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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된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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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대학 7개 유치한다더니 1곳만 개교… “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가 큰 원인”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사업에 대한 실적 부진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당초 계획했던 외국대학 개교가 늦어지는 등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에 외국대학 유치 일정이 자주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사업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대학의 캠퍼스를 건립하는 사업으로, 지난 2009년부터 추진돼 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해외 대학의 경쟁력 있는 분야를 한 캠퍼스에 모아 아시아 지역 학생들을 모집하는 세계 유일한 교육모델로 홍보해 왔다.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개교식. | 경향신문 자료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개교식. | 경향신문 자료

아시아지역 학생 모집 계획 차질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 2010년초 작성한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조성사업’에 따르면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는 미국 남가주대 등 외국대학 7개를 2012년까지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 개교한 외국대학은 단 1곳뿐이다. 바로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SUNY·Stony Brook) 캠퍼스다,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의 학생 유치 실적은 저조하다. 지난해 개설된 대학원(석사 및 박사) 과정의 경우 학생수는 46명으로, 정원(407명)의 11%에 불과했다. 특히 학생 46명 중 내국인이 4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인은 5명에 불과했다. 중국 등 아시아 지역 학생을 모집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15일에 마감된 2013년 대학원 과정도 모집정원이 50명이었으나, 18명만 지원했다. 올해 3월에 처음으로 개설되는 학부 과정도 인기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체 50명 모집에 88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2대 1도 안 된다.

문제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조만간 개교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외국대학들도 예정대로 들어올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지난해 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원석 의원(진보정의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2012년 중 미국 조지메이슨대의 학교 설립 승인을 완료하고, 미국 유타대 및 벨기에 겐트대로부터 학교 설립 승인 신청서를 받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올해는 조지메이슨대와 유타대가, 내년에는 겐트대가 개교한다는 일정도 제시돼 있다.

하지만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의 외국대학 개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유일하게 조지메이슨대만 교과부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으며, 다른 대학들은 아직 교과부에 학교 설립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교과부 관계자는 “외국대학이 국내에서 개교하려면 최소 1년 전에 교과부로부터 설립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내년 3월에 개교하려면 올해 2월까지는 외국대학으로부터 설립 관련 서류가 교과부에 제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수익사업도 부진
그동안 외국대학 개교 일정은 계속 연기돼 왔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지난 2010년 4월 정보공개청구로 인천시로부터 받은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조성사업(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2010년 3월 작성)’에 따르면 인천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7개 외국대학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12년까지 7개 대학을 송도에 개교시킨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당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밝힌 개교 일정은 뉴욕주립대 2010년 9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2010년 9월, 델라웨어대 2011년 9월, 조지메이슨대 2011년 9월, 남가주대 2011년 9월, 미주리대 2011년 9월(이상 미국), 서리대(영국) 2012년이었다. 하지만 남가주대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등은 자체 조사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교를 포기했거나 무기한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외국대학 개교는 일정대로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대학이 당초 계획대로 개교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주간경향>의 취재를 거부했다.

각종 혜택이 주어졌던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수익사업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부진하다. 이 사업은 지난 2009년 국가정책적 추진사업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은 반드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국가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해당 사업의 총사업비는 1조700억원으로 1단계 건립비용이 5040억원, 2단계 건립비용이 5660억원이다. 캠퍼스 부지는 29만5000㎡이며, 학교 건축 연면적은 65만850㎡(1단계 29만3031㎡, 2단계 35만7819㎡)이다. 

[정치]‘용두사미’ 된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수익지역 부지는 9만4273㎡이다. 1단계 사업비는 국비 25%(1260억원), 시비 25%(1260억원), 민간 50%(2520억원)로 충당된다. 현재 1단계 3공구로 나누어진 건축계획 중 2공구까지 건축이 진행된 상황이다. 민간부문은 인천도시공사·인천교통공사와 부국증권이 설립한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주)가 맡고 있다.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주)가 수익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공동주택·오피스텔·판매시설)를 건설, 개발이익으로 사업비의 50%를 충당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5월부터 분양한 공동주택(아파트)은 분양률이 62%에 그치고 있으며, 오피스텔은 32%, 판매시설은 24%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1800여억원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까지 받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인천시가 추진한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조성사업’이 처음부터 무리한 사업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만 했어도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석 의원은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는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조성계획과는 달리 100여명도 채 안 되는 학생을 유치하는 형편없는 결과를 내고 있다”면서 “정부가 당시 경제위기·부동산 경기 등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자의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준 것이 해당사업이 부진에 빠진 근본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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