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특집 | 중소기업이 희망이다

한국 경제 살 길은 ‘9988’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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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사업장의 99%, 고용인원의 88%가 중소기업… 골목상권 살려야

9월 11일 서울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EU FTA 유망품목 구매 상담회에 전시된 중소기업 제품을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이 둘러보고 있다. | 중소기업청 제공

9월 11일 서울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EU FTA 유망품목 구매 상담회에 전시된 중소기업 제품을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이 둘러보고 있다. | 중소기업청 제공

‘9988’. 한국의 중소기업을 설명하는 숫자다. 한국에서 사업자등록증을 낸 99%가 중소기업이고, 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88%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제는 대기업이 책임지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지만, 실제 일자리 창출이나 한국 경제의 골간은 중소기업이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소기업이 발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은 찬밥이다. 대기업에 치이고,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도 받기 어렵다. 중소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성공한 중소기업의 노하우는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유필화 학장이 ‘히든 챔피언’의 나라 독일은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10월 29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타운홀 미팅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 29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타운홀 미팅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얼마 전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중소기업 기술유출 현황’에 따르면 2011년 기술유출을 경험한 중소기업이 12.5%를 차지했다. 건당 피해액은 평균 15억8000만원. 기술유출 경로는 ‘인력 빼가기’가 가장 높았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인력을 빼가는 피해가 많았는데, 최근 5년간 한 차례 이상 기술인력을 빼앗긴 중소기업의 75%가 대기업 납품업체였다.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사연이다. ‘9988’(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기업 수의 99%, 고용의 88%를 책임진다고 해서 중소기업을 9988로 표현한다)로 불릴 정도로,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죽고 있다는 하소연은 계속 나오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도 중소기업 범주에
중소기업의 영역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범주가 훨씬 크다.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장사를 하는 동네 식당도 중소기업이고, 구멍가게와 미장원도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중소기업은 민생경제와 관련이 깊은 것이다. 사회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부터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0월 14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기(氣)살리기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함성을 지르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 14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기(氣)살리기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함성을 지르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와 정치인 모두 중소기업 살리기에 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1962년 중소기업 관련법이 제정된 이래 50년이 지나면서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1400여개나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글로벌경영연구실 오동윤 연구원은 “흔히 중소기업 하면 기업만 생각하는데, 동네 가게와 식당도 모두 중소기업이다.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가게를 운영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면 어느 규모까지는 중소기업으로 치게 된다”면서 “중소기업은 민생경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를 살리려면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일자리 창출이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려면 중소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대기업 협력업체들은 대기업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비용전가, 기술인력 빼가기, 서면계약 미체결 등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불공정거래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식자재 유통, 인테리어, 자동차정비, 슈퍼마켓 등 소상공인의 영역은 대기업의 무차별 진출로 골목상권이 무너졌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2배나 많은 이자를 내고, 카드 수수료나 백화점 수수료도 대기업에 비해 많게는 2배 이상 물어야 한다.

은행대출 이자 높고 카드수수료도 높아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정치적·경제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거래의 불공정’ ‘시장의 불균형’ ‘제도나 관행 등의 불합리’를 중소기업인들은 ‘3불(不)’이라고 부르며 이를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 김희중 과장은 “요즘 대기업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니까, 중소기업이 활동을 제대로 못한다. 중소상인도 많이 힘들어졌다”면서 “중소기업이나 중소상인은 규모가 작아서 당하는 서러움이 많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줬던 문제를 ‘3불’이라고 보고, 이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벌이고 있다. 대선주자들도 이를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17일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부천시 원미구 부천테크노파크를 방문,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 17일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부천시 원미구 부천테크노파크를 방문,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선주자들도 중소기업의 하소연을 받아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한 공약을 내놓았다. 10월 29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을 힘들게 만드는 불공정, 불합리, 불균형의 3불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3불 해소를 중소기업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적합업종 특별법’을 제정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기업 진출을 사전 규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중견기업육성법을 제정해, 중소기업 졸업과 동시에 중단되는 세제혜택을 5년간 연장하고, 매년 20%씩 감축하는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중소기업청 장관급으로 격상시켜야
중소기업청의 ‘글로벌강소기업’,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지식경제부의 ‘월드클래스300’ 등 각 부처는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중소기업이 정작 원하는 지원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정부의 치적 높이기에 치중한 결과물은 1400여개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이다. 중소기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소기업을 관할하는 부처인 중소기업청의 위상을 격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청은 지식경제부의 외청이다. 중기청이 독립적인 행정업무를 집행하고 있지만, 지식경제부가 법과 제도를 독점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도 중소기업청을 두고 있지만,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지경부의 외청과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점의 가장 큰 차이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느냐 마느냐다. 김희중 과장은 “역대 정부가 모두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대증요법만 써왔다. 중소기업청을 장관급으로 격상해서 국민경제 차원에서 중소기업 문제를 다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경제특집 | 중소기업이 희망이다]한국 경제 살 길은 ‘9988’에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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