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북회담 무산

“북측 수석대표로 김양건 나오라고 한 것은 이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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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북 인도적 지원 앞장서는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

남북당국회담 무산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남북회담 접근법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은 남북당국회담 무산과 관련,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북한 내 권력 서열 3∼4위 정도로 알고 있다”며 “우리측이 김양건 통전부장을 남북당국회담에 수석대표로 나오라고 한 것은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과거 관행과는 달리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회담 파트너로 김양건 통전부장이 나올 것을 북한에 요구해 왔다.

남북의료협력재단을 설립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정 의원은 “북한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회담에 나온 것 같다”며 “남북이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도적 협력을 통해서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선인 정의화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약하고 있다. 그는 현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우리민족서로돕기 공동대표, 국회 한미외교협의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특집| 남북회담 무산]“북측 수석대표로 김양건 나오라고 한 것은 이해 안 돼”

6년 만에 재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됐다. 다른 어느 정치인보다 아쉬움이 많을 텐데.
“북한의 다양한 회담 전략에도 불구하고 남북회담이 개최됐으면 우리가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논의할 수 있었고, 추석을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도 협의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개성공단과 관련해 남한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들어가서 중단됐던 설비를 점검해보도록 북측이 우리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단됐던 남북당국회담이 재개되도록 양측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이유가 양측 수석대표의 ‘급’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정부는 북한이 먼저 회담을 제안해오니까 북한이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조금 오만한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래서 김양건 통전부장을 회담에 나오라고 했다. 그 부분은 이해가 안 됐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과 우리나라는 정부 직제가 다르다. 그동안 그것을 인정했기에 장관급 회담에서 남측은 통일부 장관이 나가고 북측은 내각 참사가 나왔다. 우리가 그것을 양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김양건 통전부장은 북한 내 권력 서열 3-4위 정도로 알고 있다. 김양건 통전부장이 나오면 우리측도 총리 또는 부총리급 이상이 나가야 했다. 그 부분에서 우리 정부가 성급했던 것 같다. 북측도 회담에 대해 너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코너에 내몰릴 것 같으니까 남북회담 카드를 이용한 것 같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남북당국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회담 수석대표로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장을 내세운 것에 대해 남한에 “굴종과 굴욕을 강요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회담을 굴종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얘기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당연한 얘기라도 구태여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상대가 조금 불쾌하더라도 그것을 다 지적하면 (상대는)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정부 인사가 북한에 대해 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언급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

앞으로 남북 당국이 다시 회담을 재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름에는 북한에 식량문제도 있고 말라리아의 위험 등 보건문제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의약품을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인도적인 지원은 계속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동포애를 갖고 인도적인 지원을 하다면 서로간에 신뢰를 쌓을 수 있다. WHO(세계보건기구), WFP(세계식량계획), 유니세프(국제아동기구) 등 국제기구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할 수도 있다. 남한 내의 적십자사나 민간단체 등 비정부 기구를 통해 지원해줄 수도 있다. 남한은 인도적 지원을 통해서 북한과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 말기 국회 부의장 때 남북국회회담을 추진했다고 들었다.
“지난 2011년 5월쯤에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남북국회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노력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 이후에 알고 보니 남북한 인사가 싱가포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물밑접촉을 했었다.”

지난해 정 의원은 ‘무지개 정책’이라 불리는 새로운 대북 독트린을 발표했다. 새 대북 독트린의 내용은 무엇인가.
“경색된 남북관계가 안타까워서 지난해 국정감사 때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안했다. ‘무지개 정책’이라 불리는 이 대북정책은 지난 15년간의 교훈을 바탕으로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성을 발휘해 나가는 전략적 접근이다. 남북관계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른 맞춤형 지원과 접근방안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소규모 식량지원과 같은 인도적 지원분야는 남북관계·국제정세와 상관없이 지원을 지속하고, 남과 북이 장기적인 전망을 공유하며 함께 진행하는 경제협력사업은 남북관계·국제정세와 상관없이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등 대북정책과 관련해 7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정 의원은 오랫동안 의료부문에서 남북간 인도적 협력사업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2006년에 사단법인 남북의료협력재단을 설립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경색되기 전까지 의약품·환자복·병원 침대 등을 북한에 보내줬다. 비정부기구인 나눔인터내셔널과 제휴해 나눔인터내셔널을 통해서 북한에 지원했다. 북한에서는 전기·약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병원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남북당국회담에 기대가 컸었다. 통일 준비의 일환으로 8년 전부터 북한과 협력해 남북의료협력 사업을 추진해 왔다. 우리는 대북 의료지원과 관련해 ‘3030운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3030운동’은 북한의 중소도시 30곳에 30병상 규모의 종자병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정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영호남간 동서화합의 전도사로 활약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2015년 광주 하계 U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 출신인 정 의원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것은 의외다.
“동서화합도 못하면서 남북통일을 이루기는 어렵다.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호남을 돕는 일을 많이 했다. 호남고속철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도청이 광주에서 무안으로 옮겨감에 따라 공동화된 광주에 아시아문화전당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나는 2015년 광주 하계 U대회 유치위원장을 맡았었다. 그리고 U대회를 유치하자 조직위원장이 됐다. 나는 광주 명예시민이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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