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임을 대변하는 ‘독도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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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가서 무엇을 느꼈는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갖가지 대답이 나올 것이다. 바윗덩어리가 그렇게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줄 몰랐다, 망망대해라는 말을 실감했다, 경비대 초소 위에 휘날리는 태극기에서 비장감을 느꼈다, 절해고도를 비상하는 바닷새의 고독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내 맘속에 꼭꼭 숨어 있던 애국심을 뱃멀미하듯 밑바닥까지 다 토해냈다 등등.

독도경비대 숙소 입구에 마련된 우체통. | 김세구 기자

독도경비대 숙소 입구에 마련된 우체통. | 김세구 기자

지난주 독도를 방문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세 번째 가는 길이지만 가슴 설레는 건 앞의 두 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다만 좀 다른 느낌으로 만나고 싶었다. 일행 중에는 미국인이 한 명 있었다. 성이 로빈슨인데, 울릉도에서 한 방에 묵으면서 내가 ‘노 박사’라고 불렀던 독도 전문가다. 그는 이번 독도 방문이 두 번째였다. 선착장에 내려서 소감을 물었더니 그는 대답 대신 주먹을 불끈 쥐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느낌이 새롭지 않느냐니까 선착장이 전보다 확장됐다는 얘기와 함께 동도로 올라가는 입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시선을 따라가 보니 길 안내 푯말이 보였다.

‘독도이사부길’

그러고 보니 나도 새로 보는 안내판이었다. 행정안전부의 새주소 체계가 독도에도 적용된 것을 말해주는 표지판이었다. 독도의 경우 동도는 독도이사부길, 서도는 독도안용복길이라는 도로명 주소가 부여된 것이다. 이를테면 독도경비대 막사는 독도이사부길 55번, 독도등대는 이사부길 63번, 주민 숙소는 독도안용복길 3번 등 도로명과 건물번호로 주소를 표기하게 됐다. 이사부는 서기 512년 우산국을 점령한 신라 장군이고, 안용복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임을 일본 막부가 스스로 인정하도록 한 조선 숙종 때의 어부다. 함선에 싣고 간 나무 사자를 이용해 울릉도를 복속시켜 우리 역사에 처음 편입시킨 이사부의 활약상은 강원도 동해시 ‘이사부 사자 공원’에서 체험할 수 있고, 울릉도와 독도를 일본으로부터 지켜낸 안용복의 자취는 앞으로 개관할 울릉도 ‘안용복 기념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독도이사부길을 따라 올라가면 태양광 패널과 망향대, 독도경비대 막사에 이른다. 국토의 끝자락인 여기에 빨간 우체통이 하나 설치돼 있다. 울릉우체국 소속 우체통이다. 집배원이 직접 와서 우편물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보편적 우정 서비스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라고 할 만하다. 어떻게든 독도까지 우편물이 배달된다는 것은 독도에 가본 사람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계획대로 한달음에 독도를 다녀오는 것은 3대의 복이 한꺼번에 미쳐야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포항이나 묵호 등으로 가서 연거푸 배를 네 번 타는 과정이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조차도 강풍이나 풍랑 때문에 까딱하면 연기되곤 한다. 울릉도 사동항에서 출발하는 독도행 배편은 더욱 그렇다. 설사 예정대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풍랑이 높거나 바람이 심하면 독도 선착장에 접안할 수 없다. 그럴 때는 상륙을 포기하고 그냥 배를 돌려야 한다. 전날 독도 여객선이 그렇게 되돌아와서 조바심이 났지만 우리 일행의 조상님들은 특별히 덕을 많이 쌓았는지 무사히 독도 방문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독도에 가면 그곳이 우리 땅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구조물마다 게양된 태극기부터 독도표지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그런 표시가 있고, 그것이 방문자의 가슴을 묘하게 자극한다. 그 중에서도 독도 우체통은 그 색깔마냥 유난히 강렬하면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우리의 우편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곳, 그곳이 바로 대한민국 땅임을 그 무엇보다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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