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번 대선은 ‘별난 대선, 이상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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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이 역대 대선과 다른 점 5가지

18대 대선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번 대선을 역대 대선과 비교해볼 때 같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이번 대선이 역대 대선과 다른 특징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첫째, 네거티브가 통하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는 좀처럼 네거티브가 통하지 않고 있다. 네거티브란 ‘기면 기고, 아니면 그만이다’라는 식의 마구잡이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음해성 발언이나 행동을 말한다. 새누리당은 최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TV 광고에 함께 나온 문 후보의 의자, 안경, 양말 등이 고가의 제품이라며 일부 네티즌들의 명품 주장을 부추겼다. 민주당은 박근혜 후보의 정장이 3년간 133벌이라고 공격했으며, 박 후보의 일가 총 재산이 4조원에 이른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18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1월 27일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후보들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 김창길 기자

18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1월 27일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후보들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 김창길 기자

박·문 두 후보 신상털기 공방 지지율 영향 없어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신상털기식 공방이 지지율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추석 이후 45% 내외의 견고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후보도 새누리당의 네거티브 공격 때문에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없었다.

반면 과거의 선거에서는 네거티브가 큰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2004년 총선 국면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이른바 ‘노인 폄훼’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정 의장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이에 따라 정 의장은 비례대표를 사퇴하는 등 성난 여론을 달래는 데 안간힘을 썼다. 서복경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이번 선거는 진보와 보수 진영 간의 구도싸움이 팽팽한 선거”라며 “이런 여야의 구도싸움에서는 지지층의 결집으로 웬만한 네거티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둘째, 여야 후보의 정책이 비슷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두고 전문가들은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여야 후보는 재벌개혁과 복지 분야 등에서는 거의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경제분야 공약을 보면 대형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진입을 규제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또한 두 후보는 재벌개혁과 관련, 기업의 부당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복지분야의 정책 공약도 두 후보는 비슷하다. 0세부터 5세까지의 무상보육 실시,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충,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 확대 등이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좌클릭 정책으로 여야의 정책이 비슷해졌다고 보고 있다. 서복경 서강대 교수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야권연대에 힘을 쏟는 사이에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라는 이슈를 선점했다”며 “새누리당이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정책으로 패했기 때문에 복지담론으로 방향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셋째, ‘안철수 현상’이 지배한다. 이번 대선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 전 후보는 기성정치를 혐오하는 무당파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안철수 전 후보는 시민진영의 박원순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만들었으며, 지난 4월 총선 국면에서도 그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의 여의도 정치를 ‘헌 정치’로 규정하며,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정치쇄신, 즉 ‘새 정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지난 9월 19일 고심 끝에 대선에 출마키로 결심한 배경도 ‘새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안철수 전 후보와 ‘안철수 현상’은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과 선거운동 기간 내내 민주당 문재인 후보로 하여금 속앓이를 하도록 만들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대선이 ‘안철수’로 시작해서 ‘안철수’로 끝난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후보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도 ‘안철수 지지층’을 의식하며, 안철수 전 후보를 의식하는 행보를 해왔다. 특히 여야에서 내놓은 국회의원 수 줄이기 등 각종 정치쇄신책은 안철수 전 후보가 주창한 ‘새 정치’의 내용이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전 후보의 등장으로 ‘새 정치’와 ‘구정치’라는 프레임으로 정치권이 재편됐다”며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했지만 그는 정치권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매김됐고, 여야가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안철수로 시작해서 안철수로 끝나는 선거?
넷째, 제3 후보의 존재감이 없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로 올해 대선은 완벽한 양강구도로 재편됐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 무소속 강지원 후보 등이 있지만 이들의 지지율은 1%에도 못 미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지난 1987년 이후 처음으로 득표율 50%가 넘는 대통령 당선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전 선거까지만 해도 제3 후보의 기세는 대단했다. 1992년 14대 대선 때는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가 16.3%를 득표했고,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19.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3.9%의 득표율을 보였으며,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각각 15.1%, 5.8%를 얻었다. 채진원 교수는 “기존의 양당구도가 제3당인 진보정당의 정책까지도 흡수할 만큼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며 “이같이 양 진영의 정당들이 중도 성향을 띠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섯째, 러닝메이트제로 치러진다. 이번 대선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와 경남지사 보궐선거가 함께 실시된다. 사실상 여야 대선후보는 이들과 러닝메이트로 대선을 치르는 것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경우 보수진영에서는 박근혜 후보 캠프에 있었던 문용린 후보가 출마했으며, 진보진영에서는 전교조 위원장 출신의 이수호 후보가 출마했다.

경남지사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에서 홍준표 후보가 나섰고, 야권에서는 무소속 권영길 후보가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다. 문재인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정책연대를 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공식적으로 정당 추천이 없지만 문용린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플래카드와 비슷한 색깔로 플래카드를 만드는 등 사실상 연대관계임을 내비치고 있다. 정치컨설팅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윈지코리아의 이근형 대표는 “새누리당과 보수진영 교육감 후보는 사실상 러닝메이트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하지만 중도층을 흡수해야 하는 문재인 후보와 이수호 서율교육감 후보, 권영길 경남지사 후보의 조합은 보완재로서의 역할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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