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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5년, 나빠진 지표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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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18대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된다. 5년 전 12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실질적인 권력자로 부상했다. 마찬가지로 18대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면 이 대통령의 임기가 2013년 2월 24일까지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권력은 대통령 당선자에게 넘어간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5년간 누린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이명박 정부는 다른 정부와 달리 집권 초기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였다. 쇠고기 수입 논란과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이었다. 한 번 폭락한 지지율은 다시 정상궤도로 올라왔지만 실추된 이미지는 임기말까지 이어져 왔다.

2011년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열풍을 일으켰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정을 희화한 영화 도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예매순위 14위를 기록하며 올해 인기를 끌었다. 레임덕을 감안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민심은 싸늘하다.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을 숫자를 통해 짚어봤다.

“23%”
2012년 11월 한국갤럽은 ‘한국갤럽 데일리 정치지표-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발표했다. 15대 김대중, 16대 노무현, 17대 이명박 대통령의 5년차 3분기 직무수행 평가 비교다. 김대중 대통령은 28%, 노무현 대통령은 27%, 이명박 대통령은 23%의 지지율을 보였다. 임기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임 정부보다 낮았다.

‘실용 정부’를 표방하며 출발한 이명박 정부의 임기 초 국정운영 지지율은 58%였다. 200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이라는 단어를 다섯 번 사용했다. 그의 ‘실용주의’의 첫 상징적인 사건으로 전남 영암 대불공단의 전봇대 사건이 꼽힌다. 당선자 신분이었던 2008년 1월, 이 대통령은 대불공단 전봇대가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데도 관료주의 때문에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자의 말 한 마디로 대불공단의 전봇대는 철거됐다. 하지만 그의 실용주의는 얼마 못가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실용주의’ 논리로 인수위가 제시했던 ‘영어 몰입교육’이 그 예다. 국사와 국어도 영어로 가르치고, 영어만 잘하면 교직도 개방한다는 논리였다. 임용시험을 준비해 왔던 예비교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인수위는 영어 전용교사 선발 자격에 테솔 이수자, 영어권 나라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전직 외교관·상사 주재원 등을 넣는 안을 발표했다가 반발이 커지자 이를 철회했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가치를 포기한 ‘슈퍼 실용주의’”로 비판받았다. 이는 2011년 9월 5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 등장한 말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이 2008년 3월 19일 서울주재 미대사관 월례만찬에서 이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일컬어 “그런데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가치를 포기한 ‘슈퍼 실용주의라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가치를 포기한 ‘슈퍼 실용주의’”는 취임 3개월 만에 시청앞 광장에 100만명이 운집하는 ‘촛불집회’를 불러왔다. 2008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4월 21일 “낙농업자 보호하는 거는 숫자가 적으니 그렇지만, 도시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고기를 먹는 거는 그렇다”며 “질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쇠고기를) 강제로 공급받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되는 것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양보했다, 안 했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며 “오픈(개방)하면 민간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낙농업자 보호’ ‘국민 건강권’이라는 가치를 포기한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 실용주의는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취임 3개월 만에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0% 밑으로 추락했다.

