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이제는 ‘소셜시청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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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레밀리터리블”이 국내외에서 화제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군인버전 패러디물이라 할 수 있는 이 13분짜리 영상의 완성도에 대해서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많은 해외 외신이 호평하면서 ‘제 2의 강남스타일’이 될 것인가라는 화두까지 던진 상태다. 이 ‘레밀리터리블’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이 있겠지만, 나는 이 영상이 급작스럽게 조회수가 올라가게 된 계기가 원작영화에 출연한 러셀 클로우가 이 영상을 트위터에 추천하면서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마치 작년 강남스타일이 해외 유명 프로듀서들로부터 추천 트윗을 받으면서 유투브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할까? 이러한 SNS 플랫폼의 효과에 대해 업계에서는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비단 한 편의 패러디물이나 뮤직비디오에 국한된 것이 아닌 최근에는 아예 TV 시청 자체와 결합된 ‘소셜 TV’가 주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TV는 TV시청과 SNS 플랫폼을 결합시킨 것으로서, TV시청 중에 지인들과 프로그램 정보를 공유하거나 의견을 나누고, 더 나아가 소셜플랫폼에 기반한 TV 프로그램 소비, 제작, 유통에까지 이르게 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그동안 TV와 소셜 융합은 TV방송 중에 출연자의 트위터 계정을 보여주고 SNS에 올라오는 시청자의 감상평을 실시간으로 프로그램 화면 하단에 보여 주는 것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더 다양한 소셜 플랫폼과의 융합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의 소셜 TV 시청률 조사기관 트렌드알TV 서비스. | 출처 : 트렌드알 TV 홈페이지(http://trendrr.com)

미국의 소셜 TV 시청률 조사기관 트렌드알TV 서비스. | 출처 : 트렌드알 TV 홈페이지(http://trendrr.com)

그 한 예로서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소셜 TV 시청률이다. 소셜 TV 시청률은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와이어드세트가 최초로 제시한 개념인데, 세계최대 시청률 조사 기관인 닐슨 미디어리서치가 ‘SNS 플랫폼 이용한 소셜 활동’이 시청률에 영향을 끼친다는 논문을 발표한 이후로 크게 주목 받고 있다. 대표적 서비스로 ‘트렌드알TV (Trendrr.tv)의 경우 미국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들에 대한 SNS 플랫폼에서의 관심도를 기반으로 일간·주간 시청률을 발표하고 있다.

에릭슨 컨슈머 랩의 조사에 의하면, 이미 북미/영국 시청자 중 62% 이상, 국내시청자중 72% 이상의 시청자가 TV 프로그램 시청 중 SNS 통해 프로그램 관련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니, 이런 ‘소셜시청률’ 서비스에 방송 및 광고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소셜 플랫폼과 TV의 융합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표적 SNS기업인 페이스북의 경우 OTT(Over the Top, 인터넷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제공) 업체인 ‘훌루’와 손잡고 페이스북 친구들이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추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소셜TV시장 공략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셜 플랫폼과의 결합은 전반적인 TV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을 올리고 잠재시청층의 파이를 더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통신전문 조사기관인 OVUM이 2012년에 유럽 및 북미 지역 주요 방송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셜 플랫폼은 통념과 달리 TV 시청시간을 뺏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TV 시청률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즉, TV프로그램을 보지 않을 사람까지도 SNS로 공유되고 언급되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셜 플랫폼과 TV와의 연동은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KTH의 경우 이미 2011년에 올레 TV와 연동하여 실시간 소셜대화가 가능한 ‘올레TV 채널토크’를 출시한 적이 있으며, SBS 에서도 SNS상 선호도가 높은 TV컨텐츠 순위를 제공하는 ‘쏘티’를 2012년에 출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소셜 서비스와 TV와의 융합은 어떤 모습으로 시청경험에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방송사가 송출하는 프로그램 편성표에 따라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SNS 계정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추천하는 프로그램이 먼저 소개되는 이른바 “개인화한 소셜 편성표”라는 것이 생기지 않을까? 마치 아마존에서 자주 사는 책과 유사한 장르의 책을 추천 받는 것처럼 TV를 켜면 소셜 TV 서비스가 시청자의 관심도와 친구관계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본인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을 추천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서비스는 기존의 TV가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시청 환경에서 벗어나 타인과 TV 시청 경험을 공유하고 개인의 필요한 TV콘텐츠만을 선별 시청하는 양방향ㆍ맞춤형의 스마트한 개인화 서비스로 진화하는 데 촉매제가 될 것이다. 최근의 IT주요 화두인 소셜 플랫폼이 스마트폰을 거쳐 마침내 안방의 터줏대감인 TV시청 패턴과 더 나아가 우리의 생활패턴마저도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그 미래상을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이유이다.

<유태열 kt 경제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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