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가족에 좋은 치유된게 이 영화 역할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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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개의 문> 연출 김일란·홍지유 감독

근대경찰제도가 탄생한 이유는 부르주아 계급의 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은 경찰제도와 공권력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우리로 하여금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공권력은 자신의 구성원조차 도구화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두개의 문>은 6월 21일 개봉 이후 한 달여 만에 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어떤 이는 신드롬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독립다큐 진영의 대사건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만든 사람들의 진심이 각성하고자 하는 우리들과 만나 폭발했기에 이루어진 것일 게다. 그리고 그 앞에는 태준식 감독의 말처럼 ‘칼라TV’, 김청승 감독의 <마이 스윗 홈- 국가는 폭력이다>, 문정현 감독의 <용산>, 장호경 감독의 <떠나지 못한 사람들> 등이 있었을 것이다.

영화 <두개의 문>의 홍지유·김일란 감독(왼쪽부터) | 김석구 선임기자

영화 <두개의 문>의 홍지유·김일란 감독(왼쪽부터) | 김석구 선임기자

변성찬 평론가는 이 영화를 만든, 성적소수자 문화환경을 위한 활동단체이자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집단인 ‘연분홍치마’에 대해 “남다르게 예민한 소수적 감각을 지녔다”고 평한다. 그 다섯 명의 활동가 중 <두개의 문>을 연출한 김일란, 홍지유 감독을 7월 26일 오후 홍대의 만화카페 ‘한잔의 룰라랄라’에서 만났다.

지승호(이하 지) 영화 상영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 일들이 계속 생기고 있는데요. 두 감독이 가장 감동을 받았던 장면은 어떤 건가요?

김일란(이하 김) 진보신당이 용산CGV를 대관해서 관람한 후 촛불 들고 국화를 들고 남일당을 갔었던 장면이 울컥했던 장면 중 하나구요. 모두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던 것은 국가인권위 현병철 위원장이 <두개의 문>을 보러 왔다가 관객들에 의해서 쫓겨났던 것.(웃음) 제가 듣기로는 유가족들한테 사과하고 보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홍지유(이하 홍) 개봉 첫날 아침 8시 35분 메가박스 코엑스점에 갔었어요. 관객들 옆에서 긴장하고 끝까지 같이 봤던 것 같구요. 그때 엔딩 크레딧 끝날 때까지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처음 봤을 때 예상하지 못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머지는 특별히 인상적이라기보다 하루하루가 인상적이었던 것 같구요.

영화가 경찰특공대의 시선을 쫓아가니까 용산참사 유가족이자 활동가인 정영신씨는 처음엔 당혹스러웠다고 했잖아요.

영신씨가 DMZ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처음 봤을 때 그 영화는 가편집본이기도 했었고,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가 불분명해서 더 충격적이었을 것 같구요. 영화의 구성을 보면 시간대별로 가는 것이 있잖아요. 그 시간이라는 것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만약에 용산참사 전체를 멈출 수 있었다면 그 시점은 언제인가’라는 의도로 만들어진 시간대거든요. 그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영신씨를 비롯한 유가족분들에게 정말 너무나 고통스러운 순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는 성공하고, 용산투쟁이 실패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하셨는데요. 앞으로 용산투쟁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지금 구속자 석방을 위한 엽서 보내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개개인이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고발장을 작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일 것 같구요. 궁극적으로 이 정권이 아니라 다른 정권에서라도 진상규명이 될 수 있는 분위기나 토대를 만드는 그런 측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는 말을 했는데, 어떤 점들이 좋았고, 어떤 점들이 걱정이 되나요?