“45위”
2012년 12월 5일, 국제투명성기구는 부패인식지수(CP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패인식지수는 공직사회와 정치권 등 공공부문에 부패가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 정도를 평가한 지표다. 한국은 100점 만점에 56점을 받았다. 지난해 43위에서 올해 45위로 두 계단 떨어진 순위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순위가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별명은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이었다. 역대 정부 초대 내각 평균재산 규모를 비교해 봐도 이명박 정부가 ‘부자 내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는 15억9900만원, 노무현 정부는 11억200만원인 데 비해,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 평균재산 규모는 39억1377만원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부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땅투기, 위장전입 등 탈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해 왔다는 게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명박 정부 첫 국무총리였던 한승수 전 총리부터 ‘강부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 전 총리는 부동산 투기 의혹, 탈세 편법증여 의혹, 부인 재산은닉 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임명 당시 논란을 빚었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총 49억원 규모에, 전국 40군데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둘러대려는 황당한 발언들도 쏟아져나왔다.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회 위원장 후보는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 추궁하자 “그런 사실이 전혀 없고 아들에게 물어보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반응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귀신이 땅을 사서 팔았단 얘기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40여건 보유 및 투기 의혹에 대해 “남편이 유방암 아니라는 판정에 선물로 오피스텔 사준 것” “친구한테 놀러갔다 사라고 해서 대출받아 샀다”고 말했다.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김포시 절대농지 불법구입 의혹에 대해 “농촌 현실에 관심이 많아 논을 구입했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도 계속됐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2006년 7월부터 1년간 파이시티 사업의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도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명박 대통령 본인 관련 의혹도 예외는 아니다.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으로 아들 시형씨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4326명 증가”
10월 3일 김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경찰청이 제출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경찰 치안업무·경비업무 인력 현황’ 자료 검토 결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집회·시위를 막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경찰인력 증강분 중 과반 이상을 경비인력 증가에 집중해 민생치안을 담당해야 하는 지역경찰은 2007년보다 감소했다”고 밝혔다.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경비경찰은 지난 2006년 6868명에서 2012년 8월 현재 1만1194명으로 4326명이 증가했다. 반면 치안을 담당하는 지역경찰은 2006년 4만588명에서 2007년 4만1438명으로 증가했지만 2012년 8월 현재 4만1170명으로 집계돼 2007년에 비해 268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200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부터 ‘법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법치’는 집회·시위를 막는 경찰력 동원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도한 경찰력 동원은 ‘과잉진압’으로 이어져 참사로 번지기도 했다. 2009년 1월 용산참사가 발생했다. 새벽에 테러 진압부대인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물대포를 이용해 강제진압을 벌였다.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무리한 진압으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당한 법치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정도로 취급했다. 당시 청와대가 책임자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문책하라는 제안에 “청소하다 접시 깬 것을 처벌하느냐?”고 반문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세력이었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각종 일간지에 일제히 “법과 질서가 곧 대한민국입니다! 어떠한 불법과 폭력도 용인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를 1면에 게재하기도 했다.

2008년 5월 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쇠고기 수입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08년 5월 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쇠고기 수입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강제진압도 과도한 경찰력 동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77일간의 쌍용차 파업 기간 중 경찰은 단전·단수, 음식물 및 의약품 반입도 차단하는 등 비인도적인 조치를 강행했다. 진압 과정에서 농성자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인체에 유해한 최루액이 투하됐다. 위험성 때문에 규정상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테이저건(전자충격기)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치를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는 민간인 불법사찰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낳았다. 정부가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장진수 전 주무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증거 인멸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비선라인으로 보고받았다는 정황이 나와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44위”
2012년 1월 26일 국제 언론인 인권보호단체이자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2011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179개국 가운데 44위로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부터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제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2011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을 ‘언론자유국(free)’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로 강등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기 ‘프레스 프렌들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독립기구였던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바꾸고 위원장직에 최측근인 최시중씨를 앉히자 ‘프레스 프렌들리’가 ‘권언유착’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취임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구본홍 상임특보를 YTN 사장으로 임명했다. YTN노조원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들은 해고 등의 징계를 받았다. 정연주 KBS 사장도 해임됐고, MBC 엄기영 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자리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김인규, 김재철 사장 등이 채웠다. 최근에도 과거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을 지낸 이길영씨가 KBS 이사장으로 선임돼 논란을 빚었다. 지난 3월 KBS 새노조가 공개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에는 청와대가 KBS, YTN, MBC 등 방송사 사장 및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언론인에 대한 해고 및 중징계도 이어져 이명박 정부 시기에만 200여명에 가까운 언론인이 징계를 받았다. 불법사찰 문건에는 특정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사찰이 이어진 정황도 드러났다.

“200배”
4대강 사업 자금 조달에 나선 한국수자원공사의 채무가 3년 사이 200배로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액인 수자원공사의 공사채 발행 잔액은 2008년 말 500억원에서 올해 10조원으로 늘어났다.

4대강 사업은 그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안정성, 사업비용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내 논란이 됐다. 지난 여름 번성했던 ‘녹조’가 4대강 보로 물을 막아두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녹조의 원인이 4대강 보(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4대강 낙동강 칠곡보가 균열 위험에 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낙동강의 칠곡보, 함안보, 합천보를 수중 촬영한 결과 주요 구조물인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에 균열과 유실이 생겨 이대로두면 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4대강이 특정 기업이나 사업체에 이익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4대강 입찰 담합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를 처벌해야 할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4대강 담합이 공정위와 청와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은폐된 것은 아닌지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낙동강 공구의 상당수가 이명박 대통령 출신 고교인 동지상고 출신기업인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알려져 특혜의혹 또한 불거졌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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