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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부동산대책 요란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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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은 ‘공급 확대 및 부동산시장 안정’이다. 종부세 완화, 주택공급 확대, 규제완화, 미분양 해소를 위한 건설업 지원 등의 부동산대책을 꾸준히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실패라고 평가한다. 정부의 공언과는 달리 부동산시장은 널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은 폭락했고, 전세가는 폭등했다. 공급 확대는 미분양 사태를 불러왔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은 표류 중이다. 성공한 것이라고는 종부세의 무력화와 건설사가 원했던 규제완화다.

부동산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찾았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기자가 찾아갔을 때 “할 이야기 없습니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매물을 보러 오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거의 끊어졌기 때문이다. 2006년 102.3㎡(31평형) 실거래가가 11억원까지 기록했던 은마아파트의 현재 실거래가는 7억8000만~8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7월 서울의 아파트 값 내림폭이 최근 2년 동안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의 서울 잠실 한 상가 내 공인중개사무소. |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의 아파트 값 내림폭이 최근 2년 동안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의 서울 잠실 한 상가 내 공인중개사무소. | 연합뉴스

30% 이상 폭락했다. 상가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 중인 윤모 대표는 “부동산은 심리전이다. 집값이 오른다는 생각이 들면 돈을 빌려서라도 사는데, 계속 떨어진다는데 누가 사느냐”면서 “DTI를 완화했지만, 전혀 호응이 없다. 집을 사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는데, 누가 돈을 빌려 집을 사느냐.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불신이 높았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6·11 대책을 시작으로 지난 5·10 대책까지 총 17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2008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계산해보면 3개월마다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셈이다. 부동산정책의 특성상 신뢰감을 줘야 하는데, 자주 발표되는 대책은 신뢰감을 얻기 어려워진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도시부동산대학원)는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바로 효과가 나오면 좋지만, 부동산대책 효과가 나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세계 경제상황이 변하면 정부는 이에 대처하는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하지만 무원칙하게 자주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정부가 조급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17번의 대책 내놓아 신뢰 못얻어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 자료를 살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건설사와 다가구 소유주에게 혜택이 가는 규제완화와 감세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서민을 위한다고 내놓은 전·월세대책에서도 규제완화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발표한 17번의 부동산대책 중 전·월세대책 등 서민을 위한 대책은 14번이 발표됐다. 서민 주거안정 대책을 발표할 때도 ‘부동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시한 2년 연장’ ‘보금자리지구 내 민영주택 공급비율 상향 조정’ ‘민간부문 특별자금 지원 관련 규제 완화’ ‘저리(2%)의 건설자금 특별 지원’ ‘매입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종부세 비과세’ ‘법인세 추가과세 배제’ ‘개발이익 환수 2년간 부과 중지 계획’ 등이 함께 발표됐다. 다가구 소유주나 건설사에 대한 혜택들이다.

2012년 발표된 5·10 대책은 규제완화의 ‘완결판’이다. 5·10 대책의 주요 골자는 ‘주택거래 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지만 방점은 ‘주택거래 정상화’에 찍혀 있다. 주택거래 정상화 방안에는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가 들어 있다. 투기지역이 해제되면 LTV·DTI가 서울 여타 지역과 동일하게(40%→50%) 적용되고, 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가산세율(10%)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주택 소유자·건설사 위한 ‘규제완화’
임대사업자가 임대사업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취득세 감면혜택도 적용받게 된다. 수도권 공공택지와 개발제한구역 해제지구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완화됐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2년 부과 중지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5·10 대책에 대해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강남3구에 대한 DTI 규제완화는 빚내서 집을 사라는 것으로 부실을 키우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표지이야기]MB정부 부동산대책 요란만 했다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을 ‘끼워넣기’라고 표현한 전문가도 있다. 토지자유연구소 조성찬 전임연구위원은 “전·월세 문제 해결한다고 해놓고, 자신들이 추구하려는 정책을 끼워넣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투기 억제책을 무력화시켰다. 경제라는 것은 회복 가능성이 언제든 있다. 투기가 다시 생길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정책에서 가장 잘못된 정책을 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주택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학과)는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종부세의 복원, 취득·등록세 감면 최소화’ ‘수요자 중심 공급제도 구축’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 정리’ ‘임대차 관계 안정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이원호 조직국장도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를 건설업 위주로 돌파하려고 했던 정책을 폈고, 건설업만 배부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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