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차량 지붕 위의 오토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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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싣는 ‘루프박스’와 지붕에 바로 설치하는 ‘루프톱텐트’ 장착 늘어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는 요즘 오토캠핑에 빠져 있다. 주말이면 자신의 SUV 차량에 캠핑 장비를 잔뜩 싣고 캠핑장으로 떠나는 것이 낙이다. 예전에는 코펠과 텐트, 테이블, 침낭 등 간단한 물건만 챙겼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캠핑장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용품들을 보면서 하나둘씩 사들이기 시작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캠핑용품은 창고에 처박아뒀다. 5분이면 설치할 수 있는 오토텐트, 5m 길이의 타프, 요즘 캠핑장에서 유행하는 해먹, 키친 테이블, 야외침대, 대용량 아이스박스, 텐트용 매트, 그라운드 매트, 식수용 물통, 캠핑용 빔프로젝터, 참숯구이용 식탁 등을 사는 데 3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캠핑용품에 대한 자신감과 뿌듯함도 잠시, 박씨는 큰 난관을 만났다. 짐이 많아지면서 SUV 차량 트렁크에 캠핑용품을 정리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캠핑족들이 흔히 말하는 ‘테트리스’(짐을 차 트렁크에 차곡차곡 쌓는 행위)를 아무리 잘해도 아내와 아이 둘이 앉아 있는 좌석에까지 자잘한 짐들을 실어야만 겨우 용품 정리가 끝난다. 캠핑을 떠날 때마다 짐과의 전쟁을 치르느라 피곤한 박씨가 요즘 눈여겨 보는 게 있다. 

2013 서울모터쇼에서 한국GM은 캡티바 차량 위에 루프톱텐트를 설치해 주목을 받았다. | 한국GM 제공

2013 서울모터쇼에서 한국GM은 캡티바 차량 위에 루프톱텐트를 설치해 주목을 받았다. | 한국GM 제공

차량 지붕에 짐을 실을 수 있는 ‘루프박스’와 차량 위에다 텐트를 바로 칠 수 있는 ‘루프톱텐트’다. 박씨는 아내에게 “테트리스를 아무리 해도 캠핑용품 정리가 잘 안 된다. 지붕에 짐을 실을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해야겠다”고 말하지만, 아내는 “절대 안 된다”고 요지부동이다. 캠핑용품을 장만하는 데도 수백만원이 들었는데, 남편이 또 수백만원을 들여 장비를 추가한다고 하니 아내는 오토캠핑이 부담스럽다.

탈부착 용이한 ‘루프백’ 비용부담 덜해
오토캠핑이 유행하면서 박씨처럼 자동차 지붕을 이용해 트렁크 짐을 줄이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캠핑족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아이템이 ‘루프박스’다. 차량 지붕에 용품을 실을 수 있는 짐칸이라고 보면 된다. 루프박스는 원래 긴 스키를 싣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최근 들어 일반 짐칸으로 확장된 것이다. 루프박스를 차 지붕 위에 올리는 것을 ‘머리 올린다’고 표현할 정도로 많이 대중화했다.

자동차 지붕을 선점하려는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해외 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 지붕 위에 얹은 캐리어를 만든 스웨덴 브랜드 ‘툴레’(Thule)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 브랜드인 하프로(Hapro), 미국 브랜드 야키마(Yakima)도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다. 국내 브랜드는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중국에서 만들어 들여오고 있다. 툴레 브랜드를 수입 판매하고 있는 나눅스네트웍스 마케팅 담당자는 “오토캠핑 붐이 불면서 루프박스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라면서 “유럽에서는 차량 10대 중 3대꼴로 루프박스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대중화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50대 중 한 대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SUV 차량은 물론 세단에도 루프박스 설치가 가능하다. 짐이 많다고 차를 바꾸기는 어려우니까, 대안으로 루프박스를 많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요즘 캠핑족에게 루프박스는 뜨거운 아이템이다. 사진은 루프박스에서 물건을 꺼내고 있는 모습. | 경향신문

요즘 캠핑족에게 루프박스는 뜨거운 아이템이다. 사진은 루프박스에서 물건을 꺼내고 있는 모습. | 경향신문

루프렉(차량 지붕에 가로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는 기본 지지대)이 있는 차량은 가로대를 구입해서 루프박스를 설치해야 한다. 가로대 구입비용과 설치비용은 20만~30만원 정도. 루프박스 가격은 용량과 브랜드에 따라 50만~200만원까지다. 루프렉이 없는 세단 차량의 경우 차량의 문을 이용해 지지대를 설치한 후에 루프박스를 올릴 수 있다.

루프박스는 고가에다가 차량에 고정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SUV의 경우 차량의 높이가 있는데, 여기에 루프박스까지 설치하면 2.3m 높이로 되어 있는 백화점이나 마트의 지하주차장 이용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루프박스의 단점 때문에 탈부착이 용이한 루프백을 이용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루프백은 루프박스처럼 고정식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지붕 위에 설치하고 이용 후에는 떼어내 집에 보관한다. 루프백 가격은 10만~30만원대. 루프박스와 비교하면 비용부담이 덜하다. 다만 루프백은 천으로 되어 있어서 방수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게 단점이다.

루프톱텐트도 인기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1분 만에 차량 지붕 위에 텐트가 생기는 모습을 보면 다들 놀라게 된다. 루프톱텐트를 경험해본 이들은 “설치가 편하다” “편안한 잠자리를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야영을 할 수 있다” 등의 장점을 내세운다. 자동차업계도 루프톱텐트에 관심이 높다. 한국GM 등 자동차업계는 루프톱텐트 업체와 협력해 자사 SUV 자동차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

차량무게 늘어 안전운전 주의해야
루프톱텐트는 하드쉘과 소프트쉘로 나뉜다. 보트의 몸체, 스키용품, 항공기 부품 등에 쓰이는 FRP로 만든 딱딱한 텐트를 하드쉘이라고 부르고, 천으로 만든 루프톱텐트가 소프트쉘이다. 캠핑장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루프톱텐트는 천으로 된 소프트쉘이 대부분이다. 하드쉘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나마스테(Namastte), 힐랜더(Hillander), 디스커버리(Henti) 등이 캠핑족에게 잘 알려진 소프트쉘 브랜드다. 하드쉘의 경우 이탈리아 브랜드인 ‘오토홈’이 얼마 전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다.

오토홈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마린랜드의 김수진 실장은 “루프톱텐트를 설치하면 차량이 갈 수 있는 곳 어디에서도 캠핑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다만 루프톱텐트 무게가 보통 50~80㎏ 정도 되니까 전문점에 가서 설치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캠핑용품 업체 관계자는 “세단에는 루프톱텐트 설치를 피하는 것이 좋다. 지지대가 받쳐줄 수 있는 것이 보통 60~100㎏이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텐트 자체가 무거워서 운전을 할 때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검사기준처 김용달 과장은 “루프박스나 루프톱텐트 등은 구조변경 승인을 요청하지 않아도 되는 품목”이라며 “루프박스에 짐을 싣거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루프톱텐트를 설치하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량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을 감안해서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루프톱텐트는 브랜드와 크기에 따라 150만원대에서 3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대중화하기에는 가격이 아직 부담스럽다. 자동차 커스텀 디자이너 장종수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동차 지붕에 루프박스나 루프톱텐트를 설치하는 것이 드물었다. 올해 캠핑 붐과 함께 차량 지붕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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