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전쟁예산 감축·부자증세로 국가부채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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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에게 ‘4년 더’ 기회를 줬다. 오랫동안 경제문제가 대선의 최대 이슈로 이야기되어온 만큼 미국 시민들이 지난 4년간 오바마가 펼쳐온 경제정책을 재신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59%가 대선 핵심 이슈로 경제문제를 꼽았으며, 18%는 건강보험문제, 15%는 재정적자문제를 꼽았다. 사실상 82%의 미국인들이 경제와 관련한 문제를 이번 대선의 쟁점으로 꼽은 것이다.

지난 4년간 오바마의 경제정책은 부자 증세, 건강보험 확대, 금융자본 견제, 전쟁예산 삭감으로 대표된다. 상대 후보였던 미트 롬니는 이와 반대로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 건강보험 축소를 통한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을 주장했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 재무부 건물 모습. | AP연합뉴스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 재무부 건물 모습. | AP연합뉴스

발등에 닥친 문제 ‘재정절벽’
미국인들은 이런 롬니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았지만, 현재 오바마의 경제 구상에도 불만을 표했다.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를 지지한 미국인은 6066만명이었다. 4년 전에 비해 9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오바마로부터 등을 돌린 것이다. 2008년 오바마의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이었지만, 2010년 선거에서 하원의 다수는 공화당에게 넘어갔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이번의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다. 재정절벽은 재정지출이 갑자기 줄어들어 실물경제에 충격을 가져다주는 현상을 말한다. 미 행정부는 내년 초부터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자동적으로 재정지출을 줄여야만 한다. 게다가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지속돼온 전 계층 소득세 감세가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다. 대선 기간 중 오바마는 부부합산 연소득 25만 달러(약 2억7250만원) 미만에 대한 감세를 지속하고 상위계층의 감세는 철폐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현행처럼 재정지출 감소, 감세 철회가 이뤄진다는 것은 미국 GDP의 4%에 해당하는 6000억 달러(약 654조원)의 긴축효과가 저절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의회 예산국은 재정절벽이 발생할 경우 2013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5%, 실업률은 9.1%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제 침체는 전 세계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미국의 재정절벽은 2013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2.4~2.6%에서 1.5%로 낮출 것으로 봤다.

근본적으로 오바마는 지나친 미국의 국가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10월 말까지 집계된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약 16조2000억 달러(약 1경7658조원)로, 이미 몇 차례 올린 법정 부채 상한액(debt ceiling)인 16조3940억 달러에 거의 도달했다. 올 한 해 추가로 발생한 부채만 해도 1조3270억 달러(약 1446조4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원의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은 롬니 후보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모든 계층에 대해 감세안을 유지하는 동시에 의료보험 예산 삭감,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국가부채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오바마는 사회보장 예산 삭감과 공기업 민영화에 부정적이다.

양측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지난해 7월처럼 세계 경제에 또 한 번의 충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국가부채가 부채 상한액에 거의 다다르자 오바마는 의회에 부채 상한액 증액을 요청했다. 당시에도 하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은 사회보장 예산 삭감 등을 요구하며 버텼다. 세계 경제가 다시 혼란에 빠질 조짐을 보이자 양측은 국가부채가 상한액을 넘어서기 직전 상한액 증액과 자동적 재정지출 삭감에 합의했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감세 철회, 재정긴축 상황에서 미국의 소비가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지난해와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재현되면 월가의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고, 해외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부채에 대한 오바마식의 해법은 전쟁예산 감축과 부자 증세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시작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은 미 정부에 큰 재정부담을 안겼다. 브라운대학의 왓슨 국제관계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미 정부가 사용한 전쟁 관련 예산은 최대 3조9913억 달러(약 4305조5170억원)에 달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작지만 날렵한 군대’를 지향하면서 향후 10년간 국방예산을 4500억 달러(약 490조5000억원)가량 감축할 예정이다.

소득세 감세 중 고소득층 부분 철회
부자 증세를 위해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 시절 시행된 소득세 감세 중 고소득층 부분을 철회할 예정이다. 연수입 25만 달러를 넘는 부부, 20만 달러를 넘는 비혼자는 소득구간에 따라 기존의 33%, 35%의 소득세율이 아닌 36%, 39.6%의 세율을 적용받을 예정이다. 또한 오바마는 고소득층의 자본소득세율을 부시의 감세 이전인 20%로 되돌릴 예정이다.

또한 오바마는 버핏세 도입을 통한 세수 확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버핏세란 연소득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원) 이상의 부자들의 소득세율을 최소한 30%로 매기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오바마는 자신의 소득세율이 20.5%인 데 비해 재산이 2억 달러(약 2180억원)를 넘는 롬니의 소득세율은 15.4%에 불과하다며 버핏세를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거부 조지 소로스 역시 CNN과의 인터뷰에서 “버핏세는 공평하다”며 “(상위) 1%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도 버핏세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안정적인 세수 확보는 오바마가 지난 4년간 추진한 여러 가지 복지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오바마의 복지정책 핵심은 건강보험 개혁, 즉 오바마케어다. 2014년 시행에 들어가는 오바마케어는 저소득층에 보험료를 지원하는 한편, 모든 미국인들이 1개 이상의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미 의회 예산국은 오바마케어가 장기적으로 의료보험 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안정적 세수 확보를 위해서도 일자리 창출은 시급한 과제다. 2009년 처음 3개월 동안 미국인들은 200만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2010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오바마는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반면, 해외로 나가는 기업에는 더 많은 세금을 물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오바마는 1기 임기 초반부터 주창해온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의한 일자리 확대와 석유 소비 축소를 통한 무역수지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오바마는 해외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늘릴 전망이다. 미국 수출의 절반 이상이 제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있다. 떨어진 노동시장 참가율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미 노동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8600만명의 미국인들이 구직을 포기한 상태이며, 올해 4월 기준으로 미국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63.6%였다. 노동통계위원회 위원이었던 케이스 홀은 “현재의 노동시장은 사람들의 느낌보다 좋지 않다. 사람들이 의욕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신 지표는 오바마에게 웃어주고 있다. 10월 미국 고용통계를 보면 실업률은 7.9%로 0.1% 높아진 반면 신규 취업자도 17만명가량 늘어났다. 전영준 교수는 “경제활동인구가 늘어 구직자가 많아졌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었음에도 실업률이 오른 것”이라며 “실망실업자(구직단념자)들이 구직자가 됐다는 것은 과거보다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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