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또는 독 ‘단일화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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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후보 단일화 협상 중단 선언으로 야권은 일시적이지만 일종의 패닉상태에 빠졌다. 협상 중단을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측으로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측의 ‘언론플레이’가 참을 수 없었을지 모르나 이로 인해 안철수 후보에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불가측성의 굴레가 덧씌워지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왼쪽부터).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왼쪽부터).

느닷없이 협상 중단을 선언당한 문재인 후보는 말 그대로 난감한 상황이 됐다. 단일화를 일단락지을 때까지 얼마나 더 인내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고통스러운 인내 끝에 단일화에 성공해도 ‘겉과 속이 다른 문재인’이라는 안철수 후보측의 공세로 인한 낙인은 쉬 지워지지 않을 듯하다.

이번 단일화 중단 파동은 두 후보에게 큰 상처를 줬다. 아름다운 단일화까지는 아니더라도 +α를 만들어내는 단일화를 해내야 하는 야권에 단일화 중단 선언이란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후보의 첫 반응이 ‘난감하다’고 나온 것도 당연하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만들어온 지금까지의 단일화 국면은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다. 단일화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 고조와 단일화라는 대형 변수 생성으로 국면 주도권을 확보한 것 등이 그렇다. 그러나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는 법이다. 단일화 이슈가 대형 변수로 커지면 커질수록, 단일화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멋진 단일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도 커진다. 그에 따라 단일화 실패시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단일화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문재인·안철수에게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 외에 무슨 다른 길이 있겠는가. 두 후보는 이 점을 좀 더 절박하게 인식해야 하리라.

단일화도 어렵지만 멋진 단일화, 아름다운 단일화는 더욱 어렵다. 제로섬 경쟁이라는 게임의 본질을 뛰어넘어 상생의 단일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이 상식적이지만 본질적인 질문에 납득할 만한 수준의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도 행동을 통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야권 단일화에 대응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가능하지도 않은 이른바 ‘단일화 대응책’이나 ‘특단의 대책’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왔던 민생 현장 행보를 좀 더 힘차게 뚜벅뚜벅 해나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안철수·문재인 후보가 공개적으로 약속한 단일화 시점인 11월 25일부터 26일까지 대선정국은 아마도 계속 단일화 정국으로 전개될 것이다.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것인가. 야권 단일후보가 과연 어느 정도의 상승세를 만들어낼 것인가.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TV 맞장토론과 정책공방을 거치면서도 야권 단일후보는 단일화 효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단일화의 이중성에 주목하는 것도 또 하나의 대선 관전법이 될 것이다.

고성국<정치평론가·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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