 회사의 중역들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만약 감사원 발표대로 향후 대운하 사업과 연계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의 준설·보설치 등의 변경이 이뤄졌다면 관련 업무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학회 회원들, 토목전문가들이 모를 수 없지 않았을까. 지 부총장은 이렇게 답했다. 

“사실 기술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발주기관인 관리들이라면 또 몰라도. 지금 도화엔지니어링이니 유신이니 회사 이름들이 거론되는데, 그 사람들이 수주활동을 하려면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는 자신의 ‘소감’을 이렇게 덧붙였다. “단기필마로 고군분투했지만 역사인식이 크게 부족했구나 하고 생각한다. 돌이켜놓고 보면 일생일대 후회할 일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브레이크를 걸었어야 했는데, 나 역시 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4대강추진본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국토해양부 ‘관리’들의 입장은 어떨까. A씨의 반응. “잘 모르겠다. 내가 떠나온 뒤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다.” 그런데 감사원이 밝힌 대운하 안을 반영한 마스터플랜 작성(2009년 6월) 당시 이 인사는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팀장이었다. 정황을 모를 위치가 아니었다. 질문에 대해 그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런 뒤 나온 답. “…이미 떠난 입장에서 당시 상황을 말씀드리는 건 좀 그렇다. 국토부가 입장을 밝혔는데 그것을 참고하면 좋겠다.”

지방언론인 출신으로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의 홍보팀장을 맡았던 B씨는 “솔직히 홍보 쪽에서 사업계획을 세운 쪽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며 “내가 들어갈 당시(2009년 3월)에는 이미 계획이 완료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 단체에서는 지속적으로 대운하 전용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내가 있을 당시 내부 분위기는 대운하를 만들려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야 하는데, 리프트를 설치하는 등의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설혹 대운하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비판을 받았는데 누가 대운하를 한다고 선뜻 나설 수 있겠느냐는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MB 자부심 여전… 수사 최종 타깃 주목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감사원 결과 발표 후 한겨레신문은 지난 1월 4일 열린 이 대통령의 4대강 본부 치하 자리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의 전언 형식으로 MB의 발언을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운하는 내가 국회의원 할 때 처음 제안했던 것인데, 내가 대통령이 돼서 내 손으로 이렇게 시작할 수 있을 줄 몰랐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내가 거의 다 해놨기 때문에 나중에 현명한 후임 대통령이 나와서 갑문만 달면 완성이 된다’는 취지의 말도 해서 놀랐다.”(한겨레 7월 11일 보도) 실제 이명박 대통령의 그동안 4대강과 대운하를 두고 한 발언을 해석해보면 이 대통령이 위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감사원이 대외적으로 공개한 결과보고문에 등장하는 대운하 설계팀 컨소시엄 명이나 관련 업체명은 모두 ○○○○나 ◇◇ 등으로 비공개 처리되어 있다. 하지만 <주간경향>이 입수한 감사원의 국회 제출자료 감사결과보고(2013년 7월 15일)에는 업체명 등이 모두 그대로 밝혀져 있다. 정부가 4대강 마스터플랜 작성에서 참고한 대운하 안(案), 즉 ‘최소수심 6.1m를 확보해 갑문·터미널 등 운하시설을 민자로 추진하는 계획’은 장석효 대운하연구회 회장(전 인수위 한반도대운하TF팀장)과 ㈜유신 부사장이 주도한 대운하설계팀에서 수립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에는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도화엔지니어링이 참가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컨소시엄의 주축인 현대건설의 전 CEO 출신이다. 8월 8일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된 ㈜유신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운하 안을 주도한 장석효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기인 지난 2011년 6월부터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맡고 있다. 그의 임기는 2014년 6월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원전비리’ 수사와의 공통점은 박영준 전 차관이다. 현재 표면적으로 ‘4대강’과 ‘원전비리’는 업체 뇌물 공여, 정치인 금품수수 비리로 맞춰져 있지만 최종 타깃은 이 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측은 어떻게 말할까. 8월 8일 기자를 만난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은 “재임할 당시에도 강조했지만,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과정에서 누군가 비리를 저질렀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단죄해야 할 일”이라며 “감사원 감사 등이 사업의 성과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MB쪽 관계자는 “아직 압수수색 정황만 나오고 있고 구체적으로 수사가 어떤 방향인지, 어떻게 귀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넘겨짚어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한 일 아니냐”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정리해서 대변인을 통해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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