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통합진보당 갈라서나

탈당 고심하는 통진당 참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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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연대와 ‘공동 행동’ 목소리 높지만 재창당 길 험난…

민주당 행, 참여계만의 재창당도 명분 없어

‘구당권파와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
통합진보당 내 참여계와 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의 목소리다. 이들은 당권파에 맞서는 혁신파로 분류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혁신파에 속한 당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파의 탈당은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된다. 하지만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참여계와 통합연대는 정치적 뿌리가 다르다. 통합연대 측과 참여계의 정치적인 이질감은 지난해 통합진보당 창당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이었다. 서로 다른 계파끼리 반목하고 분열해온 진보정당의 역사적 사례도 이들의 재창당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한다.

7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혁신파 조찬모임에 참석한 전현직 지도부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조준호 전 공동대표, 심상정 의원, 강기갑 대표, 노회찬 의원, 유시민 전 공동대표. | 서성일 기자

7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혁신파 조찬모임에 참석한 전현직 지도부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조준호 전 공동대표, 심상정 의원, 강기갑 대표, 노회찬 의원, 유시민 전 공동대표. | 서성일 기자

지금 통진당 사태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구당권파의 조직 운영과 같은 비정치적인 부분이다. 두 개의 집단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분당 이후 재창당 과정에서 이념이나 정체성 논란이 불거지게 되면 이들의 결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당권파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냈던 참여계와 통합연대지만 재창당 과정에서도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구당권파 문제는 비정치적이라 공동대응
먼저 다른 목소리가 나온 쪽은 참여계 쪽이다. 7월 30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참여계 소속 통합진보당 강동원 의원은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 의원은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통 크게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며 “과거에도 민주당에 들어가는 문제가 논의된 바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의 발언이 참여계 및 유시민 전 대표의 민주당행으로 논의가 확대되자 참여계 내부에서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한 참여계 관계자는 “강 의원의 발언은 지역구(전북 남원) 특성상 나온 게 아닌가 싶다”며 “민주당 입당은 강 의원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 참여계를 대표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참여계는 제명안 부결 이후 급속하게 이어지던 탈당 움직임도 일단은 보류하자는 분위기다. 참여계의 탈당만이 부각될 경우 참여계가 자칫 분파주의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관계자는 “제명안 부결 이후 평당원들 중 울분을 못이겨서 나오는 분들이 있지만, 그럴수록 혁신파 전체와 함께 행동을 해야 하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별 탈당이나 민주당 입당이 아니라 통합연대와 공동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강 의원의 발언이 시사하듯 참여계 내에서는 민주당 입당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입당은 명분과 실리가 없다는 것이 참여계 내부의 중론이다. 친노에서 출발했지만 민주당에 한계를 느껴 국민참여당을 창당한 만큼 이제 와서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은 정치적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구당권파 측에서 강기갑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강 대표의 마음을 돌려 참여계를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참여계 내에서는 통합연대와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8월 1일 진보통합당 게시판에는 이석기 의원의 자진사퇴설까지 흘러나왔다. 혁신파의 탈당을 막기 위한 구당권파의 대책으로 참여계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었다. 참여계만의 탈당 및 재창당은 ‘도로 국민참여당’으로 돌아가는 것인 만큼 정치적인 실리가 없다. 참여계가 탈당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도 개별 탈당을 보류하며 통합연대 측과의 공동행동을 중시하는 이유다.

이같은 참여계 내부의 기류는 혁신파 지도부 내부의 분위기와도 비슷하다. 혁신파 지도부 또한 통합연대, 참여계, 인천연합 등 혁신파의 공동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8월 2일 심상정 전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이 속한 통합연대 측의 발표도 이러한 분위기와 맥을 같이한다. 정호진 통합진보당 영등포당협위원장은 “통합연대 성명의 주요 논점은 첫째가 ‘통합진보당은 정치적으로 사망했다’는 것이고 둘째가 ‘당 혁신세력들과 함께 공동의 움직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통합연대 지도부 평당원 간 생각 달라
하지만 통합연대 내에서 지도부와 평당원들이 느끼는 온도는 또 다르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창당 당시 진보신당 탈당파인 통합연대 내부에서는 참여계와 함께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당시 진보신당이 ‘진보통합’을 부결시킨 이유도 당내 참여계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진보신당 내에서는 ‘(참여계와 같은) 자유주의 세력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완강한 분위기가 있었다. 이후 8개월 간의 동거와 ‘당권파’라는 공동의 적과 싸우는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완강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아직 평당원들 사이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통합연대 관계자는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등 참여계와 통합연대 당 지도부 간의 심리적인 거리감은 평당원들보다 가까운 편이다. 그러나 평당원들이 참여계에 느끼고 있는 거리감은 이들과는 또 다르다. 재창당 과정에서 또다른 분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창당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낙관하는 기류도 전해졌다. 또다른 통합연대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작년 통합과정에서 참여계가 들어오는 것에 반대했다. 하지만 이후 통합진보당을 창당하면서 노동중심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큰 틀에서 참여계와 정치노선이 부딪힌 적은 없었다. 통합진보당의 강령 또한 합의가 가능했던 만큼 분당 이후에도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부정 경선과 관련해서 참여계가 비상식적인 당내 문화에 대해 선도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던 점도 높이 사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참여계와 통합연대가 ‘구당권파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은 비슷하지만 탈당과 향후 진로 등에 대한 공동 의견을 내지는 못한 것도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혁신파 당원들 사이에서는 향후 전망과 대선 참여와 관련해 백가쟁명식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파의 향후 행보를 결정짓는 관건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지지 철회다. 통합연대, 참여계는 모두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지지 철회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8월 13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 여부를 결정하는 민주노총도 계파별로 입장이 갈려 전망이 불투명하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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