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블랙아웃의 해결사, 스마트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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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15일, 급격한 전력소비 증가로 전력예비율이 떨어지면서 전력 당국은 사상 유례 없는 지역별 순환단전을 실시했다. 정전이 암세포처럼 다른 지역으로 퍼져 전체 전력망에 문제를 일으키는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620여억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블랙아웃으로 인한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스마트그리드 개념도

스마트그리드 개념도

국내의 경우와 다르게 미국에서는 2003년 최악의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동북부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정전이 미국 7개주 및 캐나다 1개 주까지 퍼져 3일 동안 약 7조원의 경제적 손실과 함께 5000만명에게 생활피해를 낸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그리드 구축 로드맵 ‘Grid 2030’을 전격적으로 제시했다. 이 로드맵에 따라 스마트그리드 투자규모가 2009년 45억 달러에서 2011년 약 95억 달러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왜 미국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블랙아웃의 해결방안으로 보고 있을까? 블랙아웃은 전력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한다. 공급 측면에서 전력망의 노후화로 공급이 효율적이지 못했고, 화석연료 규제, 일본 원전사고 등으로 발전소 건설에 제약이 많아진 반면, 전력수요는 디지털기기 확산, 냉난방기기의 전자제품화, 인구 증가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즉 미국은 기존 전력망으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IT를 활용한 스마트그리드로 그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그리드는 어떻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여기에 IT기술이 핵심이 된다. 기존 전력망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특징이 있어 공급 및 소비 때 유연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단점을 IT기술을 활용하여 보완한 것이 스마트그리드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양방향 정보를 송·수신하여 전력의 공급, 소비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력의 생산량과 소비량의 실시간 정보 교환이 일어나면 남는 전력과 부족한 전력의 거래가 활발해지고, 공급과 수요 사이에 자연스러운 균형점을 찾게 된다. 스마트그리드의 첫 단추는 IT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댁내에 전력소비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여 전력수요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미터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전력사용량과 요금을 실시간 파악하여 스스로 전력량을 절약할 수 있고, 누진세 등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수요 조절이 되면 국가적으로도 사용량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피크타임에 소비자 스스로 전력사용량을 조절하게 되어 블랙아웃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FERC(미국에너지연방규제위원회)에 따르면, 스마트그리드 도입으로 전력 사용이 가장 많은 피크타임시 20%의 절전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국내의 경우 연간 약 1조8000억원의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결국 스마트그리드는 현 전력상황에서 블랙아웃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대 전력수요 감축을 통해 신규 발전소 건설의 회피, 화석연료 수입 억제, 국제적인 온난화 규제 대비 등 1석3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스마트그리드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 전체 가정의 18%에 해당하는 2000만대의 스마트 미터기 보급 및 실시간 요금체계를 도입했다. 이탈리아는 20억 유로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여 전체 가구의 95%에 해당하는 3300만대의 스마트 미터기를 설치했다. 여기에 맞춰 우리나라도 2009년 스마트그리드 국가 로드맵을 발표하고, 제주도 실증단지를 구축했지만, 아직까지 스마트 미터기 보급률이 3.6%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정부 차원의 투자와 진행이 더딘 느낌이 든다.

<유태열 kt 경제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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