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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 사오는 ‘제4 나로호’ 더 이상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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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 성공했지만 남은 숙제 많아… 항공과 우주기술 병행 발전 위한 정부 의지 절실

소형 위성발사체 개발사업(KSLV-I·나로호 발사사업)이 시작된 후 10년 만인 1월 30일 성공적으로 끝났다. 과학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나로호 발사체는 잔해를 바닷속에 남기고 불꽃과 함께 무대 뒤로 사라졌다. 4수 만에 성공한 나로호사업을 통해 1단 로켓의 핵심기술 습득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모든 절차를 반복 수행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단 로켓 독자 개발 및 인공위성 목표궤도 진입기술, 발사장 건설 및 발사 운용기술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우주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자긍심을 나로호를 통해 얻었다. 나로호 발사 이후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남은 숙제도 많다.

1월 30일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굉음과 함께 우주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1월 30일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굉음과 함께 우주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나로호 발사사업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됐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KARI) 주도로 나로호 발사사업을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2004년 한국과 러시아가 1단 로켓의 공동 개발에 합의했지만, 2006년 러시아가 미사일기술 통제조약 ‘MTCR’를 핑계로 러시아 로켓의 완제품 도입으로 변경되었다. 소련의 신형 앙가라 로켓을 사용한 1단 로켓을 이용한 제1 나로호는 2009년 8월 25일 발사로 막을 열었으나 페어링 분리문제로 실패했다. 2010년 나로호 2차 발사가 이루어졌지만 137초 만에 통신이 두절되고 공중 폭발했다. 2012년 10월 26일 3차 발사 중단 후 어댑터 블록을 교체하고 11월 29일 다시 발사를 시도했지만, 추력제어기의 과전류 문제로 다시 발사가 중단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월 30일 나로호 발사사업은 과학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성공을 거두고 마무리됐다.

제1단 로켓은 순수한 러시아 기술 의존
5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들어간 나로호사업 이후 남은 숙제도 많다. 우주발사체의 핵심인 제1단 로켓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하지 않고 사와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줬다. 우리가 머뭇대는 사이 일본은 이미 H-2 로켓을 개발해 인공위성 발사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독자 발사체 H-2 로켓 개발에 성공해 인공위성의 유상 발사(타국의 위성을 돈을 받고 대신 쏴주는 것)를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발사체 개발이 10여년 늦어진 것이다.

이미 1960년대 인간이 달나라를 다녀왔고, 현재 각종 우주 탐사선들이 우주 곳곳을 누비고 있다. 더 이상 우주사업은 쇼 비즈니스가 아니다. 우주 개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이벤트를 하거나 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만들어내거나 과장해서 국민을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우리 젊은이를 열광하게 했던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사업은 과학기술 성과가 다소 있었지만, 국가가 특정인을 선발해서 국가 예산으로 대기권 밖 여행을 시켜준 것이다. 실제로 이후 양성된 우주인도 없다. 1조5000억원의 예산으로 시작된 한국형 발사체사업(KSLV-II)의 경우도 다음 정부에서 완료되기 힘들다. 차기 정부에서도 보여주기식 단기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1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도 모호하다. 스페이스 클럽은 독자 개발한 로켓으로 독자 개발한 인공위성을 목표궤도에 진입시켜 정상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가 자동 가입된다고 소개된다. 하지만 스페이스 클럽이라는 표현 자체가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인증기관도, 정확한 정의 방법도 없다.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과학위성을 목표궤도에 올려놓았지만, 발사체의 핵심인 1단 로켓은 순수 러시아 기술이기 때문에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가방위·전투필수품 우리 기술로 개발해야
세계 몇 번째로 무엇이 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들여야 될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과 우주기술을 병행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기권을 통과해야 한다. 스페이스 셔틀이나 제 1·2 나로호처럼 대부분의 우주개발 사고는 대기권 내에서 발생한다. 통상 대기권 내에서 항행에 필요한 기술을 항공기술이라고 말한다. 항공기용 제트엔진과 로켓용 엔진, 항공기 동체와 우주발사체의 설계, 제작 기술과 방법 및 기술인력의 많은 부분이 우주기술과 겹친다. 항공기술의 뒷받침 없이 우주기술이 성공할 수 없다. 미국, 소련, 중국은 물론 우리 천리안 위성을 대신 올려 보낸 프랑스나 아리랑 3호 위성을 대신 올려준 일본도 항공과 우주기술을 묶어서 발전시키고 있다.

항공산업은 자동차산업과 다르다. 항공산업은 다품종 부품으로 소량(수백대)을 만드는 산업인데, 우주산업은 다다품종으로 극소량(몇기)을 제작한다. 항공산업과 우주산업의 공통점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이자, 규모의 경제(사기업이 담당할 수 없는 예산)가 필요한 분야다. 여기에 노동집약적인(자동차처럼 기계로 찍어낼 수 없고 전량 고급 기술인력에 의해 조립, 제작해야 한다) 산업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돈’을 투입해도 이윤이 발생하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된다. 이러한 항공우주산업의 특성 때문에 정부의 지원 없이는 커나가기 어렵다. 항공우주 제품들은 한면으로는 여객기·화물기나 위성발사체·우주탐사선과 같은 평화적 이용이 목적이다. 하지만 한면으론 전투기·폭격기·미사일·대륙간탄도탄(ICBM) 등 국가 방위와 전투의 필수품으로 반드시 우리 손으로 개발해야 한다. 나로호사업에서 보았듯이 첨단기술은 선진국이 절대로 주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10년째 거론되고 있는 한국형 차세대전투기(KFX)사업도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국내 주도로 시작해야 한다. 잘못하면 나로호 발사체 개발을 못하고 10년을 허비하게 된다.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이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한국형 발사체사업과 한국형 차세대전투기사업 등을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로 육성해야 한다. 항공산업과 우주산업이 기술과 인력을 공유하는 만큼 두 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에 그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한다.

핵심기술을 외국에서 사오는 ‘제4의 나로호’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새 정부는 첨단 항공기술의 결정체인 전투기사업(KFX)과 우주산업의 핵심인 한국형 발사체 사업이 동시에 가도록 하는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당장 예산이 버거울지 모르지만 앞으로 10년 후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기술력을 IT 기술에 이어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도록 해야 한다. 항공우주 관련 산·학·연을 공동의 장으로 묶어주어야 하고, 장차 우주군의 핵심이 될 ‘공군’을 반드시 참여시켜야 하며, 새 조직이 될 미래창조과학부의 ‘관’이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조진수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한양대 항공공학 교수> jsch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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