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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사건, ‘불통 인사’가 빚은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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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1호 인사’ 방미수행 중 성추행으로 나라 망신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1호 인사’로 꼽혔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5월 10일 방미 수행 중 발생한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전격 경질됨에 따라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인사’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주미 대사관의 한 여성 인턴은 박 대통령 방미 기간 중인 5월 7일(현지시간) 윤창중 전 대변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으며, 미국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 여성은 미국 시민권자이며, 이번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행사를 위해 채용됐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귀국하기도 전에 그를 전격 경질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인수위 대변인 시절인 1월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대통령직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인수위 대변인 시절인 1월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대통령직 인수위사진기자단

36시간 쉬쉬하다 뒤늦게 경질 발표 거센 비판
우선 방미수행단이었던 윤 전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 사건에 휘말림으로써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던 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방미외교 성과는 빛이 바랬다. 박 대통령은 4박 6일간의 방미 기간 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미 상·하원 합동연설 등을 통해 한반도 안보위기 과정에서 대북 공조를 확인했다. 특히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격상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박 대통령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박 대통령은 또한 보잉, 커디스-라이트, 올모스트 히어로스 등 미국 7개 기업으로부터 3억8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과감하고 당당한 스케일로 ‘문화외교’를 펼쳤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번 성추행 의혹 사건이 박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에 상당한 오점으로 남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번 방미가 아주 잘됐다고 국내에서 평가를 받고 있고, 저희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순방 도중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라는 메가톤급 사건을 36시간가량 쉬쉬하다가 뒤늦게 윤 전 대변인의 경질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끝날 때까지 숨기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는 5월 9일 새벽 미국 최대의 한인 여성커뮤니티 미시 유에스에이(Missy USA) 게시판에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설이 오른 후에 자세한 언급을 회피한 채 “불미스런 일로 윤 전 대변인을 경질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측은 윤 전 대변인을 상대로 귀국 전과 귀국 직후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피해여성의 주장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5월 8일 오후 12시 30분에 미국 경찰에 성추행 신고가 접수됐는데 윤 전 대변인은 오후 1시 30분께, 그것도 비즈니스석으로 귀국을 했다”며 “5월 8일 오전 박 대통령의 미국 상·하원 연설이 진행됐음을 감안하면 대변인이 대통령에 사전 보고 없이 귀국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박 대통령의 방미에 찬물을 끼얹은 ‘윤창중 사건’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공무를 수행하러 간 공직자가 해이해진 기강으로 불미스런 일에 연루된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고 국가 품위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패션 외교에 흙탕물을 끼얹은 격으로 국가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대통령의 정상외교 와중에 대변인은 성추행이라니 참으로 창조적 행태”라고 비꼬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4박6일간의 미국 방문을 위해 5월 5일 공군1호기로 출국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첫 행선지인 뉴욕행 기내에서 기자단 및 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 대통령 뒤에 윤창중 전 대변인(왼쪽)이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4박6일간의 미국 방문을 위해 5월 5일 공군1호기로 출국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첫 행선지인 뉴욕행 기내에서 기자단 및 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 대통령 뒤에 윤창중 전 대변인(왼쪽)이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수면아래 가라앉았던 불통인사 논란 다시 부상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처음으로 단행한 인사에서 발탁한 인물로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까지 함께 갔다. 특히 새누리당은 잠잠해질만 하면 성추문 사건이 잇따라 터져, 여론의 지탄을 받지 않을까 가시방석이다. 지난 2006년 최연희 전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2010년 강용석 전 의원의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성 관련 사건’은 사안의 경중을 떠나 폭발력이 매우 강하다”며 “이번 사건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조각이 우여곡절 끝에 완료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불통 인사’ 논란이 윤 전 대변이 해외 공무수행 중 일으킨 ‘돌출행동’으로 다시 전면으로 부상했다. 특히 이 사건은 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해외 방문을 수행하면서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고위공직자가 현지에서 일으킨 비상식적인 일인 데다, 이런 사실을 외신까지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국가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불통 인사 참사가 결과물로 터지기 시작했다”며 “윤창중 대변인을 임명할 때 당시 야당이 얼마나 반대했는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민주당과 국민이 임명을 반대했음에도 대통령이 감행했던 ‘오기 인사’, ‘불통 인사’의 대표적 인물”이라면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잘못된 인사가 불러온 국격 추락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몰지각한 행위를 했다면 청와대도 국민에게 할 말이 없는 것”이라며 “윤 전 대변인은 그동안 제한적으로 이뤄진 인사의 대표적 인물이었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올해 초 인수위 시절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내정자,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등이 도덕성 논란 등 각종 이유로 낙마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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