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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동영상 강연 ‘테드엑스서울’ 기획 총괄 류한석씨

아마 인터넷을 하는 사람은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빨간색의 TED 로고가 붙은 강연 동영상들. TED는 Technology(기술), Entertainment(오락), Design(디자인)의 약자다. TED 강연에 붙은 모토가 있다. ‘Idea Worth Spreading,’ 그러니까 ‘널리 퍼질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라는 뜻이다. 동영상을 보면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자신이 갖고 있는 혁신 아이디어를 18분 내외로 소개한다.

TED의 지역모임 ‘테드엑스서울’의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류한석씨(32·회사원)는 최근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부인 김자은씨(33·회사원)를 만난 것도 ‘테드엑스서울’을 통해서다. ‘테드엑스서울’ 모임은 2008년 12월쯤 온라인에서 만들어진 TED 번역자 모임이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 “당시는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있을 때입니다. TED 동영상을 우연히 봤는데, 무척 좋은 것이에요. 그런데 강의가 영어로 되어 있으니까 번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류씨의 회상이다. 생각해보니 벌써 3년이 넘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분위기가 특이했던 것 같아요. TED 영상과 관련해서 트위터로 정보를 공유했거든요. SNS 하면, 막 상통하고 발랄한 느낌이랄까 그런 게 있었던 때고.” 온라인을 통한 협업은 대성공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TED의 동영상은 거의 대부분 한글자막이 붙었다. 누가 번역을 하고 싶어도 이미 번역은 다 되어 있었다. 문제의식은 지역모임을 만드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TEDx서울’을 조직하는 사람들. 왼쪽부터 곽인호, 김자은, 류한석씨. | 정용인 기자

‘TEDx서울’을 조직하는 사람들. 왼쪽부터 곽인호, 김자은, 류한석씨. | 정용인 기자

“지역모임이자 행사인 테드엑스가 처음 시작된 것도 2008년 12월쯤입니다. 베타로 오픈된 것이 2009년 초였어요. 1호가 ‘테드엑스USC(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였고, 2호가 ‘테드엑스도쿄’였어요. 서울이 40호 정도 됩니다. 
‘TEDx지역’ 모임의 포맷도 TED와 같다. 지역에서 TED와 똑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강연을 통해 지식을 나눈다. 강연과정은 역시 TED와 마찬가지로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공유한다.

2009년 이래 ‘테드엑스서울’은 1년에 두 차례씩 콘퍼런스를 개최해 왔다. 현재 4회까지 진행됐다. 류한석씨는 1회 때부터 행사를 주도해 왔다. 어찌됐든 일을 벌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고민요? 엄청난 설렘이었어요. 물론 두려움도 있었고요. 이걸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그 당시는 저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많은 상태였어요. 사실 TED에서 강연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주류 중 주류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보면 변화에 대한 믿음이랄까,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걸 볼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도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테드엑스서울을 만드는 바람이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되었고. 후회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어요.”

류씨를 만나는 자리엔 부인 자은씨와 함께 역시 2회 때부터 ‘총대’를 메고 있는 곽인호씨(34·회사원)도 함께 했다. 다음은 곽씨의 말. “평소에 겪거나 만나보지 못한 사람을 만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합류했습니다. 사실 준비할 때는 무척 바빠 별 생각도 못하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리액션을 하고 감동받는 것을 보면서, ‘아, 이런 것이 큰 힘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자은씨도 거들었다. “사실 돈을 버는 일은 아니에요. 돈을 써야 하는 입장이지요. 만들어내는 이익이 있다면 좋은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인데, 그렇게 돈의 논리와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매력이었습니다. 사실,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 직장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주로 일을 하는데,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아도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깨달았어요. 이게 ‘일의 미래, 스마트 워크’가 아닌가 하고요.”

테드엑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올해 4월, 카타르 도하에서 전세계의 테드엑스 오르거나이저가 한 자리에 모였다. “굉장히 의욕이 넘치고 그 모인 열정에 서로 놀랐거든요. 사실 모인 사람들도 궁금해 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이 다음 단계는 과연 뭘까. 테드엑스서울의 모토가 ‘Inspire(영감), Share(공유), Change(변화)’인데 도하에서 모인 테드엑스 오르거나이저들이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도출해낸 결론이 ‘Inspire Connect Change’였습니다. 거의 비슷했죠?”

10년 후를 물었다. 류씨는 그때도 ‘테드엑스서울’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을까. “사실 아직 오래 산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테드엑스는 지금까지 살아온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부인)도 여기서 만났고…. 그렇기 때문에 고민도 많고 애착도 많습니다.” 류씨의 현재 직장(전국은행연합회 기업가정신센터)도 테드 행사를 통해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테드엑스를 소개할 때 첫 문장을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한 사람의 태도를 바꾸고 한 사람의 태도가 하나씩 바뀌어서 세상을 바꾼다.’ 제 스스로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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