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북한 3차 핵실험

한국 정부 북·미 핵 협상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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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핵 확산방지 위해 협상 가능성도… 현실화 땐 심각한 안보위기·한미동맹 타격 우려

북한이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남북한의 지정학적 위상과 주변국의 한반도 정책이 변하고 있어 한국과 이들 국가의 관계도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한은 핵 탄두의 소형화·경량화에 진척을 이루어 이를 미사일에 탑재해 가상적을 공격할 수 있는 핵의 실전능력을 머지않아 갖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북한이 핵을 대외 억제력으로 여기던 단계를 넘어 핵 공격력을 대외정책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는 남북관계의 구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을 가능성이 크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와 제임스 셔먼 한미연합사령관(오른쪽부터)이 2월 12일 김관진 국방장관과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성 김 주한 미국대사와 제임스 셔먼 한미연합사령관(오른쪽부터)이 2월 12일 김관진 국방장관과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북한 핵군축 대가 미군철수 요구할 수도
먼저 남한이 30배 이상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남북한 군사력 균형이 일거에 북한 쪽으로 기울고 남한은 북한에 대해 심리적 열세에 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는 이상 안보 불안감은 상존하게 된다. 국방비 증액이 시급하므로 복지·교육 예산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서 남한과 일본을 제외한 미국, 중국, 러시아에 핵 보유국 군축회담을 제안할 것이고, 핵 군축의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요구할 것이며, 군사안보 문제에 대한 남한의 협상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핵이라는 절대무기에 의존하여 한국의 보복을 차단할 수 있다는 생각 하에 대남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전면전이 벌어질 때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휘두르면서 미군의 증원병력 파견을 저지하려 할 것이다.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질 것인데, 미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므로 한·미동맹을 두고도 남남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국가 자주성 약화를 감수하면서 미국의 핵 능력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핵을 가진 북한에 강경정책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과 공존을 위한 화해정책을 펴야 된다는 주장이 대립하여 남남갈등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외평채 가산금리가 오르면 외국 자본의 투자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외교 비용도 급증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불법적으로 핵을 보유하게 된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기 어렵고 대북 강경 여론에 따라 대북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데, 이에 북한도 고압적인 대결정책을 펼칠 경우 남북이 정면으로 대립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때 미국과 중국도 대립관계를 형성하면 남북한은 대리전 성격의 군사 충돌로 치달을 위험성마저 있다. 물론 미·중관계가 원활할 경우에는 이들이 한반도의 미래를 두고 담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한의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는 이들 양 강국의 동북아 및 한반도에 대한 변한 이해관계와 한국의 국익이 원활한 조정을 통해 조화를 이룰지 여부에 달려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소식을 전하는 호외가 2월 12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배포되고 있다. | AP연합뉴스

북한의 3차 핵실험 소식을 전하는 호외가 2월 12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배포되고 있다. | AP연합뉴스

먼저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 지명자가 지적했듯이 북한이 ‘실질적인 핵 파워 국가’가 되는 데 바싹 가까이 가게 해준 이번 핵실험으로 미국의 대북 이해관계와 전략이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대북 핵전략에서 중점이 비핵화에서 비확산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미 2010년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란의 핵은 노력하면 포기시킬 수 있지만 북한은 핵 보유국에 근접했으므로 이를 막기 어렵다고 설파하였고, 미 정보 및 국방 고위 관료들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간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기정사실론 또는 체념에 입각한 대북핵관을 시사해 왔다. 이번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이런 인식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이 핵실험을 공식 확인한 지 약 1시간 만인 현지시간으로 새벽 1시45분에 직접 비난성명을 발표, 이를 ‘심각한 도발행위’(highly provocative act)이자 ‘확산 위험을 증대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북핵문제 비핵화에서 비확산 쪽으로 이동
문제는 미국이 북핵의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방점을 옮기면서 두 목표를 다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북한과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당분간 미국은 대북 강력제재를 추진하겠지만 3∼6개월이 지나면 알 카에다나 이란 등 미국의 적으로의 확산 방지를 위해 북한과 협상을 열어 핵물질 추가 생산 자제 및 확산 방지를 약속받고 기존 핵무기는 ‘묵인’하는 타협을 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때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는 한국은 심각한 안보위기에 처하고 한·미동맹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미국은 북한의 안보위협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을 우방국들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동아시아 정책에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비난성명에 “미사일 방어체제를 확고히 할 것”이라는 구절이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 내에서 핵 개발론이 제기되면 이는 한·미동맹에 충격을 줄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요구할 수 있지만 ‘핵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응하기보다는 핵우산(확장억제력) 제공을 확인하면서 미사일 방어에 적극 동참하고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것을 권고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만료기간이 다가오는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에서 진척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북한의 핵 위협이 상존하는 기간 중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자는 합의는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중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찬성했기 때문에 그보다 사안의 심각성이 훨씬 더 큰 핵실험에 대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국의 한반도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가 북한 체제 유지와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 다음에야 비핵화이므로 중장기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체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는 바람직한 한·중관계를 형성하려면 한·미동맹을 대외정책의 주축으로 삼되 반중화하는 것을 현명하게 자제하고,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바라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빈틈없는 대북안보와 억제태세를 확립하고 대북 제재안에 동참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의 끈은 항상 유지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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