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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국유지 무상사용은 실정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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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 이사장 지내 관심 집중… 대학 측 “매입하려 했으나 잘 안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과거 이사장을 지낸 영남학원재단 소속의 영남대학교가 국유지 일부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영남대의 국유지 무상사용이 실정법(국유재산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영남대를 육영재단, 정수장학회와 함께 박정희 정권의 ‘장물유산’으로 규정하고, 국가에 환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시기에 이 같은 사실이 밝혀져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남대 전경. | 경향신문 자료

영남대 전경. | 경향신문 자료

<주간경향>이 영남학원 이사회 회의록과 토지대장 등을 확인해 본 결과, 영남대는 국유지를 매입하거나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테니스장으로 사용하는 등 일부 국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영남대 내에는 국토해양부(국토부),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 경북 경산시 등 소유자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인 국유지가 다수 포함돼 있다. 국토부 소유 국유지는 영남대가 들어서 있는 경북 경산시 계양동과 조영동 일대에 포진해 있다. 이 국유지 중 일부는 현재 영남대에서 테니스장 및 주차장(721㎡), 생활관 A동 주차장(12㎡)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른 일부는 도로(33㎡)와 임야(1410㎡)가 포함돼 있다. 영남대는 생활관 주차장 부지는 매년 사용료(대부료)를 경산시에 납부하고 있으나. 테니스장 등 다른 국유지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토지대장에 이들의 지목이 모두 도로로 표기돼 있는 것으로 볼 때 아직까지 지목변경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 농식품부 등 소유지 일부 사용
농식품부의 국유지는 개천, 배수로 등이 포함되어 있는 임야(3232㎡)가 대부분이다. 주소지로는 경산시 갑제동과 삼풍동 일원이다. 또한 영남대 기숙사(생활관 D동)가 들어선 땅은 국유지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 이 국유지는 경산시 소유로 지목(255㎡) 상으로는 도로로 돼 있다. 이외에도 영남대 내에 있는 도로 669㎡가 경산시 소유다. 영남대를 설립할 당시부터 학교 곳곳에 산재해 있던 일부 국유지가 아직도 정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홍근 의원(민주통합당)은 “영남대학교가 현재 일부 국유지를 무단 사용하고 있는 것은 국유재산법 위반”이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영남대가 설립 이후 지금까지 국유지를 무단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따지겠다”고 말했다. 국유재산법(제7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국유재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사용자는 사용료의 120%를 변상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에 대해 영남대 측도 국유지를 매입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영남대는 국유지를 수년 전부터 매입하려고 예산까지 확보했으나, 국유지를 매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영남대 관계자는 “국유지를 관할하는 경산시에 국유지를 매입하겠다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으나 그때마다 허사였다”며 “경산시에서는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정부의 국유지 매입·매각계획에 따라서만 부지를 팔 수 있다는 대답만 해왔다”고 밝혔다.

영남대에 있는 국토부, 농식품부 소유 국유지에 대해 위탁관리를 하고 있는 경산시는 국유지를 관리할 전담부서와 인원이 없기 때문에 경산시에 있는 국유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영남대가 일부 국유지를 무단사용하는 것과 관련, 경산시 관계자는 “영남대가 사용허가를 신청한 곳은 사용료를 받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신청하지 않은 곳은 사용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부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이 2012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 권순철 기자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이 2012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 권순철 기자

이와 함께 지난 2009년 영남대가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영남대 내에 있던 경북안전체험교육장(1층·348㎡)을 무상으로 받은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박홍근 의원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전국에 모두 5개의 안전체험 교육장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유독 경북안전체험장만 영남대에 증여한 것은 ‘특혜’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공단 측은 “경북 교육장의 경우 이용하는 수요가 많아져서 이전할 수밖에 없었다”며 “교육장을 새로 짓는 비용(2억원)보다 이전비용(3억5000만원)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에 영남대에 재활용하도록 무상증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은 전 이사장인 박근혜 후보와 영남대가 당사자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련이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영남대는 지난 1967년 청구대와 대구대를 통합해 설립됐다. 영남대의 구정관에 따르면 설립자(교주·校主)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설립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영남대에 출연한 재산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지난 1988년 영남대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박근혜 후보는 1980년 3월부터 1988년까지 영남대와 영남이공대를 둔 영남학원재단 이사를 지냈으며, 1980년에는 이사장직도 역임했다.

경북안전체험교육장 무상 증여도 논란
교육과학기술부가 박홍근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구재단이 현재의 재단(신재단)으로 바뀔 때 교과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는 박 후보에게 설립자 유족이자 전 이사 자격으로 영남학원 이사진 7명 중 4명의 추천권을 줬고, 박 후보는 이를 모두 행사했다. 박 후보가 추천한 4명은 강신욱 전 대법관, 우의형 전 서울행정법원장, 박재갑 전 국립암센터 원장, 신성철 전 KAIST 부총장이다. 당시 박 후보가 추천한 후보 중 강신욱 이사만 바뀌었을 뿐 다른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영남대 교수들도 박근혜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특히 최외출 영남대 교수(지역 및 복지행정학과)는 박근혜 후보의 실세측근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박 후보가 이사진을 추천할 당시(2009년) 영남학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으며, 지난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 기획조정특보를 했다. 그는 현재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선대위 기획조정특보를 맡고 있다. 그는 2007년부터 정책분야에서 박 후보의 가정교사 역할을 했던 ‘5인 공부 모임’ 출신이다. 그는 현재 영남대 대외협력 부총장과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장을 함께 맡고 있다.

이밖에도 일부 교수는 박근혜 후보의 싱크탱그인 국가미래연구원 멤버이며, 친박(박근혜)계 각종 포럼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교수도 있다.

이와 관련, 영남대 교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영남학원과 박근혜 후보의 완전한 결별을 요구하기도 했다. 교수회는 “영남학원재단은 특정 정치인과 연루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이는 영남학원의 위상과 미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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