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보다 후보 개인기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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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이 양강구도로 재편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 프레임 전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박근혜 후보가 ‘안정 vs 불안’ 프레임을 구축하려 하는 반면 문재인 후보는 ‘과거 vs 미래’ 프레임을 구축하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정희 vs 노무현’, ‘여성 vs 남성’, ‘보수 vs 진보’ 프레임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있다. 그러나 양측의 의도가 대중적으로 가시화될지는 알 수 없다.

대중은 프레임을 받아들일 때 프레임의 논리적 완결성을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프레임이 당대의 본질과 핵심을 단번에 꿰뚫고 있는지를 본다. 논리적 완결성은 다소 떨어져도 직관과 통찰이 있다면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프레임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레임과 후보가 제대로 맞아 들어가는가이다.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 (위쪽부터).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 (위쪽부터).

새 정치는 누구나 얘기할 수 있고 누가 얘기하든 공감할 수 있는 이슈지만, 적어도 2012년 대선에서는 안철수가 얘기할 때만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민주통합당이 박근혜 후보를 낡은 정치프레임에 가두려면 안철수 후보가 필요한 것이다. 별로 다를 바 없는 것처럼 보이는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낡은 정치 프레임에 가두려는 것은 정치공세로는 의미 있으나 프레임 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현실성 없는 밀어붙이기다. 박근혜 후보 측의 ‘안정 vs 불안’ 프레임도 상대가 국정경험이 전혀 없는 안철수 후보였다면 생각해볼 만한 프레임이지만 상대가 나름대로 국정경험을 갖춘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이기 때문에 프레임으로 작동되기 쉽지 않다. 웬만큼 그럴 듯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거야’라고 무릎을 탁 칠 만큼 제대로 들어맞는 것이어야 프레임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프레임이 갖는 강력한 힘 때문에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양 캠프는 대선이 양강구도로 개편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저런 프레임을 갖다 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넘치는 의욕과는 달리 이번 대선의 프레임이 쉽사리 어느 것 하나로 결정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프레임 없는 선거로 전개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프레임을 짜기에는 양측 모두 너무 준비가 안 돼 있고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프레임이 아니라 개인기다. 20일도 남지 않은 선거판에서 이제 프레임을 짜기 시작하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자칫하면 프레임 짜다 선거가 끝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후보의 매력과 경쟁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TV토론, 대중과 함께 하는 모습, 후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스토리, 에피소드, 그리고 감성을 적시는 한 컷의 스틸사진, 무엇이든 좋다. 어차피 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게임이고 유권자는 논리와 정책이 아니라 감성과 에피소드에 더 쉽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니까. 진영논리로 무장된 하드한 프레임보다는 후보의 리더십이 더 빛을 발하는 소프트한 개인기로 승부하는 것 자체가 좀 더 발전된 선거의 모습일 수 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정치평론가·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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