아까 그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영화는 첫날부터 매진행렬이었고, 사람들한테 관심을 받았고, 기사가 나가고 영화와 관련된 기사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 중에는 <두개의 문>에서 그날의 진압작전이 과잉진압이었는지 이런 것들을 밝히고자 했다면, 기사로 그런 문제 제기들을 해주거나, 지금 현재 진행중인 재개발 철거지역을 취재해준다거나, 부상자 분들의 항소심 이런 것들도 그때 그때 취재해주는 이런 것들이 한편으로는 좋고, 같이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또 한편으로는 영화는 계속 만명씩, 만명씩 더 짧은 기간에 채워져 가는데, 상대적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만큼 뭐가 잘 안 되면 어떻게 하나,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그치면 안 될 것 같다는 강박 같은 것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3만이 보고, 6만이 본다고 해서 당장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구요. 그 어마어마한 부분들의 처음, 그것을 환기시키고, 다시 기억해서 용산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과정이 역할인 것이지, 한꺼번에 이 영화를 통해서 뭘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어요. 정혜신 박사랑 GV(관객과의 대화)했을 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도를 해주는 것이 유가족들에게 좋은 치유의 과정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그런 것이 이 영화가 해낸 역할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그날 GV에서 정혜신 박사가 “농성자와 말단 대원들이 서로 적개심을 갖는 구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학생끼리 서로 뺨을 때리게 하는 악질적인 교사에 비유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신문인 ‘참세상’에서는 “모두가 노예인 검투사 같았다”는 표현도 나왔는데요. 영화를 보면 곧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갈 현장을 보며 밑에서 ‘경찰특공대 멋지다. 영화의 한 장면 같다’란 탄성이 나왔거든요.

어제 쌍용 해고자 이창근씨랑 GV를 했는데요. 마지막 장면에 쌍용자동차 진압장면이 나오잖아요. 그게 끔찍하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창근씨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경찰특공대가 도망가고 있는 노동자들을 마구 때리잖아요. 그 장면이 정말 공포스러운 것은 그 경찰특공대가 진짜 겁먹고 있었다는 뜻이라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이성적이지 않고, 교양이 없고, 감정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전 단계에서 충분히 적개심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컨테이너에서 내렸을 때 무서우니까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때리는 과정 자체가 너무 무섭고, 고통스러웠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진압을 결정한 사람들, 해고를 시킨 사람들의 펜이 더 공포스럽고, 폭력적이라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동안 만든 <마마상> <3×FTM>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종로의 기적>하고 이번 영화는 코드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전작을 알거나, <두개의 문>을 보고 연분홍치마를 검색해보거나, 저희가 했던 활동들, 연대했던 이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분들이 객석에서 가끔 질문을 하는데요. 그 이전에는 여성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제작을 하다가 방향을 튼 거냐, 혹은 관심사나 시선을 확장한 계기를 물어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확장이기도 하고 연속이기도 한 것 같아요.

<종로의 기적>을 할 때부터 그냥 ‘연분홍치마’라고 했는데요. 예전에는 그 프레임을 강조했거든요. 그건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하는 사람들인지, 무엇을 지향하는 사람들인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증명하거나 설명해야 했었는데요. 성소수자 인권운동 내에서 더 이상 그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실천을 하고,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서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뭘 하는 단체인지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거든요. 그리고 훨씬 더 광범위한 주제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섹슈얼리티야말로 진짜 광범위한 주제라고 생각해요. 국가권력만큼이나 그걸 자꾸 좁은 주제에서 넓은 주제로 간 거라고 보는 것 자체, 그렇게 인식하는 것 자체가….

2004년부터 시작해서 영화를 만들 때마다 가난해지는 구조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영화의 성공으로 ‘연분홍치마’가 하고자 하는 작업을 지속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건가요?

그 어느 때보다(웃음) 100명이 좀 안 되는 분들이 정기후원을 해왔었는데요. 3월에 시사회가 있고 지금까지 네 달 정도 지났는데 50분 정도 정기후원이 늘었어요.

후원 문의는 02-337-6541, twitter@ypinks로 하면 되는 거죠.(웃음)

네.(웃음)

지금 편집하고 있는 <노라노>까지 만들고 나면 내년이 10년째가 되는 거잖아요. 새로운 모색을 고민해야겠다는 말씀들을 한 것 같은데요.

김일란·홍지유 감독(왼쪽부터) | 김석구 선임기자

김일란·홍지유 감독(왼쪽부터) | 김석구 선임기자

많은 것들이 평가되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굉장히 놀랍고, 어쩌면 이상적으로 꿈꿔온 조직의 형태가 점점 되어가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공동작업이 쉽지가 않아요. 그 작업을 하면서 조직의 균열이 안 생기는 게 아니에요. 생기는데, 그걸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현명하게 보수해나가느냐 하는 부분에서 각자의 경험과 각자의 노하우가 생겨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노라노>까지 하고 나면 그간 해온 것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평가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나름 시즌 2라고 해야 될까요. 다시 시작해야 되겠죠.

