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서비스의 미래 비전 ‘우정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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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부터 우정사업본부가 변신했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가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가 됐다. 충남 천안에 있는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은 우정공무원교육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우정사업본부 일반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지식경제부공무원노동조합도 미래창조과학부공무원노동조합으로 간판을 갈았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과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 개정법률안이 공포됐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전국 약 3700개 우체국 등 우정기관의 문패와 1만7000여명의 우체국 집배원을 비롯한 4만5000여명의 우정사업본부 소속 공무원과 직원, 더 나아가서 산하·유관기관까지 5만6000여명에 이르는 우정 종사원의 신분증이 달라진 셈이다.

지난 3월 23일부터 우정사업본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의 별도 직제를 가질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났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지난 3월 23일부터 우정사업본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의 별도 직제를 가질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났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의 혁명적 변화는 무엇보다 이번에 개정된 특례법의 내용에 있다. 정부 부처 소속기관 중 처음으로 모기관(미래창조과학부)과는 별도로 중앙행정기관 단위의 독립 직제 설치 근거가 마련된 것이 핵심이다. 우선 우정사업조직의 설치 및 분장 사무는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하도록 했다(특례법 제7조). 이전 같았으면 미래창조과학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및 직제시행규칙에 얽매여 꿈도 꾸지 못했던 일도 가능해진 것이다. 인력 확충 문제도 유연해졌다. 6급 이하 공무원의 직급별 정원에 대해서는 미래창조과학부령으로 따로 정할 수 있고(특례법 제7조의 2),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의 전보·직위해제와 3급 이하 공무원의 임용권을 본부장이 행사할 수 있게 됐다(특례법 시행령 제10조의 3). 중앙행정기관의 일방적인 인사전보, 즉 ‘낙하산 인사’도 예전처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특례법 제7조의 5).

그동안 말로만 책임운영기관이었지 그에 상응하는 인사 자율권은 갖지 못했던 우정사업본부로서는 그나마 숨 쉴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이제까지는 5급 정원의 결원이 생겨도 임용권이 장관에게 있었기 때문에 모기관의 정원이 차 있으면 승진 임용을 할 수 없었다. 우정사업본부와 똑같은 다른 2급 책임운영기관이 행사했던 인사 자율권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집배원 등 기능직 우정공무원 노조인 전국우정노동조합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집배원 증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기도 했다. 이항구 우정노조 위원장은 지난 2월 22일 한국노총에서 열린 박 대통령(당시 당선인)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우정청 승격과 집배원 증원을 건의했다. 이 위원장은 세종시, 광교신도시 등 신도시가 형성되어 택배 물량과 통상배달 물량 및 배달개소 수가 증가해도 집배원 증원이 어려운 현실을 들며 “이 시각에도 전국의 모든 가구를 매일매일 방문하여 독거노인 돌보기, 산불예방 신고 등 경찰이나 소방대원 못지않게 사회안전망 역할과 복지 전달 메신저 역할을 하는 만큼 1000명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집배원이 너무 고생하고 너무 모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신도시가 늘어났는데도 공무원 증원 억제 정책에 묶여 집배원을 늘려주지 않는 것은 “그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고 한다. 지난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 직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희망 복주머니’ 행사에서도 박 대통령은 집배원 증원과 더불어 임기 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비록 우정청 승격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번 직제 독립은 우정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쉽게 얘기하면 ‘절반의 성공’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정이 할 일은 분명해졌다. 명실상부한 자율과 독립 체제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그 하나이고, 우정서비스의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 다른 하나다. 우정본색은 두 말할 것 없이 보편적 공공서비스의 창조적 힘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일 터이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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