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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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Social Network Service)가 애플리케이션·콘텐츠 생태계를 갖추고 플랫폼으로 진화한 형태를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줄여서 소셜 플랫폼이라고 한다. 최근 카카오톡, 라인 등의 모바일 메신저들은 소셜 플랫폼으로서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플랫폼은 판매자 그룹과 소비자 그룹을 매개함으로써 상거래를 촉진하고, 그러한 상거래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올릴 뿐만 아니라 광고, 이용료 등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소셜 플랫폼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2007년부터 데스크톱에서 거의 독보적인 소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전세계 1위 SNS가 됐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모바일 전략의 실수로 말미암아 모바일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고, 그로 인해 여러 경쟁업체들이 도전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가 소셜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를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가 소셜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를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페이스북의 아성에 도전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로 카카오톡, 라인 등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국민 모바일 서비스라 할 수 있는 카카오톡은 올해 2월 기준 가입자 수 8000만명을 돌파했으며, 하루 평균 50억건에 달하는 메시지 전송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카카오톡에 기반한 모바일 SNS인 카카오스토리는 가입자 수 3400만명을 돌파했으며, 포스팅 수 11억개, 댓글 수 108억개를 돌파한 상태다. 카카오톡의 운영사인 카카오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4·4분기에 게임 등을 통해 수익이 크게 상승했으며 그에 따라 2012년에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IT 시장의 중심이 모바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PC 판매 대수가 감소하고 모바일 기기의 판매 대수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사람들이 모바일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은 SNS 기능의 강화와 더불어 각종 애플리케이션(게임, 쇼핑, 커뮤니케이션, 정보, 엔터테인먼트 등) 및 디지털 콘텐츠(음악, 영화, 전자책 등) 생태계의 구축을 통해 ‘모바일 소셜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지난 3월 5일 게임 100종을 돌파했으며, 올해 상반기 내에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하는 카카오페이지를 선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들은 주로 카카오톡의 놀라운 성과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의 그림자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내용 중 중요한 것 하나는 카카오톡의 폐쇄성과 독점의 심화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의 조짐이다. 카카오톡은 앱 개발업체 입장에서 그리 개방적인 플랫폼으로 보기 어렵다. 카카오톡은 외부에 간단한 링크 API 정도만 공개하고 있을 뿐이며, 게임 등의 앱 개발을 위해서는 카카오톡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앱의 출시 일자도 사실상 카카오톡이 결정하고 있으며, 최근의 정책 변경으로 개발업체들은 반드시 iOS와 안드로이드용을 동시에 출시해야 한다.

카카오톡의 입지가 강화되면 될수록 카카오톡은 보다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한 방향으로 플랫폼을 통제하게 될 것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나 네이버처럼 말이다. 이에 따라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이 카카오톡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모바일 게임업체들의 볼멘 소리가 들리고 있다. 또한 카카오톡의 행보가 사용자들의 이용시간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게임 등 큰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집중됨에 따라 카카오톡 중독, 모바일 게임 중독, 사생활 침해 등의 여러 부작용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플랫폼은 독점이 심화됨에 따라 여러 가지 산업적·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카카오톡 성공의 이면에 관심을 갖고, 플랫폼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http://peopleware.kr)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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