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 1000만개 배달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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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지내는 우정사업본부 직원에게 전화했더니 신호음이 한참 울리도록 받지 않았다. 끊으려는 참에 신호가 멎더니 숨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추석 특별소통 때문에 밖에 있어요.” 그제야 ‘아, 벌써 추석이 가까워졌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추석이 다가오면 우정사업본부는 비상이 걸린다. 연중 소포우편물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설 명절보다도 15~20% 더 많은 선물이 오갈 정도다. 때문에 우정사업본부는 추석 명절이 가장 바쁜 때이고, 그래서 직원들도 특별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9월 17일부터 29일까지 13일간을 ‘추석 우편물 특별소통 기간’으로 정하고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했다고 한다. ‘특별소통대책본부’가 설치되고 전국 9개 지방우정청과 총괄우체국, 우편집중국 등 270개 관서에 ‘추석 우편물 특별소통 대책반’도 구성됐다. 전국 3700여개 우체국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우편 물류 인프라가 풀가동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때인 셈이다.

‘추석 우편물 특별소통 기간’ 첫 날인 지난 9월 17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직원들이 택배 물량을 분류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추석 우편물 특별소통 기간’ 첫 날인 지난 9월 17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직원들이 택배 물량을 분류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우편집중국에 가면 이런 상황을 실감할 수 있다. 작업장 안에는 갖가지 택배 물품과 소포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소포계·발착계 직원들은 짐을 가득 실은 철제 수레를 트럭으로 날라 싣기를 반복한다. 평균 600㎏에 이르는 짐과 수레가 24시간 쉼 없이 작업장과 트럭을 오간다.

보름 남짓 동안 얼마나 많은 추석 선물이 우체국을 통해 전달될까.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보다 3% 가량 증가한 1088만개로 예상하고 있다. 하루 평균 약 84만개꼴로 접수되는데, 문제는 보내는 사람이 우정사업본부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내는 날짜와 지역이 몰리는 게 보통이라는 얘기다. 우정사업본부는 가장 많이 몰리는 날에는 평소보다 최고 3배 이상 증가한 하루 150만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에도 우편물이 가장 많이 몰리는 대전우편집중국의 경우 이럴 때 더욱 과부하가 걸린다.

우정사업본부는 특별소통 기간 중에 지원부서 인원까지 총동원하고, 그것도 모자라 2500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있다. 총 4만6000여명의 인력과 하루 평균 2200대의 차량이 우리가 보내는 추석 선물을 신속·정확·안전하게 전달하는 일에 매달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력뿐 아니라 첨단장비도 한몫을 한다. 전국 우체국의 물량 정보 및 차량 운행 상황, 소통 상황, 기상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우편물류 상황관제시스템(PostNet)’이 그것이다.

물론 우정사업본부의 이런 노력만으로 추석 선물 소통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는 없다. 보내는 사람의 주의와 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부패나 파손 우려가 있는 선물은 특별 포장을 하는 것은 필수사항이다. “추석을 앞두고 우편물이 폭주하기 때문에 더운 날씨로 부패하기 쉬운 어패류, 육류 등의 상품은 아이스팩을 넣어 접수하고, 파손되기 쉬운 물건은 완충재를 충분히 넣어 포장을 견고히 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받는 사람의 주소와 우편번호를 정확하게 기재하는 것도 기본이다. 아울러 무슨 일이든 여유를 갖고 미리 준비하는 게 잘못될 가능성을 그만큼 줄이는 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도 “귀성과 연휴로 집과 사무실 등을 비우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패할 수 있는 냉동식품 등은 평소보다 2~3일 정도 앞당겨 보내야 배달 지연으로 상하는 일이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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