철거민 시각의 <두개의 문> 시즌 2를 만들 생각은 없으세요?

오늘 던져주는 질문들이 지금 고민하기에 너무 벅찬 질문들 같아요. 배급위원 시사회 때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님이 무대위에 서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싸움과 우리의 죽음, 우리의 이야기들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셨어요. 가끔씩 객석에서 관객분들이 그런 바람, 기대, 응원의 마음으로 다음 다큐멘터리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이 되게 벅차구요. 지금으로서는 뭐라고 답변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장면을 넣을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중학생인 친구의 후기였는데, 자기가 평소에 자주 보는 영화가 좀비영화인데, 영화 말미에 깜짝 놀랐다고, 한 장면이 자기가 주로 보는 좀비영화 장면이었다고, 촬영이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만들어진 장면인지 궁금하다고 했었거든요. 그 장면이 쌍용자동차 진압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이 짧게 들어가는 건데, 많은 관객분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맥락들을 지운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 사회의 조건 속에서, 깊게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각자의 이유들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10대 친구의 후기가 남다르게 읽혔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채감을 느끼고, 용산참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권이기 때문일 텐데요. 이 정권의 문제만으로 치부해버리는 것도 문제해결에서 멀어지는 걸 텐데요.

어제 GV 때 어떤 관객이 그러시더라구요. 안철수, 문재인, 박근혜씨 세 분을 모셔놓고 이 영화에 대한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다.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 세 분이 다 안 보셨다는 게 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용산참사, 재개발 문제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이고, 절차와 관련된 민주적 리더십과도 관련이 된 문제 아닙니까?

트윗이나 이런 걸로 각 캠프에 ‘이건 영화가 아니라 사안에 관한 것이고, 현안에 관한 것인데, 보고 의견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해야 된다는 이야기들이 어제 관객석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정권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고, 다음 정권에 대한 기대가 무엇인지도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요.

두 번째 CGV용산을 대관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40여분의 국회의원과 와서 본 자리가 있는데요. 그 자리에서는 제가 대선에서 강제퇴거금지법을 정책으로 내놓는 사람이나 당, 경찰특공대가 집회·시위·파업 현장을 진압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도록 하는, 이런 방식의 폭력적인 진압방식에 대해서 획기적이고 구체적인 방지 약속을 한 사람에게 표를 행사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봤다, 안 봤다, 그 이상을 요구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두개의 문>을 관람한 후 ”내가 시장으로 있는 동안은 이런 식의 철거는 없을 것“이라고 했잖아요.

그런 약속이 의지의 표현이기는 한데.

법제화되기 전에는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어렵죠. 하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주택정책실에 자신의 의지를 공유하고, 실제 발로 뛸 수 있도록 움직여주는 부분들은 신뢰가 간다고 생각하구요. 아주 구체적으로 강제철거, 행정 대집행에 대해서도 인권침해가 없도록, 마지막까지도 심사숙고할 수 있는 사전 단계들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발로 뛰면서 하겠다는 의지라면 굉장히 믿을 만한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된 것이 30년이 넘었잖아요. 그 모든 과정이 용사참사와 다르지 않은 갈등 해결방식을 취했습니다. 제도나 이런 것들의 마련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철거민들의 저항을 이토록 고립된 상태로 30년 이상 계속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았던 그 모든 과정에 대해서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는다면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해주세요.

이렇게 확장성을 갖는 것은 많은 부분 관객분들의 힘이라고 생각하구요. 그래서 지금 당장 드릴 수 있는 얘기는 8월을 함께 버텨달라, 영화를 많이 봐주십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힘이든 위로든, 조금 더 길게 함께 버틸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왔던 6만의 관객이, 표현이 좀 이상한데, 대단하고 대견한 것 같아요.(웃음) 처음에 ‘이걸 어떻게 보지’, 망설이다가 ‘무너질텐데’, 걱정하다가 결국에는 영화를 보고 ‘드디어 두개의 문을 봤다’고 지지의 글을 보내고, 그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관객으로서 할 수 있는 실천도 하는 모습들에 감동을 하고 감사를 드리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이분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구요. <두개의 문>으로서가 아니라 다른 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글·지승호 인터뷰 전문작가 | 사진·김석구 선임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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